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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 2026

“오래 사는 것 넘어 ‘존엄하게 사는 것’이 목표 돼야”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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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건강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노인의 존엄 유지야말로 ‘노인병 시대 의료 전환’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건강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노인의 존엄 유지야말로 ‘노인병 시대 의료 전환’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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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존엄은 임종 시에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노인들이 일반 생활에서도 자신의 뜻과 삶의 방식을 최대한 존중받으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더욱 중요합니다.”

지난 9월21일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서울대병원 교수실에서 만난 조비룡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바로 이 존엄 유지야말로 ‘노인병 시대 의료 전환’의 궁극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만성질환 관리, 노인의학, 건강노화, 갱년기 건강관리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며 일차의료와 지역의료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제도 연구에 참여해왔다. 또 정보기술(IT)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노쇠 예방, 생활습관 개선, 재택의료 등 예방 중심의 노인의학을 꾸준히 강조해온 예방의학·노인의학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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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비룡 교수와 함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 였다. 이휘 전공의(왼쪽부터), 김지영·윤재문·조비룡·황서은 교수, 김주리 간호사, 박은미·정지영·박은하 직원. 서울대병원 제공
조비룡 교수와 함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 였다. 이휘 전공의(왼쪽부터), 김지영·윤재문·조비룡·황서은 교수, 김주리 간호사, 박은미·정지영·박은하 직원. 서울대병원 제공

그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존엄을 지키며 사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의료의 목표도 단순한 수명 연장을 넘어 , 건강수명을 늘리고 삶의 질과 존엄을 함께 지키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종기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전 과정에서 ‘자기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존엄의 핵심이라 할 때 진료 방식과 돌봄 체계도 이를 잘 실현할 수 있도록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어 “노인의 존엄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서로 상충하는 목표로 볼 필요는 없다 ”며 “노쇠를 예방하고 기능을 오래 유지해 불필요한 입원과 시설 의존을 줄인다면 , 존엄을 지키는 의료가 결과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방향과도 맞닿을 수 있다 ”고 설명했다 .

조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노인포괄평가, 에이징 인 플레이스, 요양병원의 역할 확대를 통한 아급성기 환자 진료 확충 등을 “노인의 존엄을 제대로 지켜내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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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노인포괄평가와 관련해 “단순히 특정 질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노인포괄평가를 통해 신체·정신 기능 상태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노인의 건강을 포괄적으로 진료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각 노인의 삶의 목표와 기능 수준에 맞는 치료 방침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재택의료와 에이징 인 플레이스도 노인 존엄의 핵심축으로 짚었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노인이 익숙한 집과 지역사회에서 건강관리를 받으며 가능한 한 오래 생활하도록 지원하는 개념으로, 병원 중심 치료에서 ‘살던 곳’ 중심 돌봄으로 축을 옮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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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집과 지역사회에 기반한 돌봄이 노인 삶에서 존엄성을 더욱 잘 지켜줄 수 있다”며 입원과 시설 중심의 고비용 돌봄에서 지역사회 기반의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조 교수가 존엄과 관련해서 가장 힘주어 말한 키워드는 ‘예방’이었다.

그는 “노인의 건강관리는 아플 때 뭔가 시작하는 것보다 건강할 때, 일상생활을 할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예방 활동을 통해 ‘노쇠’를 늦추는 것이야말로 노인들이 존엄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노쇠를 “노화로 인한 질병과 기능 저하가 겹쳐 나타나는 상태”로 보고, 이를 늦추기 위해 의학적 기술뿐 아니라 식사·운동·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요법이 필수라고 강조해왔다. 근감소증 예방과 일상생활 수행능력 유지를 위해 근력, 보행속도 등 신체 기능 지표를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여러 건강강좌를 통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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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신체 기능 유지와 생활습관 관리가 결국 노인의 자립을 지키고, 의료 시스템 부담을 줄이며, 존엄을 유지하는 예방적 기반이 된다고 설명한다.

조 교수는 그러나 예방 정책은 이런 개인의 노력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노인의 존엄 유지를 위해서는 의료·돌봄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는 정부, 의료계, 시민이 모두 함께 노력할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정부는 의료 현장을 지원하고, 건강 정보를 법·제도로 뒷받침하며, 잘못된 건강 정보에 제재를 가하는 등 전체 시스템을 조망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와 노인단체들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더 많은 일반 노인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현장의 목소리를 공론장으로 끌어내는 데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또 노인 존엄 유지를 위해 도입해야 할 중요한 제도로 “노인병(노인의학) 전문의 제도”를 꼽았다. 조 교수는 노인병 전문의를 “노인 개개인을 진찰할 때 세부 분과의 질병 기준만이 아니라 기능, 질환, 환경, 삶의 목표를 함께 고려해 보는 의사”라고 정의한다. 조 교수는 “노인병 환자는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어떤 한 방향으로 진료 방향이 수렴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개별 노인의 상황이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주치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세부 분과 중심의 시스템에서는 노인병 환자들이 복약하는 약의 개수와 불필요한 시술을 줄이며 생활·기능 중심 진료를 제안하는 노인병 전문의가 ‘귀찮은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면서도 “바로 이런 역할이야말로 노인의 존엄을 지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는 내과·가정의학과 수련 후 추가 교육을 통해 노인의학 자격을 부여하는 등 노인병 전문의 제도가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제도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노인병 전문의 제도가 없다”는 그의 지적은, 역설적으로 ‘노인의 존엄’을 새로운 의료 목표로 삼아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음을 일깨운다. 노인의 건강·삶·존엄을 중심에 둔 의료체계로의 전환은 벌써 진행형 단계에 들어섰으며, 그 변화의 방향을 구체화해가는 일이 우리 앞에 과제로 놓여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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