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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8, 2026

불법촬영 피해자 “연관 검색어 지우려 700건 삭제 요청…답변 없더니 유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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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9월14일 오전 서울 강남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성폭력 삭제요청 유출 사태와 관련해 구글을 규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9월14일 오전 서울 강남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성폭력 삭제요청 유출 사태와 관련해 구글을 규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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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700건이다. ㄱ씨가 2021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인지한 뒤로 5년간 구글에 넣은 삭제 요청 건수다. 가해자가 유포한 피해촬영물과 관련 검색어가 검색 결과에 끊임없이 노출되자 이를 지워달라고 구글에 요청한 것이다. ㄱ씨는 피해자를 돕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도 삭제 요청을 부탁했다. 그게 스스로의 피해를 구제할 유일한 길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 삭제 요청마저 외부로 유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망연자실했다. “피해를 막으려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 자체가 또 다른 피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구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신상 유출의 당사자가 처음으로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 구글이 자사로 접수한 각종 삭제 요청서를 미국의 한 연구 프로젝트 사이트 ‘ㄹ’에 일괄 공개하면서 성범죄 피해자 신상을 함께 유출한 사건이다. ㄱ씨도 지난 6월 디성센터를 통해 피해 관련 검색어를 삭제 요청한 건이 유출됐다. 8일 한겨레가 서면으로 ㄱ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ㄱ씨가 피해를 처음 인지한 건 2021년 경찰을 통해서다. 구글 검색창에 자신에 관한 키워드를 넣어봤다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구글 검색 결과에 ㄱ씨 피해촬영물을 전시한 불법 유포 사이트가 버젓이 나왔고, ㄱ씨 신상을 특정한 연관 검색어도 자동 생성돼 있었다.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검색어 몇개만으로도 사람들이 제 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웠어요. 관련 검색어와 영상, 사진 등을 삭제해달라고 구글에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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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게 요청한 글마저 외부로 유출돼 또 다른 피해로 돌아온 사실이 최근 한겨레 보도로 확인됐다. 구글이 자사로 접수한 각종 삭제 요청서를 ㄹ사이트에 공개하면서 성범죄 피해자 신상을 함께 유출한 것이다. ㄱ씨도 지난 6월께 디성센터를 통해 자신의 삭제 요청 건이 ㄹ사이트에 유출됐다는 걸 알게 됐다. 실제로 ㄹ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자신에 관한 ‘3건의 게시물이 확인된다’는 안내가 떴다. 개별 게시물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관련 데이터가 서버에 남아 있었다. 해당 게시물은 ㄹ사이트가 추가 삭제 조처를 취한 9월20일 이후에야 서버에서 삭제됐다.

피해가 그뿐만이 아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찾아왔다. 디성센터를 통해 삭제 요청한 건 외에 ㄱ씨 자신이 넣은 700여건 삭제 요청도 유출됐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거기엔 ㄱ씨의 개인정보와 민감한 피해 사실도 다 적혀 있었다. ㄱ씨는 다급해졌다. 구글 쪽에 자신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제공하며 ‘내 삭제 요청이 ㄹ에 유출됐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구글은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따라 삭제 요청 절차를 밟으라’는 일반적 안내만 할 뿐, 피해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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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ㄱ씨가 피해를 당한 이래 끝없이 반복한 과정이었다. ㄱ씨는 지난 5년간 삭제 요청에 일상의 기력을 다 소진해야 했다. “그저 살고 싶었습니다. 제발 살려달라는 마음으로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더 이상 피해가 반복되지 않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매번 과거의 피해를 떠올리는 과정이 괴로웠지만 “누군가 내 영상을 찾아보는 일을 막을 수 있다면…” 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러나 구글에서 받은 답변은 허망했다. ‘신고 접수 중’, ‘검토 중’, ‘해당 사이트는 구글 소유가 아니라서 조치가 어려움’ 등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무엇이 얼마나 삭제됐는지도 알기 어려웠고 설사 삭제가 돼도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이 여전했습니다. 계속 신고하는 과정도 너무 힘들어, 이제는 신고조차 포기했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9월14일 오전 서울 강남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성폭력 삭제요청 유출 사태와 관련해 구글을 규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9월14일 오전 서울 강남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성폭력 삭제요청 유출 사태와 관련해 구글을 규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ㄱ씨는 구글 포털 서비스가 “성범죄 2차 가해를 발생시키는 공간”에 가깝다고 본다. 가해자가 올린 피해촬영물은 조회수를 끌어올리며 추천 알고리즘과 연관 검색어 등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가지만, 피해자가 이를 삭제하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해서다. 이번엔 그 피해를 막으려고 제출했던 삭제 요청 기록까지 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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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윤구 구글코리아 사장의 허위 증언을 바로잡는 데 ㄱ씨가 나선 것도 이런 고통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ㄱ씨는 “사건을 인지하고 24시간 내 차단·48시간 내 삭제”했다는 윤 사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알렸다. 윤 사장 증언과 달리 ㄱ씨의 피해 게시물이 9월 중순까지도 버젓이 ㄹ사이트에 남아있었던 증거를 공개한 것이다. 제3자에게 피해를 또다시 꺼내기 싫었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느꼈다. “단순히 구글 발언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절박하게 삭제를 요청했는지 말하고 싶었다. 피해자들이 과거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도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디지털 성폭력의 끝나지 않는 고통과 ㄱ씨는 매일 싸우고 있다.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앞두고도 ‘(변화를) 기대하지 말라’는 지인의 뼈아픈 충고를 들었다. 그럼에도 ㄱ씨는 가해의 구조를 드러내려 한다. “계속 돌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제가 여기 살아있고, 앞으로도 살아가고 싶다고, 그러니 이곳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는 “구글도, 정부도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피해자 곁에 있겠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실제적인 변화와 성과로 피해자를 보호해주셨으면 합니다. 피해자에게도 잊힐 권리가 있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계속 증명하고, 삭제를 요청하고, 또다시 노출될까 걱정하며 살아가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들이 과거에 붙잡히지 않고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번 겪은 피해 때문에 평생 불안에 시달리지 않도록 구글과 정부가 책임을 다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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