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리아 방 감독 “뿌리 언어 잃으면 죄책감과 수치심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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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각) 토론토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밤’에서 열린 ‘씨제이 앤드 티프(CJ & TIFF) 케이(K)스토리 펀드’(이하 케이스토리 펀드) 수상자 세명 가운데는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이 한명 있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일상을 그린 시트콤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김씨네 편의점’(2016~2021) 막내딸 재닛 역의 앤드리아 방(37)이 장편영화 프로젝트 ‘아이 돈트 언더스탠드’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케이스토리 펀드는 북미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신인 창작자 세명을 선정해 기획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2023년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씨제이문화재단, 영화진흥위원회가 손잡고 만들어 올해 3회를 맞았다.
‘김씨네 편의점’에서 보수적인 한국식 사고방식을 가진 아버지와 늘 티격태격하며 이민 2세의 정체성을 유쾌하게 보여줬던 재닛과 앤드리아 방은 여러모로 닮았다. 캐나다 밴쿠버에 이민 와 세탁소를 차린 한국 부모에게서 1989년 태어난 앤드리아 방은 대학에서 심리학과 연극을 전공했다. 그는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의사나 변호사가 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예술가는 가난하다’며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했다”고 밝혔다. ‘김씨네 편의점’의 성공 뒤엔 가장 든든한 지지자가 됐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같은 말을 하며 딸을 염려한다고 덧붙였다.

케이팝이 세계적인 문화가 되기 전인 10대 때 한국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큰 영향을 받았다는 앤드리아 방은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한 단편영화 ‘플레이데이트’로 2015년 데뷔했다. “고민 끝에 연기를 전업으로 하기로 결심했지만, 저 같은 아시아계 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많지 않았고 고정관념에 갇힌 캐릭터가 많았어요. 그래서 직접 각본을 쓰기 시작했죠. 독립영화를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렵지만, 영화를 통해 누군가를 웃게 하거나 자신의 모습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게 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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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김씨네 편의점’ 속 그의 연기뿐 아니라 그가 쓰고 연출한 모든 작품에도 녹아 있는 가장 중요한 코드다. 이번 수상작 ‘아이 돈트 언더스탠드’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싱글맘이 한국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자신에게 남긴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할머니의 유령을 만나며 겪는 고군분투를 코믹하게 그렸다.

그의 작품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특징은 한국어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자신처럼 배우로 활동해온 언니 다이애나 방과 함께 만든 단편 ‘가라오케 마마스’(2018)는 이민 1세 중년 여성 세명을 주인공으로 해 전체를 한국어로 촬영했다. 또 다른 공동 연출작 ‘원 라스트 워크’(2026)는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한국계와 중국계 노년 여성이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면서도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순간을 유쾌하고 아름답게 그렸다. ‘아이 돈트 언더스탠드’에서도 주인공은 할머니 유령이 늘어놓는 한국어 잔소리를 알아들어야 하는 까다로운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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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자유롭게 말하기는 어려워 한국어로 쓰고 연출하는 데 어려움은 있다”며 “한국어에 능통한 친구들이나 배우들, 번역가와 협업하고, 때로 어머니가 도움을 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굳이 한국어를 중요하게 쓰는 이유는 뚜렷했다. “영화인으로서 제 목표는 사람들 사이에 이해와 연결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한국계 캐나다인 2세로서, 계승어를 잃으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까지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요. 다른 이민 2세와 그 이후 세대의 경험을 조사하면서, 자신의 뿌리가 되는 언어를 잃어버린 데 대해 많은 이들이 깊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됐고, 이 문제야말로 꼭 탐구해볼 가치가 있는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캐나다의 한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보고 봉 감독과 배우 김혜자의 팬이 됐다는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물냉면과 막걸리를 꼭 챙겨 먹는다”며 “한국에서 영화 촬영을 하거나 일할 기회가 생겨 한국 음식을 더 오랫동안 더 많이 먹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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