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통합한 일본의 조언 "조직 합치기보다 설계·운영 중요"

JICA 대외 파트너십 이사, 재개된 '코이카-자이카 정례협의회' 참석차 방한
2008년 차관·무상·기술협력 통합…"하나 사업으로 패키지화 쉬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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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조직의 리더는 '이 조직과 저 조직을 합치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고 쉽게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개별 조직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통합이 쉽지는 않습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동력이 필요한 거죠."
마쓰모토 가쓰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자이카) 대외 파트너십 이사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코이카 이노포트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통합의 성패는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지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쓰모토 이사와의 인터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자이카가 9년 만에 재개한 '제8차 코이카-자이카 정례협의회'에 자이카 측 수석대표로 참석차 방한한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그는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체계 개편과 관련해 각 기관의 기능을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조직문화와 업무 방식, 전문성, 예산 체계를 어떻게 연결하고 운영할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쓰모토 이사는 2008년 일본이 당시 나뉘어 있던 ODA의 금융·무상원조·기술협력 기능을 '신 JICA'로 통합한 경험을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2000∼2008년 ODA 체제 개혁이 진행됐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ODA 예산이 감소한 가운데 원조를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고, 중국 등 신흥 공여국의 존재감 확대도 개편의 배경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일본은 2006년 총리 주재 해외경제협력회의를 설치하는 등 ODA 체계 개편에 나섰고, 2008년 기존 JICA의 기술협력에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유상자금협력 기능과 외무성의 일부 무상자금협력 기능을 결합한 '신 JICA'를 출범시켰다.
통합의 효과는 사업 현장에서 나타났다. 과거 기관이 나뉘어 있을 때는 JBIC가 항만시설에 금융을 제공하더라도 항만 공무원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면 다시 JICA와 협의해야 했다.
반면 통합 이후에는 금융과 기술협력, 조사 등을 한 조직 안에서 연계해 하나의 사업으로 패키지화하기가 쉬워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능을 하나로 묶는다고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까지 저절로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마쓰모토 이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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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코이카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통합을 가정한다면 금융 담당 조직은 상대가 재무와 차관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반대로 무상원조 조직은 금융 담당자가 인도주의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 과정에서는 기능뿐 아니라 조직 문화와 전문성, 의사결정 구조, 인사체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며 "감정적 통합과 상호 존중이 이뤄지지 않으면 형식적 통합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한국이 현재 고민하는 ODA 분절화 문제는 당시 일본의 기관 통합과 구조적으로 동일하지 않다. 한국은 여러 부처와 기관에 흩어진 ODA 사업, 특히 무상원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과제다.
마쓰모토 이사의 조언도 기관을 하나로 합치라는 의미라기보다, 서로 다른 개발협력 수단과 조직을 어떻게 연계해 현장의 사업 효율성을 높일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마쓰모토 이사는 최근 주요 선진 공여국이 자국의 전략적 이해를 ODA에 반영하는 흐름과 관련해 경제 인프라에 대한 지원이 '인간안보'와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인간안보는 긴급구호나 직접적인 인도적 지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에너지, 교통, 해양 안전, 공급망처럼 국민의 일상생활과 장기적인 생존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도 인간안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에서 국제분쟁 등으로 원유 공급이 막히거나 가격이 급등하면 발전시설 가동에 차질이 생기고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양 안전과 관련해서도 자이카는 필리핀 등에서 관련 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선박이나 레이더 등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지원해왔다.
다만 대규모 경제 인프라 지원이 공여국의 이익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업이 협력국 국민에게 실제 어떤 혜택을 제공했는지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빈툴루항을 '상호 이익'의 사례로 들었다. 항만 개발이 말레이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본의 에너지 공급 안정에도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태국에서도 항만과 도로, 용수 등 인프라를 패키지로 지원하면서 현지 산업 발전과 일본 기업의 투자환경 조성이 함께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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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자이카가 새롭게 주목하는 분야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다.
마쓰모토 이사는 "AI는 공여 기관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라며 개도국의 AI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ODA 사업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델리 메트로'가 한 사례다. 지하철 이용객의 이동과 환승 데이터를 활용해 수요와 이동 패턴을 분석하고 교통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도국 정부의 AI 행정 도입을 위한 규제·가이드라인 마련과 공무원·엔지니어 교육도 새로운 ODA 수요로 꼽았다.
자이카는 2020년 디지털 전환 전략을 시작한 뒤 데이터 분석과 딥러닝을 ODA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체화해왔다. AI 기술뿐 아니라 공공데이터 체계와 현지 인력, 관련 제도와 사이버안보까지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기조다.
마쓰모토 이사는 앞으로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두 기관이 AI와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등 새로운 분야에서 협력사업을 발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본부 차원의 협의와 함께 제3국 현지 사무소가 주도하는 협력을 강조했다. 코이카와 자이카가 같은 국가에서 비슷한 사업을 추진한다면 현지에서 사업계획을 조율해 중복을 줄이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코이카와 자이카를 "가족 같은 관계"라고 표현하며 임기 중 두 기관 관계의 안정적인 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협력이 중단되지 않도록 제도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raphae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22일 08시4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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