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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 2026

우리는 더 많은 상어와 만날 것이다 [제정임의 탐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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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9일 부산 북구 북항친수공원에서 부산해경, 부산소방재난본부 구조정과 고무보트가 물줄기를 뿌리며 상어(부캉이)를 수로 밖으로 몰아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부캉이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29일 부산 북구 북항친수공원에서 부산해경, 부산소방재난본부 구조정과 고무보트가 물줄기를 뿌리며 상어(부캉이)를 수로 밖으로 몰아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부캉이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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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임 |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미국 동북부의 평화로운 여름 해변, 캠프파이어를 즐기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 쌍의 남녀가 빠져나와 바다로 뛰어간다. 술에 취한 남성이 옷을 벗느라 쩔쩔매는 사이, 여성은 먼저 밤바다로 뛰어들어 수영한다. 잠시 후 무언가가 그녀의 발목을 잡아챈다.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는 것도 잠시, 여성은 절규와 함께 물속으로 사라진다. 다음날 해변에서 신체 일부가 없는 그녀의 주검이 발견된다. 며칠 후 한낮의 같은 해변, 노란색 공기 매트를 타고 물에서 놀던 어린 소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피가 흥건한 매트만 모래사장으로 떠밀려 온다. 1978년 국내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죠스’의 충격적인 도입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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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 상어와 인간의 사투를 다룬 이 영화는 관객 대부분에게 ‘무섭긴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핑 등 해양 여가 활동이 활발한 오스트레일리아에선 그렇지 않을 듯하다. 인간을 공격하는 상어가 실제 출몰하고, 피해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시드니 항구에서 수영하던 12살 소년이 상어에 두 다리를 잃은 채 구출됐으나 병원에서 숨졌다. 지난달 18일에도 퍼스의 소렌토 해변에서 63살 남성이 상어의 공격을 받아 즉사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상어 사고 데이터베이스(ASID)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최근 10년 동안 상어 관련 인명사고가 274건 발생해 28명이 숨졌다. 직전 10년은 195건, 21명이었다.

닐 해머슐라그 상어연구재단(SRF) 수석과학자 등 해양생태학자들은 여러 논문을 통해 상어와 인간의 ‘불행한 만남’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먹이가 되는 물고기 떼의 이동을 따라 상어들이 더 고위도의 연안이나 얕은 강 하구까지 접근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과 함께 해수욕, 서핑 등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사람이 잘 찾지 않던 외진 해안까지 붐비게 된 것도 원인의 하나로 지적됐다. 상어가 인간을 먹잇감으로 오인하고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 늘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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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에서 무태상어가 발견된 것도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6월 보도자료를 통해 “올 들어 동해안에서 대형 상어류가 46건 출현해, 지난해 같은 기간 12건에서 3.8배 늘었다”며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난류성 먹이원 증가를 꼽았다. 이어 “청상아리, 무태상어 등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대형 상어류 출현이 늘어 각별한 해양 안전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부산 상어는 사람 없는 수로로 왔기에 망정이지, 지난달 중순까지 개장했던 해운대해수욕장이나, 지난달 초 서핑 시즌을 개막한 송정해수욕장 등으로 왔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부산항 상어가 ‘부캉이’라는 애칭을 얻고, 수십만명이 구경하러 모여든 현상은 인간을 공격한 사건에 비해 다행스럽지만 씁쓸한 일이기도 하다.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를 듣고 자란 아이들과 그 가족, 젊은이들이 실물 상어를 친근하게 느끼는 마음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국내 두번째 대도시의 기후위기 대응을 책임져야 할 시장이 부산 홍보 효과가 크다며 “(상어가) 예뻐 죽겠다”고 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기상학자들은 온난화가 진전될수록 부산은 더 자주, 더 강력한 태풍의 길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해수면 상승에 따른 저지대 침수, 극한 호우로 인한 도심 홍수와 산사태, 해양생태계 변화에 따른 수산업과 관광업의 타격 등을 경고한다. 상어가 찾아온 의미를 도통 모르는 기후 감수성으로 이 난국에 대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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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와 우리의 ‘불행한 만남’을 피하려면 근본적으로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등의 완화(mitigation) 정책을 부산뿐 아니라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를 위해 화석연료를 더 태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정신 차려야 한다. 이미 불가피해진 재난에 대비하는 적응(adaptation) 정책도 서둘러야 한다.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는 드론 감시를 강화하고 스마트 그물을 설치해 상어 공격을 막겠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상어 출현을 경고로 받아들이고 기후 대응에 박차를 가한다면, 언젠가 부캉이가 고마운 손님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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