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전자’ 사라지면 간암 사망 위험 3배 높지만··· 맞춤형 치료전략도 나왔다
‘RB1 완전 결손’ 간암 환자는 치료가 어렵고 사망 위험도 높지만 이 환자들에 대한 맞춤형 표적 치료전략이 새롭게 제시됐다. 게티이미지
간암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유전자 결손 상태를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표적 치료전략을 새롭게 제시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심주현 교수와 병리과 성창옥 교수, 마카오대학교 심중섭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박상현 교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안지현 교수 공동 연구팀은 ‘RB1 유전자’의 완전 결손이 간암을 악화시킨다는 점을 규명해 중개의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시그널 트랜스덕션 앤 타겟티드 테라피(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게재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진은 총 561명의 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전 정보 분석을 실시한 뒤 연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또 다른 45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분석 결과를 검증했다.
현재 진행성 간암 치료에는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 병용요법 등을 쓰고 있지만, 일부 환자에게만 치료 반응이 나타나다 결국 내성까지 생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개인 맞춤 치료가 가능할 수 있게 간암을 악화시키는 생체 지표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RB1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되면 세포의 과도한 증식으로 암이 되는 것을 막기 어려워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RB1 유전자는 반쪽 또는 완전 결손인지에 따라 암의 악화 정도나 치료 반응에 차이를 보이므로 보다 구체적인 영향을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RB1 유전자 쌍이 모두 결손되거나 비활성화된 ‘RB1 완전 결손’ 환자는 전체 간암의 14.6%를 차지하며, 이 환자군은 일반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3.32배, 재발 위험은 3.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유전자가 완전 결손되는 변이가 있으면 종양 진행이 빠르고 암세포가 정상적인 세포의 형태를 많이 잃어버려 공격적인 성질을 띤다는 점이 밝혀져 그 자체로 간암 예후를 나쁘게 만드는 요인임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유전체 분석 없이도 실제 의료현장에서 고위험군인 RB1 완전 결손 환자를 신속하게 선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FR-MIL)도 개발했다. 이 모델의 정확도는 외부 코호트를 활용한 검증에서도 84.39~91.58%의 점수를 기록해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RB1 유전자가 망가진 간암 세포들을 배양한 뒤 876종의 다양한 약물을 투여하면서 어떤 치료법이 가장 효과적인 항암 효과를 보이는지도 확인했다. 그 결과,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기능의 치료제와, DNA 손상이 누적된 암세포만 죽이는 치료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이 가장 뛰어난 항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세포 및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병용요법을 적용하자 간 독성 등 뚜렷한 전신 부작용 없이 종양 억제 효과가 극대화됐다.
심주현 교수는 “현재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내성이 발생하기 쉬운 난치성 간암 환자들에게 유전자 특성에 맞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 진단 모델과 병용 치료전략이 실제 임상 현장에 도입된다면 환자들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정밀 맞춤 의료를 앞당기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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