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행정처장 침묵 깨고 적극 대응, 강 대 강 전환에 법원 내부 우려도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눈을 감고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침묵을 깨고 12·3 내란부터 최근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둘러싼 각종 비판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도 이에 맞춰 의원들 질의에 응수했다. 피감기관이 이례적으로 국정감사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법원행정처가 정부·여당과 강 대 강 전면 대결에 나섰다는 평가가 9일 나온다. 법원 일각에선 “사법부 전체가 정부·여당을 적으로 돌리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직접 준비한 원고를 꺼내 청와대와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간섭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12·3 내란은 위헌이고, 대법원이 협조한 적 없다’는 입장도 처음 직접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두고도 “침묵하거나 소홀히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대법관 인선 문제로 정부·여당과의 갈등이 극에 치닫고 나서야, 여러 의혹에 대해 부인하며 경위를 밝히고 나선 것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도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 업무추진비 의혹 등을 지적하는 의원 질의를 강하게 대응했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연달아 기각한 점을 지적받자, 노 처장은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관여하시길 바랍니까”라고 반문했다.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의혹에 대해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장이 알았기 때문에 (담당 직원을) 징계위원회에 청구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노 처장은 “대법원장이 그렇게 한가한 분이 아니다”라며 조 대법원장이 경비 처리 과정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두둔했다. 법왜곡죄 도입 뒤 법원행정처가 법관 대상 소송을 어렵게 만드는 직무소송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지적에는 “지나친 억측이고 과대 해석한 것이다.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한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이러한 강경 태세가 향후 대법관 증원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한다. 대법관 증원을 앞둔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인사 주도권을 빼앗기면 행정부가 사법부 최고법원 구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A고법판사는 “조 대법원장이 이번에 (대법관 후보 제청을) 양보하면 후임 대법원장도 청와대가 원하는 인물을 제청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내란 사태 등에 입장을 밝힌 것은 사법부 내부 동요를 다잡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그간 법원 내부에선 서부지법 사태 때 조 대법원장이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일선 법원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해왔다.
반면 여권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정치’를 한다고 주장한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이튿날인 지난 7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조 대법원장을 두고 “정치적 고비에는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아주 극적인 방식으로 극대화해서 분출하더라”라고 말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국정감사 때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고, 조 대법원장은 “그런 말씀은 너무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고 답했다.
대법원이 정부·여당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게 일선 법원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 법원의 B고법판사는 “조 대법원장이 마음먹고 원래 하던 생각을 말한 것 같다”면서도 “대법원장의 강경 대응으로 사법부 전체가 청와대를 적으로 돌리는 것처럼 비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선 지법의 C판사는 “타협에 실패한 책임은 대법원장에게 있는데, 잘못하면 판사들 전체의 잘못으로 되돌려 받을 것 같다”며 “일선 판사들의 처우가 걱정된다면 정부·여당과 이 문제를 얼른 타협하고 예산 협조나 받아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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