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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14, 2026

‘쌀 대국’ 인도 가뭄, 태국은 폭우…세계의 식탁 덮친 엘니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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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타이 방콕의 야오와랏 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며 식사하고 있다. 타이 상무부 무역정책전략실(TPSO)에 따르면, 신선식품과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타이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82%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EPA 연합뉴스
지난 8일, 타이 방콕의 야오와랏 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며 식사하고 있다. 타이 상무부 무역정책전략실(TPSO)에 따르면, 신선식품과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타이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82%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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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쟁반에 밥이나 빵, 다양한 채소와 고기를 담아 차려내는 인도의 전통 음식 ‘탈리’(thali)는 한국의 백반 정식처럼 인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대중음식이다. 식당에서 탈리를 주문하면 구성품 대부분을 ‘무한 리필’해주기 때문에 저렴하고 푸짐하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인도 사람들은 탈리 한 접시도 마음 놓고 먹지 못할 정도로 식료품 물가가 치솟았다. 인도 중앙통계청(NSO)의 8월 소비자 물가를 보면, 생강 74%, 양파 48%, 마늘 44%, 설탕 24%, 닭고기 14%, 달걀 11% 등 주요 식료품 값이 한해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한달 생활비의 절반을 식비로 쓰는 인도의 농촌 가정은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음식 소비가 급증하는 11월 힌두교 최대 명절인 빛의 축제 디왈리(Diwali)를 앞두고 인도 사람들은 더욱 애를 태우고 있다. 인도 중부 텔랑가나주 하이데라바드 교외 지역에 사는 카타 스리니바스는 지난 5일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식료품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내 월급이 오르는 건 아니다. 쌀, 채소, 식용유가 한꺼번에 오르면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뉴델리 교외 지역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시밤 파우즈다르는 지난달 15일 블룸버그에 “값을 올리면 고객이 발길을 끊기 때문에 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며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파는 인근 노점상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 쌀부터 잎채소, 기호품까지 줄줄이 상승

인도에서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매해 6월부터 시작되는 넉달간의 우기인 몬순 시기에 평년만큼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인도 기상청(IMD) 통계로는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의 우기 강우량이 평년보다 12.6% 적었다. 2015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약한 몬순 시기를 보낸 것이다. 가뭄이 길어지다 보니 농작물 수확이 예년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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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뭄은 올해 유난히 심한 엘니뇨 현상에서 비롯됐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으로, 평년보다 2도 상승하면 ‘슈퍼 엘니뇨’, 그보다 훨씬 파괴적이면 ‘고질라 엘니뇨’로 불린다. 올해의 경우 2도 이상 오른 슈퍼 엘니뇨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엘니뇨 현상은 기록적인 폭염, 홍수, 가뭄 등 기상 이변을 일으켜 식료품 물가에 큰 영향을 준다. 여기에 4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2월 말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까지 겹쳐 전세계 농작물과 연료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인도의 월별 식품 물가 상승률도 올해 1월 2.13%에서 8월 5.95%로 올랐다.

특히 쌀 생산이 크게 줄었다. 쌀은 아시아인의 주식이자 아시아 지역에서 90%가 생산된다.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인도에 예년만큼 비가 내리지 않자, 쌀 수확량이 타격을 입었다. 인도 쌀수출업협회 회장 크리슈나 라오는 지난달 17일 로이터 통신에 “2026~2027년 회계연도 쌀 생산량이 강우량 저조로 인해 직전 회계연도보다 약 1천만톤 적은 1억4400만톤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전년도만 해도 역대 최대 쌀 생산량인 1억5400만톤을 달성했는데, 올해는 약 6.5%가 감소한 것이다. 2009~2010년 회계연도 이후 1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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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들의 탈리. 소셜미디어 엑스 갈무리
인도인들의 탈리. 소셜미디어 엑스 갈무리

