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라 상태로 버려진 피해자, 가해자 소유 ‘무허가 쪽방 거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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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주택가 골목에서 미라화된 주검으로 발견된 피해자가, 주검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건물주 소유의 ‘쪼개기 무허가 쪽방’에 거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지역은 1960년대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숙소였던 이른바 ‘벌집’ 주택이 공단의 쇠락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거주지로 바뀌면서, 전입신고 없이 운영되는 등 사실상 복지·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곳으로 알려졌다.
3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 27일 구로구 주택가 골목 쓰레기 더미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ㄱ씨가 거주한 주택은 건축물대장상 1가구로 등록돼 있으나 실제로는 19개의 방으로 쪼개져 있었다. 옆 건물에 거주하는 신아무개씨는 “ㄱ씨가 이곳에 살았다”며 “이 동네 산 지 12년 됐는데, 사람 죽어 나가는 걸 본 것만 세번째”라고 말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해당 주택은) 1가구로 등록되어 있어 무단으로 방을 쪼개 썼다면 위법 사항”이라며 “무단으로 대수선한 위반 건축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해당 주택의 주인인 80대 남성 김아무개씨는 ㄱ씨의 주검을 비닐봉지와 신문지 등으로 싸 인근 골목에 유기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ㄱ씨가 거주한 쪽방 건물은 그가 주검으로 발견된 골목과 3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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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겨레가 주택 안으로 들어가 보니, 다닥다닥 붙은 알루미늄 문마다 유성 마커로 ‘201’, ‘202’ 등 방 번호가 적혀 있었다. 문을 열면 간이 개수대와 세탁기, 냉장고가 들어찬 좁은 방이 나오고, 화장실은 건물 밖 야외 공용화장실 한 곳뿐이다. 건물 우편함에는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는데, 겉봉에 적힌 수취인만 12명에 달했다. 세입자인 중국 동포 박아무개씨는 “집 밖에 거의 나가지 않아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이 ‘관리 사각지대’였다고 증언했다. 인근 주민 ㄴ씨는 “보증금이나 계약서 없이 매달 20만원가량을 집주인에게 보내며 사는 구조로 안다”며 “집에 거주할 때 전입신고를 해야 하는데, 저 집은 그런 걸 안 하니까 누가 죽었는지를 모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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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거주한 구로2동은 1960년대 구로공단 여공들의 숙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을 불법으로 쪼갠 ‘벌집’·‘닭장집’이 밀집했던 곳이다. 공단이 쇠락하며 노동자들이 떠난 빈자리를 현재는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피해자 ㄱ씨는 중국 국적의 미등록 체류자 신분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제도 미비 탓에 거주민들은 법적·행정적 보호망에서 제외돼 있다.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쪽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2000년대 초반 쪽방상담소 지정 대상에서 빠진 구로동 쪽방 주민들은 주거 취약계층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2019년 연구 당시에도 구로동 쪽방촌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이웃 간 고립도가 유독 높은 편이었다”라며 “사망자는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신분적 한계와 쪽방의 사회적 단절이 겹치면서,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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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의 주검은 발견 당시 일부 미라화가 진행된 상태로, 경찰은 사망한 지 한달 이상 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28일 부검 결과 부패 등으로 인해 사망 원인과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구두 소견을 냈다. 앞서 한겨레가 보도한 국가인권위원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법에 따라 신고된 전체 이주노동자 사망자(2022년 기준) 3340명 중 93.6%는 나이, 사망 시점, 의료적 사인 등 최소한의 정보조차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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