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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7, 2026

‘극장판 치이카와’, 암살자(들) 누르고 예매율 1위…한국서도 ‘천만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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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CJ ENM 제공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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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유연재(29)씨는 지난달 여름 휴가 때 일본 도쿄에 치이카와 ‘토벌’을 다녀왔다. 일본에서 먼저 개봉한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을 보고, 치이카와 테마파크, 대형 굿즈숍 치이카와 랜드 등을 방문했다. ‘토벌’은 치이카와 만화에서 치이카와족이 보수를 받기 위해 괴물을 잡는 일을 뜻하는 말인데, 팬들은 굿즈 쇼핑을 이에 빗대어 표현한다.

치이카와가 난리도 아니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에서도 젊은 세대를 꽉 잡았다.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서 보름간 열린 팝업스토어는 입장을 위한 네이버 예약이 빛의 속도로 마감돼 팬들의 원성을 샀고,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문 연 ‘치이카와샵’은 개장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평일 낮에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치이카와샵’에서 파는 한국 한정판 굿즈들. 김은형 기자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치이카와샵’에서 파는 한국 한정판 굿즈들. 김은형 기자

‘치이카와’는 2020년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 ‘농담곰’의 작가 나가노가 트위터에 연재를 시작한 컷툰(컷으로 나눈 단편만화)이다.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なんか小さくてかわいいやつ)이라는 일본어의 줄임말로, 한국에서는 번역 문장의 줄임말 ‘먼작귀’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만화가 큰 인기를 끌자 2022년 4월 1분짜리 쇼트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영하면서 팬층이 확대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인기의 정점을 지난 7월 일본에서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이 찍었다. 치이카와의 귀여우면서도 짠하고 섬뜩한 세계관을 99분으로 펼친 이 영화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일본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한국에서도 추석 화제작들을 누르고 27일 오전 전체 예매율 1위(24%)에 오르며 흥행 열기를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일 ‘먼작귀’라는 제목으로 티브이 방영분 일부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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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CJ ENM 제공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CJ ENM 제공

‘치이카와’는 햄스터 치이카와, 고양이 하치와레, 토끼 우사기, 세 친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몽글몽글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인데, 사실 캐릭터 천국 일본에는 이들 못지않게 귀여운 캐릭터들이 넘친다. 그 가운데서 치이카와가 열광적인 팬덤을 만들어낸 건 소유욕을 자극하는 캐릭터에 더해진 현실적 세계관 때문이다. 소심하고 눈물 많은 치이카와, 똑똑하고 씩씩한 하치와레, 정신없으면서도 의외로 비범한 우사기는 연재 초창기 말랑말랑한 푸딩 위에서 놀거나 커다란 핫케이크, 강물처럼 흐르는 국수를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표정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야기가 쌓이면서 이들의 고단한 삶이 점차 드러났다. 저절로 먹을 것이 생기지 않을 때는 풀을 뽑거나 무서운 괴물을 토벌해서 받는 보수로 사 먹어야 한다.

보수를 더 받을 수 있는 제초 자격증을 따기 위해 치이카와는 열심히 공부하지만, 두번이나 시험에서 낙방했다. 하치와레는 치이카와의 공부를 도와주다 먼저 5급 자격증을 땄음에도 사는 꼴은 옹색하다. 아파트 청약 같은 캠페인에 당첨돼 번듯한 집에 사는 치이카와와 달리 문도 없어 언제 괴물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굴에서 산다. 그 어렵다는 슈퍼 아르바이터 자격증을 따고 라면집에서 일하는 시사(오키나와 수호신을 닮은 캐릭터)는 쉴 때도 술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지만,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질까 불안하다. 최근 시엔엔(CNN)은 한중일 3국의 치이카와 열풍을 보도하며 “재수, 삼수도 불사하는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과 고용 불안정으로 인한 엔(n)잡 문화 등 사회적 압력을 받는 청년들이 공감할 이야기를 귀여운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주면서 ‘디지털 진통제’의 기능을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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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CJ ENM 제공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CJ ENM 제공

여기에 독특한 이야기의 매력도 추가된다. 짧은 에피소드들은 복잡한 이야기나 배경 설명 없이 의아한 설정을 툭툭 던져놓는다. 독자(시청자)들은 추론과 상상력을 동원해 흩어진 설정들을 연결하는데, 파고들수록 이야기는 기괴하고 어두워진다. 심술맞지만 깜찍한 모몽가(하늘다람쥐)의 몸에 괴물의 영혼이 들어가 있다든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나무에서 열리는 음식들은 괴물이 치이카와족을 잡아먹은 다음에 생겨나는 인신공양의 결과라든가 하는 해석들이다.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을 쓴 김경수 영화평론가는 “쇼트폼 시대에 잘 맞는 스토리와 귀여운 캐릭터에 더해 텍스트에 빈틈이 많아서 독자들이 이야기, 특히 괴담을 만들어가며 가지고 놀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어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컬트적인 소비가 가능한 작품”이라고 짚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CJ ENM 제공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CJ ENM 제공

이번에 개봉하는 극장판에는 이런 매력이 농축돼 있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보수 100배, 한정판 라면과 디저트 제공’이라고 적힌 인어섬 토벌 초대장을 받는다. 세이렌은 자신의 코러스였던 인어 셋 중 하나가 실종되면서 폭주를 시작하고,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세이렌으로부터 섬 원주민들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펼친다.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들이 뒤로 갈수록 비밀스럽고 섬뜩한 범죄와 이로 인한 어두운 죄의식의 세계로 이어진다. 엔딩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간 뒤 펼쳐지는 쿠키 영상은 극장을 나와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무심한 듯 으시시하다. 먼저 개봉한 일본에서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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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치이카와샵’. 평일 낮에도 두시간 넘게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김은형 기자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치이카와샵’. 평일 낮에도 두시간 넘게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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