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국발 ‘알츠하이머 치매 수술’ 요법…열풍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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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후반 이후 중국 생명과학계에서는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시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전 세계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린 허젠쿠이 교수의 유전자편집 아기 출생을 시작으로 2021년엔 쿤밍이공대 연구진이 원숭이 배아에 인간 줄기세포를 주입해 키메라 배아를 만들었고, 2024년엔 인간 게놈과 93%가 일치하는 영장류인 붉은털원숭이 복제 결과가 발표돼 생명 윤리 논란이 일었다. 최근엔 사상 처음으로 뇌를 표적으로 한 유전자 교정 치료를 받은 6살 아이가 지난해 사망한 사실이 밝혀져 진상 조사가 진행 중이다.
논란을 부르는 대담한 시도들이 잇따르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하나는 2010년대 후반 ‘세계 최초·최고’를 목표로 시작된 중국의 강력한 ‘과학기술 굴기’ 정책, 다른 하나는 자체 승인만 받으면 당국 심사 없이도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느슨한 규제다. 이런 환경은 한편으론 기술 발전을 앞당기는 순기능이 있지만, 생명 윤리나 안전성이라는 보호벽을 훌쩍 넘어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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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 속에서 또 하나의 논란 거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수년 전 중국에서 바람을 일으킨 ‘알츠하이머병 치매 수술’ 요법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뇌 속에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쌓이고 엉켜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이 수술을 둘러싼 과학계의 엇갈린 시각을 소개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 수술의 정체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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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 있는 수술법은 ‘심부 경부 림프-정맥 문합술(dcLVA)’이다. 쉽게 말해 뇌에서 노폐물을 배출하는 하수도 역할을 하는 목 깊은 곳의 림프관을 인근 정맥에 연결해, 독성 단백질이 뇌 밖으로 빠져나가는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독성 단백질을 포함한 뇌 척수액의 노폐물이 혈류를 타고 더 원활하게 빠져나가도록 물길을 넓혀줌으로써 질병의 진행을 막거나 증상을 개선하려는 시도다.

우연한 발견과 ‘기적의 수술’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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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은 2019년 중국 항저우 치우시병원 원장이자 미세외과 전문의 셰칭핑 박사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당시 심한 이명(귀울림)을 앓던 환자를 수술하던 중, 목 깊숙한 곳에 있는 림프관 구조에 이상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문제 부위를 우회하기 위해 림프관을 인근 정맥에 연결했다. 그런데 수술 후 환자는 이명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인지 능력까지 좋아졌다.
뜻밖의 결과에 고무된 그는 관련 연구들을 조사한 끝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견했다. 예컨대 뇌에도 림프관이 존재하고, 생쥐 실험에서 이 림프관을 파괴하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제거가 잘 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나름 과학적 근거를 확인한 그는 2020년 세계 처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80대 남성 환자에게 이 수술을 시행했다.
그는 이 치료법을 2022년 중국 국내 학술지에 발표했다. 하지만 처음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수술이 널리 알려지게 된 건 2023년 미국에서 열린 한 외과학회에서 이 환자의 수술 전과 후를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영상 속에서 환자는 며칠만에 아들을 알아보고, 6개월 뒤엔 똑바로 앉아 대화를 나눈 데 이어, 8개월 뒤엔 병원 복도를 활기차게 걸으며 옛 군가를 읊조렸다.
이후 중국 병원들이 앞다퉈 이 수술을 시행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적의 수술’, ‘기억 회복 수술’이라고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환자들이 20만 위안(약 4천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수술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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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술 요법이 빠르게 확산되자 중국 당국은 지난해 7월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공식적인 임상 연구 외에는 시술을 금지했다. 또 수술 요법을 처음 개발한 셰칭핑은 지난해 9월 이후 구금 상태에 있다.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으나 공식 확인은 안 됐다.

미국·한국 등에서도 소규모 임상시험
과학계에선 수술이 실제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억제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네이처는 해당 분야의 연구자 20여명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조심스러운 열정과 깊은 회의론이 뒤섞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많은 연구자들은 감염, 출혈, 주변 신경 손상 등의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의 림프계 연구원 홍영권씨는 네이처에 “개념은 과학적으로 타당하고 생물학적으로도 그럴듯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지금까지 수백명을 대상으로 한 12건 이상의 연구 보고서들을 종합한 결과, 수술이 뇌척수액 속의 독성 아밀로이드베타 및 타우 단백질 수치를 낮추고 기억력과 주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효과는 전체적으론 미미한 정도이지만 큰 효과를 봤다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울산의대 홍준표 교수(성형외과)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수술 전에는 거의 걷지도 못했던 58살 여성이 수술 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걸을 수 있게 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자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환자에게서 놀라운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수술 요법은 중국 외에 미국과 한국, 싱가포르, 대만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도 소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5명을 대상으로 로봇 기술을 이용해 시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올해 말엔 유럽에서도 임상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다. 수술 요법을 주도하는 이들은 미세수술 전문의를 비롯한 외과의사들이다. 네이처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 분야의 권위자들은 여전히 이 시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질병 억제일까, 일시 호전일까
지난 2월 중국 임상의들은 남서부 구이저우성 쭌이시 제1인민병원에서 이 시술을 받은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13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수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환자들은 인지 및 기능 점수에서 약간의 개선을 보였으며 뇌척수액 내 독성 단백질 수치도 감소했다. 초음파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도 뇌 혈류가 늘어나고 기억과 관련한 뇌 신경망의 연결성이 강해진 것이 확인됐다. 네이처는 그러나 “관찰된 변화가 진짜 질병의 진행을 억제해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호전일 뿐인지 상당히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쟁점은 ‘효과의 지속성’이다. 2015년 뇌의 림프관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던 조너선 킵니스 교수(신경과학,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는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회도로는 교통 체증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흐름을 일시적을 바꿀 뿐”이라며 “마찬가지로 이 수술 요법은 일시적으로 뇌 기능 저하를 개선할 수는 있어도 애초에 병목 현상을 일으킨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결국 병목 현상은 다시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의대 홍 교수는 “사랑하는 사람이 심각한 치매로 점점 악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에게, 그리고 다른 치료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효과라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직후 증상이 즉각 호전되는 현상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시애틀 워싱턴대 의대 교수인 제프리 일리프 교수(신경고학)는 “효과가 비교적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뇌가 손상되는 질환인데, 물리적인 하수도 공사만으로 단기간에 무너진 인지 기능이 돌아오는 것은 병리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셰칭핑과 협력해온 독일 뮌스터대병원 전문의 막시밀리안 퀴켈하우스(성형외과)는 네이처에 “현재로선 수술이 효과를 내는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비수술적 대안 ‘마사지’
다른 한쪽에선 안전성 우려가 있는 수술 요법 대신 마사지 같은 비수술적 요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 분야에선 한국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두드러진다. 고규영 박사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은 생쥐 실험을 통해 얼굴 피부 가까운 쪽의 림프관을 마사지하면 뇌척수액 배출이 훨씬 원활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해 2025년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찾아낸 마사지법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뒤 두 눈 주위와 코 양 옆, 턱과 목 사이를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가볍게 눌러주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도 생쥐 실험을 통해 머리와 목 마사지가 인지 기능을 높이고, 독성 단백질 수치를 줄이는 효과를 확인한 논문을 지난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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