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주는 곳 없던 스물아홉 지휘자, 10년 만에 말러 전곡 완주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10년째 이어온 지휘자 진솔은 자신이 시작한 일을 후배들이 이어가길 바란다고 발했다. 아르티제 제공
말러 교향곡은 지휘자에게 일종의 ‘권위와 힘의 레퍼토리’다. 대편성 작품이 많고, 작품에 따라 합창단과 독창자까지 필요하다. 공연 시간도 길다. 돈과 인력, 공연장을 움직일 힘이 있어야 무대에 올릴 수 있다. 지휘자 진솔(39)은 그런 말러 교향곡을 10년에 걸쳐 연주해왔다. 오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 말러리안이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하면 2017년 시작한 전곡 연주 프로젝트가 마무리된다. 국내 민간 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10년 전,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진솔은 스물 아홉이었다. 그를 불러주는 오케스트라는 없었다. 누군가에게 선택받거나 불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던 분위기에서 그는 마냥 기다리는 대신 직접 판을 만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한번 해보지 뭐”하는 심정으로 말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오케스트라 말러리안을 꾸렸다. 처음엔 전공자와 아마추어가 반반이었다. 아마추어 연주자는 참가비를 내고 전공자는 사례비를 받게 해 부족한 예산을 맞췄다.
돌아보면 다소 무모한 출발이었다. 말러 교향곡은 수십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아니다. 100명 안팎의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작품이 적지 않고, 8번 ‘천인교향곡’처럼 합창과 독창자까지 수백명이 한 무대에 오르는 작품도 있다.
실제로 10년 동안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도 돈과 사람, 공연장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원하는 시기에 공연장을 구하지 못해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 오디션부터 연습 일정까지 아무것도 정할 수 없었다.
음악적으로도 매번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난곡으로 꼽히는 교향곡 7번을 준비할 때는 공연 전날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지휘를 하면서 보니 단원들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 있는 것 같았어요. 연주자들이 이런 상태인데 어떻게 하나 싶었죠.” 그런데 막상 공연 당일 그 물음표가 ‘느낌표’가 됐다. 가장 불안했던 연주가 예상 밖의 호연으로 끝난 셈이다.
10년의 완주를 앞두고 그가 돌아본 것은 기회의 문제였다. “왜 여성에게는 그런 기회가 별로 없었을까. 왜 젊은 지휘자에게 이런 기회가 적었나”. 그가 지휘를 공부하던 시절만 해도 여성이 지휘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말러 같은 대편성 작품을 지휘할 기회는 더 드물었다.
그가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어붙인 데는 이런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나 정도도 하는데 누가 못하겠어요.” 그는 한국 클래식계가 10대 연주자들에게 관심이 쏠리면서 20대 중반, 30대에 이르면 일찍 꿈을 접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르익어 자신만의 것을 해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곡은 교향곡 2번 ‘부활’이다. 진솔에게 부활은 끝이 아니라, 자신이 시작한 일이 다음 사람에게 이어지는 ‘정신적 계승’이다.
10년간 말러를 연주하며 작곡가와의 관계도 달라졌다. 처음엔 거대한 철학과 자기성찰을 품은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나, 말러랑 좀 친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말러 완주 후 곧바로 다른 작곡가의 전곡 프로젝트를 시작할 생각은 없다. 아직 말러와 이별할 준비가 안 돼서다. 대신 삶과 죽음을 주제로 여러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레퀴엠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