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도 작품…공장식으로 뚝딱 찍어내면 못 버텨요”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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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어딜 가든 휴대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다. 흥미로운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무한 스크롤로 재생되는 영상 보기에 강한 중독성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유튜브 쇼트폼은 연령대를 초월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자와 구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쇼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높은 조회수가 유일한 목표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데이(가명)를 만나 들은 쇼트폼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세계는 그보다 훨씬 다층적이었다.
“무조건 성실해야 합니다. 거의 매일 영상을 올려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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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를 만들기 시작했을 무렵 데이가 깨달은 사실이다. 처음부터 쇼트폼을 택한 건 아니었다. 몇년간 게임 방송 유튜버로 활동하다가 방송 내용을 편집해 롱폼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러나 도무지 수익이 나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편을 꾸준히 업로드했지만 수익 조건을 충족하기가 어려웠다. 12개월 동안 시청 시간 4천시간, 구독자 1천명 이상이 되어야 돈을 벌 수 있었다.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몇달간 쉬면 다시 제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구조였다.
“정해진 기준치를 달성하지 못해 초반에 접는 사람이 70%는 될 거예요.”
데이는 피나는 노력 끝에 기준치를 달성했다. 그렇게 번 돈이 한달에 28만원.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에 비하면 실소가 나올 정도로 적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입금 내역에 찍힌 구글이라는 입금자명을 본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첫발을 들였음을 실감했던 날이다.
유튜버의 수익을 관리하는 구글 애드센스는 이런 문구를 내세운다. ‘트래픽을 수익으로 전환하세요.’ 그 말이 데이에겐 트래픽이 곧 화폐가 되는 신세계로의 초대장처럼 느껴졌다.
“수익 창출까지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저에게 틈틈이 알려줬어요. 시청 시간과 구독자 수를 바탕으로 만든 통계를 보여주면서요. 설계된 시스템이죠.”
수익이 나기 시작하자 데이는 환율에 관심이 생겼다. 수익이 달러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때마침 은행에서 유튜버 전용 예금 상품을 소개받았다. 사회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디시에서 쇼트폼 수익이 높다는 말을 들었어요.”
디시인사이드엔 영상 크리에이터를 위한 갤러리가 있다. 거기서 정보를 얻은 데이는 처음엔 재미 삼아 쇼츠를 만들었다. 쇼츠의 수익 달성 기준이 매우 엄격해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데이가 처음 쇼츠를 만들기 시작했을 땐 구독자 1천명, 3개월 안에 조회수 1천만회를 넘겨야 했다.(내년 2월부턴 신규 크리에이터의 경우 조회수 2천만회로 변경된다.)
“별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쇼츠 하나의 조회수가 터졌어요. 700만회를 찍었죠.”
첫달에 한화로 받은 돈은 230만원. 롱폼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30초짜리 동물 영상 하나가 가져다준 수익이 훨씬 컸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쇼트폼에 뛰어들었어요.”
롱폼에 비해 쇼트폼은 품도 적게 들었다. 편집을 포함해 하루에 3시간만 투자하면 충분했다. 단, 매일 한편씩 올리는 성실함이 필요했다. 오랫동안 업로드 활동을 쉬면 수익 달성 기준을 처음부터 다시 충족해야 하는 원칙은 롱폼과 같았다.
“초창기엔 하루에 한편씩 올리다가 나중엔 채널을 두개로 늘려서 두편씩 올렸어요. 하루에 평균 6시간 정도 일하고 주말에도 안 쉬었죠.”
채널이 두개로 늘었으니 단순하게 계산하면 수익도 두배로 늘어야만 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700만 조회수는 초심자의 행운으로 된 건가 싶더라고요. 그때 많이 힘들었어요.”
도무지 조회수가 상승하지 않자 데이는 잠을 줄이며 하루에 영상을 서너개씩 올리기 시작했다. 구독자의 연령대를 세세하게 분석하느라 일하는 시간도 부쩍 길어졌다. 하루에 10시간 노동은 기본이었다. 그렇게 휴일 없이 일하며 2년간 쇼트폼 제작에만 몰두했다.
“두번째 채널의 수익이 너무 안 났어요. 이유를 알고 싶어서 알고리즘 공부를 시작했죠.”
힘들었던 그 시기에 첫번째 채널의 수익도 동반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재사용 콘텐츠 경고문이 날아와 수익이 박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데이는 자료를 조사하고 편집 툴을 사용해 영상을 만들고 마이크로 음성을 입히는 제작 과정이 담긴 3분짜리 해명 영상을 만들어 구글에 보냈다. 검토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피가 말랐다. 다행히 결과가 좋게 나왔지만 알고리즘에서 배제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버림받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조회수가 확 떨어졌거든요. 복구하느라 정말 힘들었죠.”
그 말을 듣자 채널을 아무 탈 없이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다. 데이의 주장대로 알고리즘의 선택과 배제가 유튜브 생태계에서 작동하고 있다면 절대로 눈 밖에 나선 안 될 테니까.
“쇼츠만 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톡방이 있는데 재사용 콘텐츠 검열 기간엔 난리가 나요.”
