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피 뽑고 쿵” 헌혈 줄었는데 부작용은 늘어 1만건 첫 돌파···뇌출혈·골절 등 사례 공유 절차도 없어
헌혈버스에서 헌혈을 하는 모습/이석우 기자
헌혈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이 지난해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헌혈 건수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부작용은 오히려 6.8% 늘었다. 헌혈을 마친 뒤 쓰러져 뇌출혈·골절 등 중상을 입는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어 충분한 휴식과 귀가 전 상태 확인 등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적십자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헌혈관련증상(부작용)은 2024년 9517건에서 지난해 1만165건으로 648건(6.8%) 늘었다. 헌혈관련증상을 전산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연간 부작용이 1만건을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반면 같은 기간 헌혈 건수는 263만9162건에서 263만5546건으로 3616건(0.1%) 줄었다. 헌혈 1만건당 부작용은 2021~2024년 35~36건 수준에서 지난해 38.6건, 올해 1~9월에는 40.6건으로 높아졌다. 올해는 9월까지 이미 7860건이 발생해,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부작용 건수는 지난해를 넘어서게 된다.
부작용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헌혈 뒤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실신하는 ‘혈관미주신경반응’이었다. 지난해 늘어난 부작용 648건 가운데 593건(91.5%)이 ‘혈관미주신경반응’으로, 전체 부작용의 절반가량(5113건)을 차지했다.
문제는 이러한 어지럼증과 실신이 낙상 등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적십자사가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즉시 보고한 ‘심각’ 등급 사고는 2023년부터 올해 9월까지 8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5건이 혈관미주신경반응으로 쓰러진 뒤 다친 ‘2차 손상’이었다. 지난해 4월 울산의 한 헌혈의집 앞에서 쓰러진 60대 남성은 지주막하출혈과 뇌부종으로 중환자실에 실려 가 두 달 가까이 입원했다. 같은 달 경남 양산의 한 고교 단체헌혈 과정에선 화장실에 가던 17세 남학생이 쓰러지며 두개골 뒤쪽에 금이 갔다. 지난달 7일에는 부산의 한 대학 헌혈버스에서 19세 여성이 쓰러져 턱관절 금속판 고정 수술을 받았다.
사고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지만, 재발 방지 조치는 미흡하다. 지난달 부산의 대학 헌혈버스에서 발생한 사고는 처음에는 ‘심각’으로 분류되지 않았다가 나흘 뒤 수술이 결정되면서 뒤늦게 복지부에 보고됐다. 지난해 5월 서울 영등포의 한 헌혈의집에서는 성분헌혈 중 항응고액과 생리식염수를 바꿔 연결해 5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사건도 있었다. 담당 직원 3명이 경고를 받았지만, 약 20일 뒤 서울의 다른 헌혈의집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곳에서 난 사고 경위가 다른 곳에 전해지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예방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는 “복지부에 사고 보고를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헌혈관련증상 개별 사건에 대한 별도 사례 공유 절차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상발생자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허 의원은 “항응고액 교차 연결 같은 명백한 과실조차 공유되지 않는다면 같은 사고는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다”며 “중대 사고는 원인 분석 결과를 전국 혈액원에 의무적으로 공유하고, 복지부가 재발방지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신을 예측할 수 없다면 헌혈 후 충분한 휴식과 귀가 전 상태 확인 등 사후 안전관리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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