올해 극심한 엘니뇨 현상으로 다른 아시아 주요 쌀 수출국도 타격을 입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국제 쌀 가격의 기준인 5% 파쇄미의 타이(태국)산 월별 가격은 올해 2월 1톤(t)당 409달러에서 9월 1톤당 482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달 374달러에서 28% 상승한 수치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를 번갈아 겪은 결과다. 안남미(장립종) 수출 세계 2위인 타이는 지난 8월 말부터 6주 이상 이어진 폭우로 전국 42개 주에서 약 26만3천헥타르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2011년 이후 15년 만의 최대 규모 홍수를 겪었다. 침수 농경지 중 약 80%가 쌀을 생산하는 논이었다.

인도, 타이와 함께 세계 3대 쌀 수출국에 속하는 베트남은 엘니뇨 영향으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며 중남부를 중심으로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베트남 중부에서 쌀농사를 짓는 농부 응우옌반쭝은 지난 7월 블룸버그에 “비료를 세번이나 줬는데도 물이 부족해 벼가 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뭄으로 쌀 생산량이 급감해 내수 쌀값이 크게 올랐다. 베트남의 쌀값은 지난 2월 1톤당 349.1달러에서 9월 418.5달러까지 치솟았다. 쌀 무역상들이 비축량을 늘리다 보니, 베트남 쌀 호가가 즉각 반응하며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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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도쿄를 중심으로 140년 만에 최장기간인 37일 연속 비가 내리며 농작물 수확에 비상이 걸렸다. 오랫동안 지속된 비로 일조량이 급감하면서, 도쿄 인근 농업 지역의 작물 피해가 상당하다. 특히 잎채소 가격이 급등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이번달 배추, 양상추, 피망 가격이 최근 5년간 10월 평균치보다 3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호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세계 주요 커피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가뭄과 산불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난달 26일 닛케이아시아는 전했다. 일조량이 줄고 수분 공급이 줄어들면서 커피나무의 개화가 방해받고 열매가 잘 자라지 않았다. 미국 농무부(USDA)는 올해와 내년 인도네시아의 생커피콩 생산량이 2025년보다 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8일 타이 방콕의 야오와랏 시장에서 사람들이 채소와 음식을 구매하고 있다. 타이 상무부 무역정책전략실(TPSO)에 따르면, 신선식품과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타이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82%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EPA 연합뉴스
8일 타이 방콕의 야오와랏 시장에서 사람들이 채소와 음식을 구매하고 있다. 타이 상무부 무역정책전략실(TPSO)에 따르면, 신선식품과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타이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82%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EPA 연합뉴스

올해 유난히 극심한 엘니뇨, 전세계 식량 위기 가중

올여름 강력한 엘니뇨 현상을 예보했던 세계기상기구(WMO)는 앞으로 몇달 동안 엘니뇨 현상이 더욱 강화돼 올해 말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구는 지난달 3일 낸 성명에서 “2027년 2월까지 엘니뇨가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100%로, 엘니뇨의 영향은 내년까지 지속된다”며 내년에도 홍수, 가뭄, 폭염 등 극심한 기상 이변 현상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 셀레스테 사울로는 “전세계 지역사회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가뭄과 홍수로 인한 혼란과 파괴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식량가격에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수브라마니암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비영리 싱크탱크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한 행사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에 이어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기상 이변까지 겹치며 향후 몇달 안에 전세계가 심각한 식량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치솟는 생활 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세계 가정에 엘니뇨 현상이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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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엘니뇨 현상의 강도가 심해지면 세계 식량 원자재 가격이 최대 15.8% 급등할 수 있으며, 전세계 식량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기간을 고려하면 가격 상승의 여파가 2028년 하반기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각국에서 빠듯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서민들의 삶도 함께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카레프 라피수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재난위험감축국장은 “농업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빈곤선 아래에 머물 수도, 간신히 그 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며 “동남아시아 각국이 생산 수준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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