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모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호흡기뿐 아니라 가족 삶도 무너졌다”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관계자가 17일 국가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피해자들이 지난 15년 동안 국가와 기업을 향해 호소해왔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피해자연대)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밝혔다. 전날 같은 장소에 천막 등을 설치하려다 서울시에 제지당한 피해자연대는 밤새 자리를 지킨 다음 농성장을 꾸렸다.
농성 현장에는 서영철 피해자연대 대표의 영정 사진과 슬리퍼가 올려진 휠체어가 있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호흡기 중증장애 등을 앓던 서 대표는 지난 11일 6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농성은 “장례를 치르지 말고 광화문광장에서 투쟁해달라”는 그의 유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휠체어 양옆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각각 보낸 조화가 놓였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은 이어졌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참사로 규정하며 “국가가 피해를 온전히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2월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 차원에서 공식 사과했다. 국회는 지난 3월 국무총리 산하에 가습기살균제 배상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을 전부 개정했다. 개정법은 오는 10월8일 시행될 예정이다.
농성 참가자들은 이 과정에서 정부가 피해자들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김태윤 피해자연대 장례공동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가 호흡기뿐 아니라 신체 전반과 정신 건강, 가족의 삶에 미친 복합적 피해는 충분히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마련한 구제와 배상 기준은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온전한 배상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피해자연대는 이 대통령을 향해 “피해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 국가 차원의 해결 원칙과 구체적 이행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과거 정부 기준에 따라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을 구제하고, 피해자들의 실제 손해를 반영하는 배상 기준을 법령에 명시하라고도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2기 특별조사위원회도 요구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2018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3년9개월여간 활동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피해자가 정당한 인정과 배상을 받고 국가가 책임을 다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며 서울시를 향해 서 대표 분향소 설치를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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