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천체 사진에 ‘바다의 포식자’…포효하는 우주 먼지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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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듯한 모양의 거대한 우주 먼지 구름이 올해 세계 최고의 천체 사진으로 선정됐다.
영국 왕립그리니치천문대는 ‘올해의 천체사진가’ 공모전 대상에 상어 성운 사진 ‘소리없는 포식자’를 선정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올해로 18회째인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66개국에서 약 4000점의 사진이 출품됐다.
대상이자 별과 성운 부문 우승 작품이기도 한 상어 성운은 650광년 거리에 있는 암흑 성운이다. 성운을 이루는 가스·먼지 구름의 분포 형태가 마치 바다의 포식자인 상어가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상어 성운으로 불린다. 암흑 성운이란 수소 분자 같은 가스와 먼지 입자들이 별빛을 차단할 만큼 고밀도로 밀집해 있어 어둡게 보이는 성운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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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알리 알로바이들리는 2025년 8월 쿠웨이트 자흐라주 사막에서 여러 날에 걸쳐 캠핑을 하며 28시간 이상 노출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다의 포식자가 사막 위 하늘을 배회하는 모습은 깊은 시적 아름다움으로, 우주에 대한 사랑과 사막에 대한 사랑을 완벽하게 표현한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스티브 마시(비비시 스카이 엣 나이트 매거진 편집자)는 “완벽한 구도, 선명한 디테일, 역동적인 명암 대비를 통해 사진이 생동감을 얻었다”며 “사진 가장자리까지 완벽하게 표현된 은은한 별들, 상어 전체에 걸쳐 균일하게 나타나는 희미한 먼지구름, 상어의 눈에 해당하는 뛰어난 해상도의 어두운 영역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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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부문에선 은하 ‘NGC 4753’을 찍은 ‘처녀자리의 먼지띠 교향곡’이 1위를 차지했다.
NGC 4753은 지구에서 약 6000만광년 거리에 있는 렌즈형 은하다. 렌즈형 은하는 나선 은하에서 타원 은하로 진화해 가는 중간 단계에 있는 과도기 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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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복잡하게 얽힌 먼지 띠들이 은하 핵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 먼지 띠는 과거 은하 간 상호작용이나 합병 과정에서 유입된 물질들로 추정한다. 덕분에 충격의 여파로 은하가 회전하면서 마치 거대한 예술 작품이나 지휘자의 손동작 같은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심사진은 “먼지 띠를 바라보노라면 별들의 움직임을 지휘하는 지휘봉의 끝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바오밥나무 위 하늘에 그린 별들의 궤적

하늘 풍경 부문에선 아프리카의 바오밥나무들 사이로 올려다본 ‘보츠와나의 별 궤적’이 우승을 차지했다. 카메라를 거의 땅에 닿을 듯 낮게 놓고, 위를 향하도록 해서 복잡하게 얽힌 나뭇가지들과 그 뒤에 펼쳐진 하늘을 담았다.
작가는 “보츠와나의 하늘은 빛공해가 전혀 없어서 하늘 구석구석 별들이 가득차 있었다”며 “오래되고 튼튼한 나무 기둥으로 둘러친 아치형 천장의 고딕 성당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보츠와나 은사이판국립공원에서 4시간 동안 촬영한 340장의 사진을 합성해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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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부문에선 ‘활성 영역 4122’가 1위를 차지했다.
‘4122’는 태양 표면에서 강력한 자기장 활동이 일어나는 영역, 즉 흑점 영역에 매긴 번호다. 지상에서 망원경으로 태양을 촬영하려면 관측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기상 조건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심사진은 “태양 표면의 대류 현상으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과립 구조와 그것이 흑점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놀랍도록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며 “밝은 대류 영역과 어두운 흑점 영역이 대비돼 태양이 얼마나 역동적이고 격렬한지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초승달 뒤로 몸을 숨기는 금성

달 부문 1위는 달 뒤로 금성이 숨어 들어가는 엄폐 현상을 포착한 ‘달에 걸린 금성 진주’에 돌아갔다. 초승달의 가장자리에 걸린 금성이 마치 진주처럼 빛나고 있다.
작가는 “초승달 뒤로 사라진 금성은 한 시간 후에 다시 나타났다”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금성이 달 뒤로 사라지기 시작할 때였다”고 말했다.

오로라 부문에선 올해 1월20일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왕관’이 우승을 차지했다.
심사진은 “작은 교회가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 당당하게 서 있는 배경이 환상적”이라며 “지자기 폭풍이 선사한 오로라가 예배당을 아름다운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순간을 잘 포착했다”고 평했다.

행성, 혜성 및 소행성 부문에선 ‘토성의 춘분’(또는 추분)이 1위를 차지했다.
2025년 봄 토성의 고리가 지구에서 볼 때 일(一)자 모양이어서 식별하기가 어려운 고리면 통과(ring-plane crossing) 현상이 일어났다. 지구와 토성은 대략 15년마다 이런 위치에 다다르게 된다.
사진은 몇달 후인 8월 영국에서 촬영한 것으로, 고리 위에 토성의 여러 위성이 선명히 드러나 있다. 테티스 위성이 토성 표면에 드리운 그림자도 보인다. 심사진은 “토성을 가로지르고 있는 파스텔 색조의 띠들이 마치 가까이에서 토성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더해준다”고 평했다.

사람과 우주 부문에선 ‘고대인들의 메시지’가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 깊숙이 있는 수천년 전의 암각화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는 사진이다.
이 암각회는 지구에서 1년에 뜰 수 있는 13번의 보름달을 묘사한 고대 달력으로 추정된다. 은하수의 성운들이 자아내는 붉은색, 분홍색이 지평선에 드리워진 녹색 대기광과 대비를 이루며 다채로운 색조를 만들어냈다.
대기광이란 낮 동안 태양으로부터 강력한 자외선 에너지를 흡수해 이온 상태가 된 대기 중의 기체 분자나 원자가 밤이 되어 에너지를 다시 방출(복사)하면서 빛을 내뿜는 현상이다. 작가는 “작은 조명을 사용해 암각화도 선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천년 동안 팽창하고 있는 가스 덩어리

신인 부문에선 6500광년 거리에 있는 게 성운(M1)을 포착한 ‘고대 폭발의 메아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게 성운은 1054년 지구에서 관측된 초신성 폭발 후에 남은 잔해다. 당시 중국 송나라 역관들은 이 현상을 객성(손님별)이라고 불렀다. 2025년 12월 중국 네이멍구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심사진은 “최초 폭발 후 거의 10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팽창하고 있는 가스 덩어리”라며 “경력이 1년밖에 되지 않은 천체 사진작가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세밀한 사진 가운데 하나를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청소년 부문에선 15살 소년이 촬영한 ‘미네랄 문’이 1위를 차지했다. 고대 화산 활동으로 표면에 올라온 용암이 만든 어두운 지역(평원)과 소행성 충돌로 형성된 울퉁불퉁한 밝은 지역(고원) 둘 다 잘 보여준다. 특히 표면에 분포한 철과 티타늄 매장량에 따라 주황색과 푸른빛이 오묘한 색감을 연출한다.
심사진은 “많은 이들이 달 사진으로 천체 촬영을 시작하지만 광물의 미묘한 색채까지 깊이 파고들기는 어렵다”며 어린 사진작가의 안목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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