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도 초상처럼 보호 받아야”···일본 법원, ‘AI 모방’ 사건서 첫 인정
로이터연합뉴스
인간의 목소리가 이름이나 초상처럼 보호받아야 하는 퍼블리시티권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일본에서 처음 나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타인의 음성 모방이 손쉬워진 가운데 목소리에 대한 권리가 인정받게 될지 주목된다.
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법원은 전날 유명 성우 츠다 겐지로(55)가 생성형 AI로 자신의 목소리를 모방한 동영상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목소리는 일반적으로 퍼블리시티권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의 성명과 초상, 이미지 등 인격표지가 갖는 경제적 가치를 보호하는 권리를 말한다.
츠다는 지난해 11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024~2025년 틱톡의 한 익명 계정이 AI로 자신의 목소리를 활용해 도시 괴담 관련 영상 188건을 게재,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츠다는 <체인소맨> 등 인기 애니메이션에 목소리 출연한 성우다.
틱톡 측은 이 음성이 일반적인 남성의 목소리이며 유사하다는 판단 역시 주관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성우의 목소리에 고객을 유인하는 상업적 가치가 있으며 이를 이용해 상품 판매 등 수익 창출을 꾀하는 경우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일본 법원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보호 대상에 목소리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츠다의 권리가 실제 침해됐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해당 계정이 피소 후 영상을 이미 삭제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AI 기술 발전으로 유명인의 목소리를 쉽게 모방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성우 등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네코 도시야 메이지대 법학부 교수는 “목소리도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성대모사와 같이 모호한 사례가 많아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성우의 목소리를 AI로 구현하는 문제로 논란이 인 바 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는 29년간 역사 내 안내 방송을 맡아온 성우 강희선씨 대신 그의 목소리를 학습한 AI를 활용해 안내 방송을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한국성우협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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