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식 칼럼] 한겨레가 ‘북한’에 공식 국호를 사용해 질문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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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남북관계에서 바늘구멍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제가 작년 하반기에 떠올린 질문입니다. 그러던 중 올해 3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여자 축구대회에 한국과 조선이 모두 참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공식 국호를 사용해 조선 여자축구팀을 응원해보면 어떨까?’ 이러한 질문을 품고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10여명의 한국 시민으로 응원단을 구성해 호주 동포들과 3월 9일 시드니에서 열린 조선 대 중국 경기에서 ‘조선 이겨라’라고 열심히 외쳤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엔 조선 선수들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고, 다음날엔 조선 선수단장이 ‘멀리까지 와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는 뜻을 호주의 한 동포를 통해 전해왔습니다.
5월 하순 한국의 수원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 축구클럽 대회에는 조선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대회에는 200여 한국 민간단체가 공동응원단을 조직해 한국의 수원FC위민과 조선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선전을 기원하며 열띤 응원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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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런 발걸음은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으로도 향하고 있습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에선 저를 일본에 파견해 응원전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이에 저는 몇몇 지인과 여자축구 4강전과 3·4위전 및 결승전 응원에 나서려고 합니다. 조별 예선 및 8강전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한국과 조선 대표팀의 4강 진출은 무난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일동포와도 공동응원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포럼과 간담회 등을 통해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큰 혼란을 느끼고 있는 재일동포의 고충을 듣고 협력도 모색하려고도 합니다.
이 기회에 아시안게임 취재에 나선 한겨레에도 요청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겨레를 비롯한 한국 언론사의 기자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조선 선수단을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한국 기자가 ‘북한’, ‘북측’ 등의 표현을 사용해 조선 선수단이 답변을 거부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공식 국호를 사용해 질문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한국 기자가 공식 국호를 사용해 질문하고 조선 선수단이 답변하는 모습을 이번에는 꼭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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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창간호부터 ‘북괴’라는 표현을 일체 쓰지 않고 ‘북한’이라고 표기했고 또한 ‘김일성 주석’이라도 표기해, 이러한 표현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 바 있습니다. 공식 국호 사용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 한겨레의 역할이 주목되는 까닭입니다. 저는 하나둘씩 공식 국호 사용을 늘려가는 것이 ‘한겨레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제가 대표로 맡고 있는 평화네트워크는 앞으로도 ‘스포츠를 통한 한반도 평화 돌파구 찾기’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아시안게임 이후 주목되는 대회는 내년 1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세계 여자클럽축구대회 결선입니다. 아시아 대회에서 우승한 조선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진출이 이뤄지면, 재미 동포 및 미국 평화단체들과 공동응원도 준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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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대로 ‘연내’에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내고향팀이 마이애미에 가게 되면, 1970년대 미중 ‘핑퐁외교’를 연상시킬 수 있는 장면이 나올 수 있습니다. 조미정상회담이 연내에 이뤄지지 않더라도 조미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여자축구를 통해 더 이상 ‘뉴클리어 풋볼’(미국의 핵가방 명칭)을 만지작거리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실 적대적인 쌍방이 스포츠를 통해 관계개선을 이룬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양측이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을 때 스포츠를 통한 분위기 조성이 주된 흐름이었죠.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의 여정은 낯설고도 험합니다. 하지만 조선 측에서 우리를 상종하지 않겠다고 해도 스포츠를 통한 만남의 기회는 존재합니다. 우리가 공식 명칭을 사용해 조선팀을 응원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조선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저의 포부는 2028년에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아 탁구대회를 찾아 우리 시민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을 열띠게 응원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꿈을 갖게 된 데에는 제 아들의 투정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아들 녀석이 저한테 ‘북한에 가봤어’라고 묻길래, ‘일곱 번 가봤지’라고 답했지요. 그러자 ‘나도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쓰더군요.
아들 말고도 조선에 가보고 싶어하는 청소년과 청년을 많이 접합니다. 제가 ‘조선에 여러 번 가봤다’고 하면, ‘와〜’라고 감탄하면서 저를 바라보던 부러운 시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른으로서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가본 어른들은 많은데 어느덧 갈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 부끄러움을 씻고 서로가 오갈 수 있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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