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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12, 2026

[학술용병 후속] ⑥ '대학랭킹 탈퇴' 네덜란드 명문대…"오직 1%만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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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 행크 쿠멜링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법대 교수

행크 쿠멜링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법대 교수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양수연 기자 = "대학랭킹은 본질적으로 상위 200개 '행복한 소수' 대학을 위한 것입니다. 전 세계 2만여 대학 중 오직 1%에만 초점을 둡니다."

12일 행크 쿠멜링 교수와 폴 보셀리 교수는 3년 전 학계를 놀라게 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대학랭킹 탈퇴' 이유를 묻는 연합뉴스 인터뷰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나 THE(Times Higher Education) 등 글로벌 평가기관이 매기는 순위는 최근 국내 대학들의 '학술용병' 논란의 배경으로 지목돼왔다.

고인용 외국 연구자를 느슨한 고용 관계로 영입하는 전략의 배경에는 글로벌 가시성을 위해 순위를 올려야 한다고 본 대학의 '생존 압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른 대학도 있다.

2022년 THE 랭킹 66위를 차지했던 위트레흐트대는 순위가 나온 직후 앞으로 평가기관에 자료를 내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당시 국내 대학 중 최고 순위는 서울대(56위)로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 대학이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점수 산정 경쟁에 더는 매몰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이런 경쟁을 조장하는 외부 기관의 집계가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점도 이유가 됐다.

쿠멜링 교수가 당시 총장이었고, 보셀리 교수는 현재 위트레흐트대의 관련 부서 책임자로 재직 중이다.

이미지 확대 폴 보셀리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거버넌스대 교수

폴 보셀리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거버넌스대 교수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은 연합뉴스와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랭킹 탈퇴 결정이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구 성과를 학계 울타리 안에서만 좁게 유통하지 않고, 공공에 개방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자는 '오픈 사이언스' 운동 흐름의 최신판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연구 그 자체보다 대학랭킹 산정에 쓰이는 각종 학술 지표가 강조되는 글로벌 학계 분위기에 오랜 기간 반성적으로 접근한 끝에 탈퇴 결정에 이르렀다.

이들은 2021년 연구자를 평가할 때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나 'H 지수'(H-index) 등 계량 지표를 활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전환점으로 꼽았다.

영향력 지수와 H 지수는 연구자가 쓴 논문의 피인용 수를 토대로 한 지표다.

연구의 문제의식, 방법론, 사회적 영향력이 이런 지표로만 표현되면 거꾸로 연구 자체가 왜곡된다는 진단으로, 꼬리(지표)가 몸통(연구)을 흔드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보셀리 교수는 줄곧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런 지수들은 좋은 연구보다 결과 자체를 중시해 '과학의 상품화'를 조장한다"고 지적해왔다.

그는 랭킹 탈퇴로 대학 위상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없었냐는 질문에 "당시 걱정했던 건 주로 마케팅 담당자들이었다"고 답했다.

이미지 확대 위트레흐트대가 공식 웹사이트에 대학랭킹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공표한 내용

위트레흐트대가 공식 웹사이트에 대학랭킹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공표한 내용

[위트레흐트대 웹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네덜란드 정부의 정책 방향성도 힘을 실어줬다.

당시 네덜란드 교육·연구 지원 당국이 '지표 싸움'보다는 연구의 개방성에 집중하기로 한 대학의 든든한 '뒷배'로 나선 것이다.

두 교수는 네덜란드 정부도 연구의 진정한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피인용·출판 논문 수 등 수치로만 환원돼 대학끼리 경쟁에 소모적으로 쓰이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네덜란드 당국자들은 대학들과 함께 낸 성명서에서 "양화 가능한 결과 지표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연구의 사회적 영향력과 다양성을 교란하고 오픈 사이언스 실천을 가로막는다"고 선언했다.

국내 대학 13곳을 상대로 '학술용병 실태조사'에 나섰으나 형식적 고용관계를 따져봤을 뿐 의혹의 본류인 '지표 부풀리기' 정황을 외면했던 한국 교육부의 미온적 태도와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네덜란드는 연구비 지원과 연구 평가 과정에서도 계량화된 지표보다 각 대학이 어떤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중시한다고 두 교수는 짚었다.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 산하 기관이 네덜란드대학협의회와 함께 마련한 2027∼2033년 '전략 평가 프로토콜'(Strategy Evaluation Protocol)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기관이 스스로 세운 전략과 성취를 우선시하고, 계량 지표를 책임감 있게 활용하며 질적 측면을 평가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대학이 소모적 지표 경쟁을 피하고 내실을 갖출 여건을 정부가 적극 조성한다는 게 쿠멜링, 보셀리 교수의 평가다. 그만큼 교육당국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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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은 대학랭킹을 두고 "천편일률적 기준을 갖고 대학들을 점수로만 평가에 순위 한구석에 둔다"며 한계가 명확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각자 속한 사회의 상황과 여건에 가장 적합한 교육·연구 전략을 채택한다는 사실을 존중하지 않고, 지표 위주의 일방적 질서를 강요한다는 진단이다.

이들은 세계적 명문인 스위스 취리히대와 프랑스 소르본대도 '랭킹 탈퇴' 대열에 합류했다며 대안적인 연구 평가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학계 구성원 전체가 랭킹 위주의 인식을 바꾸고, 이런 움직임에 연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랭킹 탈퇴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우리의 오픈 사이언스 신념과 연결된 의식적인 '문화적 전환'이었다"며 "경쟁에만 과도하게 매몰된 빈약한 대학 랭킹 시스템이 발붙일 자리는 더 이상 없다"고 경고했다.

see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12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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