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스포츠 좋아하세요?…그럼, 이 책들은 어때요?[추석 읽어볼 만한 책]
개막 전엔 심드렁하다가도 막상 보면 열광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이날을 위해 혹사를 견뎌온 선수들이 여느 인간들은 꿈꾸지도 못할 육체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운동선수의 탁월한 움직임에 경탄하고, 운동문화의 타오르는 열기에 놀란 작가들은 이를 텍스트로 번역하곤 했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끈이론>에서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의 탁월함을 전한다. 사진은 페더러가 경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글은 번역가의 고통, 독자의 쾌락이다. 현란 혹은 요란한 문체, 치밀 혹은 집요한 묘사, 냉정과 과잉을 오가는 정서를 쉽게 옮길 수 있을 리 없다. 청소년 시절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인 테니스에 대한 에세이집 <끈이론>(노승영 옮김·알마)을 남겼다. 수록작 중 ‘살과 빛의 몸을 입은 페더러’는 최정상 운동선수에 대해 쓸 수 있는 최정상 글이다. 월리스는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를 단 20분 인터뷰한 뒤 이 명문을 썼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이 글이 페더러의 말이 아니라 몸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된 소재는 2006년 윔블던에서 열린 페더러와 숙적 라파엘 나달의 결승이다. 월리스는 “최상급 운동선수의 아름다움을 직접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도 페더러의 탁월함을 어떻게든 전하려 한다. 무지막지한 운동능력과 첨단 기술의 라켓이 테니스를 지배하는 시대, 페더러는 여전히 ‘민첩함과 기교’로 승부한다. 이 글이 쓰인 2006년 이미 세계 최고였던 페더러가 16년 뒤인 2022년에야 은퇴했다는 사실은 그의 위대함을 다시 보여준다. 월리스가 46세에 자살하지 않았다면 페더러의 은퇴 즈음 더 멋진 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피버 피치>(이나경 옮김·문학사상사)는 닉 혼비의 장편 데뷔작이다. <하이 피델리티> <어바웃 어 보이> 등 후속작이 모두 인기를 끌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요즘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는 거대 자본이 몰려 기업화·국제화됐지만, <피버 피치>는 축구가 조금 더 ‘로컬 문화’였던 시대의 분위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닉 혼비 같은 영국 남자에게 축구는 스포츠가 아니라 삶이다. 이들은 축구 때문에 기쁘고 축구 때문에 우울한 인생을 보낸다. 즐거워지려고 보는 경기 때문에 화나는 경험을 해본 적 있는 스포츠팬이라면 “고통으로서의 오락”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시간과 감정을 투자하는 일과 비판적 시각 없이 온전히 같은 대상을 응원하고 그 소속감을 갖는 것의 가치”라는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에서 원작 그대로 아스널 팬의 이야기로 영화화됐고, 할리우드에서는 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 팬의 이야기로 바꾼 <날 미치게 하는 남자>로 개봉했다.
최근 한국 사회의 큰 사랑을 받은 운동이 두 가지 있다. 야구와 달리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경기를 직관하는 매력이 2030 여성들에게도 알려지며 KBO리그는 2024년과 2025년 모두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달리기 역시 만만치 않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데다 운동 효과도 좋은 달리기는 러닝크루 바람을 타고 젊은층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열기에 문학도 탑승했다.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에서 김연수 등 소설가 10명은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사진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연합뉴스
올해 4월 나온 소설 앤솔러지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현대문학)는 김연수 등 소설가 10명이 자신이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을 주제로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LG 트윈스를 맡아 쓴 김홍 작가 소설의 제목은 ‘고양이는 김영우하고 운다’다. 위수정 작가의 ‘비공식 영구결번’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로 활약했던 전 야구선수 임수혁이 등장한다.
<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숨이 차지만>은 러닝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사진은 지난 6월5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참가자들이 달리기를 하는 모습. 한수빈 기자
김연수 작가는 야구 말고 러닝도 좋아하나 보다. 6월 출간된 러닝을 주제로 한 에세이 앤솔러지 <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숨이 차지만>(판미동)에도 참여했다. 김연수에게 달리기란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나의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는 “걷든 달리든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매일의 달리기처럼” 느려도 좋으니 “계속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를” 응원한다.
<슬램덩크>로 유명한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에게는 현재 진행형 농구 명작 만화가 하나 더 있다. 휠체어 농구를 소재로 청춘의 성장을 그려낸 <리얼>이다. 책은 사고를 치고 학교를 그만두며 좋아하던 농구부 활동도 못하게 된 노미야 토모미와 병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휠체어에 타 농구를 하는 토가와 키요하루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코믹 캐릭터도 있지만, 장애로 시한부 상태에 있거나 폐인 상태에 빠진 인물 등 주요 캐릭터의 상황을 보다 보면 먹먹한 눈물이 날 만큼 진지한 만화다. 바퀴가 빠질 것같이 휠체어를 굴리며 코트를 오가는 선수들을 그려내는 장면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팔에 경련이 올 것 같다. 1권이 나오고도 20년을 훌쩍 넘었지만 아직 진행 중인 작품으로 연재 속도가 아주 느리다. 일본에서는 올해 17권까지 발매됐고, 국내에선 지난해 16권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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