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저자세” 비판받는 다카이치, ‘ICC 제재’ 트럼프에 목소리 낼까
지난해 10월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함상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함께 올라가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ICC에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면서도, 미국 눈치를 살피느라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22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ICC에 관한 목소리를 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사히신문은 21일 “다카이치 총리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일부 수위를 조절했지만, 미·일 동맹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ICC 옥죄기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달 18일 일본인인 아카네 도모코 소장이 미국 제재를 받자 “매우 유감”이라며 원론적인 성명을 냈다. “지나친 저자세”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며칠 뒤 “이번 조치는 일본 입장과 양립할 수 없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일본이 ICC 최대 분담금 납부국인 데다 ‘법의 지배’(법치)를 외교 방침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비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2007년 ICC에 가입한 일본은 지난해에만 약 45억엔(약 397억원)의 분담금을 냈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도시샤대 대학원 미마키 세이코 교수는 “일본 외교 정책의 핵심인 ‘법의 지배’조차 제대로 주장하지 못한 채 미국 의존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다카이치 정부의 미국 의존은 점차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면 충돌을 피한 채 갈등을 관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4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자국의 이해관계가 배제된 채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22일 뉴욕의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다. 아사히는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미국의 ICC 제재에 대해 총리가 어떤 입장을 밝히는지 여부”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계속 침묵한다면 메시지의 설득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총리 관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이 문제를 꺼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ICC의 금융 거래를 광범위하게 차단하는 고강도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재안에 따르면 ICC는 통신 서비스 관련 거래를 제외한 대부분 금융 거래를 할 수 없게 돼 사실상 운영이 마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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