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계절근로자 여권 ‘넉 달 넘게 보관’ 논란
전북 정읍시청 전경. 정읍시 제공
전북 정읍시가 외국인 계절근로자 59명의 여권을 넉 달 넘게 보관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읍시는 체류 관련 행정절차를 위해 제출받은 여권의 반환이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주인권단체는 사업장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23일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에 따르면 정읍시는 지난 5월 입국한 필리핀 계절근로자 59명의 여권을 보관했다.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가 지난 18일 정읍시를 찾아 여권 반환을 요구했고, 이후 여권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정읍시는 체류 관련 행정절차를 위해 여권을 제출받았으며 반환이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계절근로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했다. 정읍시 관계자는 “행정절차를 돕는 과정에서 여권 반환이 늦어졌다”며 “행정 처리가 끝난 뒤 바로 돌려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주인권단체는 정읍시의 설명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읍시가 약 2년 전부터 계절근로자가 입국하면 여권을 보관했다가 귀국할 때 돌려주는 방식으로 관리했으며, 사업장 이탈을 막기 위한 통제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정읍시는 지난 5월 말 계절근로자 143명을 대상으로 인권·노동환경 실태를 점검했다. 인권침해 여부와 고용주의 준수사항 등을 확인하는 점검이었다.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는 이 과정에서도 여권 관리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관리·감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는 정읍시 외 다른 지역에서도 계절근로자의 인권·노동권 침해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무주군에서는 임금체불 문제가 있었던 농장주에게 계절근로자가 다시 배정된 사례가 있었고, 진안군에서는 노동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 출국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네트워크는 정읍시 사례를 계기로 전북 14개 시·군의 계절근로자 여권 관리 등 인권·노동권 실태를 전수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유기만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민간 전문가와 이주인권단체, 계절근로자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전수조사와 상시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여권 등 신분증 관리 지침과 인권침해 신고·긴급구제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이번 사안을 인지한 뒤 도내 14개 시·군에 유사 사례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장 확인 때 계절근로자와 직접 면담해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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