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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September 14, 2026

사도광산·군함도 ‘조선인 강제동원’ 또 지운 일본···세계유산 정보책자서 언급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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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근현대 산업 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당시에 한 약속과 달리 조선인 강제노동이 행해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 또다시 역사적 과오 서술을 뺀 세계유산 가이드북을 펴냈다. 사진은 사도광산 서술(좌)과 군함도 서술 부분.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근현대 산업 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당시에 한 약속과 달리 조선인 강제노동이 행해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 또다시 역사적 과오 서술을 뺀 세계유산 가이드북을 펴냈다. 사진은 사도광산 서술(좌)과 군함도 서술 부분.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근현대 산업 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당시에 한 약속과 달리 역사적 과오를 빼놓은 세계유산 가이드북을 펴냈다. 조선인 강제노동이 행해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일본의 유네스코 가입 75주년을 기념해 자국 내 세계유산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등에 대해 소개하는 여행정보 책자가 발간돼 일본 전역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여행가이드인 ‘루루부’ 시리즈 중 하나인 ‘일본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등록 사이트를 둘러보는 여행’ 책자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추진하는 유네스코 가입 75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간됐으며 세계유산과 관련된 지방자치단체들이 제작에 협력했다. 이 책에는 지난 7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된 나라현의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를 제외한 일본의 세계유산 총 26건에 관한 소개가 실려있다.

연합뉴스는 이 책이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이 포함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2015년 등재) 지역들과 사도광산(2024년 등재)을 소개하면서 역사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14일 보도했다.

책자는 사도광산에 대해 에도막부를 지탱한 일본 최대 금 생산지였다며 17세기 이곳에서 캔 금이 전 세계 금의 약 10%를 차지했다는 등의 에도시대 당시 유명한 금 광산으로서의 면모에만 치중해 소개하고 있다.

일본은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를 포함하는 전체 역사가 아닌 역사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에도시대만 조명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책에서도 에도시대의 금광으로서 역사에만 초점을 맞추고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도 광산은 에도시대에는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뒤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이용됐고 1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노역에 동원됐다.

이 책은 사도광산 유적지 내부에 “광산 갱내에서 일하는 장인(職人)들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라고도 소개했는데,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언급 없이 광산 노동을 소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은 “일은 가혹했지만, 당시의 그들은 굉장한 고임금을 받고 있었다”며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들이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던 사실도 희석하고 있다.

이 책이 일본 세계유산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을 지우는 방식은 사도광산뿐 아니라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가 포함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책은 메이지 산업혁명유산에 대해 “사무라이들에 의한 근대화 프로젝트의 증거”라고 치켜세우며 “에도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일본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속도로 산업혁명을 달성한 것을 알려주는 유산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메이지 산업혁명유산을 소개한 2페이지 중 1페이지를 군함도 소개에 할애하며 “첨단 기술을 갖췄던 해상도시 군함도”라고 서술했다.

군함도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하시마 탄광에 대해서는 “세계 유수의 해저광산으로서 국내외 석탄 수요를 뒷받침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가 포함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전후해 일제강점기 때 이뤄진 조선인 강제 동원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공식 약속한 바 있으나 지키지 않고 있다.

과거사를 소개하겠다면서 2020년 군함도와 멀리 떨어진 도쿄에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조선인 동원에 대한 소개가 아닌 자국 산업화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채웠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본이 메이지 산업혁명유산과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이후 국제사회와 약속을 저버린 데 대해 한국 정부는 사도광산 등재 이후 일본 측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의 희생자 추도식을 열고 있다. 올해까지 3년 연속이다.

일본 정부가 12일 열린 올해 일본 사도 광산 추도식에서도 ‘강제 노동’을 언급하지 않았다. 202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열린 추도식에서 3년 연속 강제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사도 광산 희생자 추도식은 광산에서 일한 모든 이를 기리기 위한 행사로 일본이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 측 협조를 얻는 과정에서 합의된 것이다.

약 70명이 참석한 가운데 30분가량 진행된 행사에서 외무성 하마모토 유키야 국제문화교류심의관은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했지만 ‘조선인 강제 노동’은 끝내 거론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노동 환경이 참혹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선인 강제 동원은 부인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올해로 3년 연속 추도식에 불참했다. 외교부는 지난 9일 “올해 추도식이 온전히 개최될 수 있도록 일본 측과 진지하게 협의를 이어왔으나 핵심 쟁점에 대해 상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조선인 노동을 강제노동 관련 조약상 ‘강제 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국 측이 ‘강제성’ 표현을 요구할 경우 타협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에 “당분간 따로 추도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사도 광산의 역사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박물관에는 조선인 노동자가 있었다는 사실 외에 이들이 강제로 끌려왔다는 내용은 빠져있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은 사도 광산의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결정문을 채택했지만, 일본 정부는 결정문에 ‘강제 노동’이나 ‘강제 동원’이라는 직접적 문구가 없었다는 이유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 7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당시 약속과 달리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정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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