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정책자금 23% ‘현금부자’ 삼성전자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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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생산적 금융’의 성패가 상당 부분 국민성장펀드에 달렸다고 본다. 잠재력이 크지만 스스로 돈을 조달하기 어려운 기업에 정책자금을 안정적으로 투입하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통해 공급되는 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현금을 쓸어 담고 있는 반도체 대기업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7일 한겨레가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 승인 내역을 분석한 결과, 올해 9월까지 심의회가 승인한 첨단전략산업기금(첨단기금) 지원 규모는 간접투자 제외 누적 8조5685억원으로 집계됐다. 첨단기금은 정부 보증 채권으로 조달한 돈과 산업은행 출연금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금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는 5년간 첨단기금 총 100조원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원 자금의 귀착지를 살펴보면 반도체 업종의 비중이 제일 컸다. 이제까지 승인된 자금의 39.7%인 3조3985억원이 반도체 산업을 향했다. 인공지능(AI)이 1조5780억원(18.4%)으로 뒤를 이었다. 인프라(1조4400억원), 디스플레이(1조3천억원), 이차전지(7700억원), 바이오(3350억원), 백신(2500억원) 등의 순이었다. 일부 자금은 여러 업종으로 중복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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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다. 총 2조원을 국고채 수준의 저금리로 대출받기로 했다. 이달까지 승인된 자금의 23.3%가 삼성전자 한곳에 투입되는 것이다. 엘지(LG)디스플레이가 1조3천억원(15.2%), 두산테스나가 5600억원(6.5%)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전자에 거액의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두고서는 펀드 설립 취지와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전례 없는 메모리 초호황을 맞아 현금을 쓸어 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에 들어간 돈을 뺀 잉여현금흐름(FCF)만 112조원에 이를 정도다. 그 결과 올 상반기 말 회사가 곳간에 쌓아둔 현금은 모두 190조원에 이르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규모가 커졌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현금이 쌓이는 속도가 당분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본다.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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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다른 경로로 이미 받아둔 정책자금도 적잖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의 모태가 된 반도체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전자에 총 3조6천억원을 연 2.5~2.9%의 고정금리로 빌려줬다. 만기는 2030~2035년이다.
이 때문에 심의회가 공급 목표액을 채우는 데 무게를 두다 보니 이런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승인이 이뤄진 올 2월 말이면 이미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00조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오던 시점이다. 최근 전망치는 300조원대 중후반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승인 당시에는 반도체가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던 상황”이라며 “어쨌든 대출 금리가 낮아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급 목표액을 채워야 한다는 어려움은 이해된다”면서도 “통상 국책은행이 ‘역마진’을 감수하고 조달하는 정책자금이 현금이 넘쳐나는 기업에 가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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