실제로 그가 보여준 단톡방엔 수천명의 크리에이터가 속해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중위 이상의 소득을 버는 데이는 현재 3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수입이 가장 적은 달엔 20만원, 많은 달엔 350만원 정도를 번다. 일주일에 하루는 쉬지만 그날도 다른 사람이 만든 쇼츠를 보느라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한다.
“종일 쇼츠에 갇혀 있는 게 좀 힘들어요. 내 거 만들고 다른 사람 것도 계속 봐야 하니까.”
그럼에도 일을 그만둘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데이는 쇼츠의 세계도 산업 지형이 계속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쇼츠와 이커머스 쇼핑의 결합이다.
“유튜브는 중개만 하고, 쿠팡이나 씨제이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쇼핑 태그를 달아놔요. 쇼트폼 제작자가 제품을 검색해서 태그하면 판매가의 9%를 수수료로 받는 구조인데, 시청자가 제품을 구매해야 받을 수 있어요. 저는 이게 쇼츠 산업의 방향성을 크게 바꿔놓을 거라고 전망해요.”
쇼핑 태그를 통해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다 보면 아무래도 잘 팔릴 만한 상품이나 그 시기에 유행하는 소비 현상을 바탕으로 쇼츠를 만들게 될 것 같았다. 내 말에 데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죠. 예를 들어 채소 재배 키트를 쇼핑 태그로 건다고 가정했을 때,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쇼츠를 만들어요. 어떤 상품을 태그할지 생각한 뒤에 영상을 기획하는 거죠. 영상 테마와 쇼핑 제품이 다르면 경고받으니까.”
이커머스 쇼핑과 쇼츠가 결합되면서 이 직종에 뛰어든 사람이 더 많아졌을 것 같았다. 그러나 데이는 그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라며 정해진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쇼핑 태그를 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또한 구독자 1천명, 3개월간 조회수 1천만회의 벽을 넘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데이는 롱폼에서 쇼트폼으로 전향하며 5년 동안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살아왔다. 근래 들어선 주말에 하루는 쉬고 있지만, 그 전까진 일주일 내내 쇼츠를 만들었다. 도망치고 싶은 날도 많았을 것이다.
“재택근무라는 장점은 아침에 눈을 뜨면 곧 회사라는 단점도 같이 생기잖아요. 일과 사적 시간을 분리할 수가 없어요. 쉴 때도 자꾸 일하게 돼요. 다른 사람들은 쉴 때 쇼츠를 보는데, 저는 영상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쇼핑 태그를 걸면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쉬지 말자는 생각을 자꾸 해요. 그래서 강제로 쉬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밖으로 나가 쇼츠에서 멀리 벗어나는 시간을요.”
관심 경제의 선두에 있는 직종은 대부분 비슷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데이는 공들여 만든 좋은 콘텐츠가 외면받고, 뜻밖의 콘텐츠가 인기를 얻을 때면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게다가 해마다 바뀌는 수익 달성 기준이 점점 더 혹독해져 조회수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론 저라는 사람을 콘텐츠로 쓴 쇼트폼을 제작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그러면 상황에 따라 멘털이 흔들리는 게 그나마 덜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지금은 사람들이 관심 보일 만한 걸 끊임없이 찾아다니고 있지만, 앞으론 저 자신에게서 찾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인터뷰 말미에 들은 뜻밖의 말이었다. 관심 경제 산업의 핵심은 타인이 좋아할 만한 것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여겼으나 그의 말은 반대 의미로 들렸다.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저는 쇼츠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제 목소리와 편집 기술이 들어가고, 웃긴 포인트를 한참 고심해서 만든 거잖아요. 창의적인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이 일과 잘 맞을 수 있어요. 그런데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공장식으로 뚝딱 찍어내겠다고 생각하면 절대 못 버텨요. 조회수는 들락날락하니까 영원하지 않거든요. 저는 쇼츠와 쇼핑의 결합도 사람 냄새가 나야 결국 잘될 거라고 전망해요.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쇼츠를 보다가 생필품도 구매하는 거죠. 그래서 친근한 이웃 같은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그 말을 듣자 나도 쇼트폼 크리에이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제작 방법을 배울 수 있는지 물었더니 데이는 단박에 나를 말렸다.
“지금은 너무 레드 오션이라 큰 각오가 필요해요. 잘나가던 사람이 쇼츠 접고 중장년 대상으로 유료 강의를 하고 있으니까요. 저에게도 그런 제안이 왔는데 거절했어요. 왜냐하면 온라인에 이미 관련 정보가 충분히 있고, 가장 중요한 편집법과 알고리즘은 가르칠 수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그 사람의 센스예요. 평소에 사회와 대중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있는지가 영상에 다 드러나는데, 붙잡고 가르친다고 되겠어요.”
데이는 남에게 배우는 것보다 자기만의 시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쇼트폼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건 도파민을 자극하는 실력만이 아니다. 사회와 타인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자기만의 신념,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길 꿈꾸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다.

이서수 작가
이서수 작가 l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 ‘엄마를 절에 버리러’ ‘몸과 고백들’,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 등을 썼다.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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