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변수 데이터센터 규제…중장기 성장 기대는 여전히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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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내 반도체 업계가 미국발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에 흔들리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국내외 반도체 관련 주가가 급락하면서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데이터건설이 지연되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메모리의 중장기 수요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이나 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주지사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다. 이런 우려는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5일(현지시각)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일 대비 12.25% 급락했다. 미국 증시의 여파로 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전날과 견주어 장중 각각 -9%, 11%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규제 논의가 활발한 지역은 데이터센터 건설이 집중된 텍사스와 조지아, 오하이오 등이다. 이들 지역은 데이터센터 규제를 내건 민주당 후보들이 주지사직을 차지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 데이터센터 현황을 추적하는 ‘디시(DC)맵’을 보면, 텍사스에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데이터센터는 93.1GW(기가와트) 규모로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의 26.9%를 차지한다. 조지아·오하이오·네바다·아이오와 등까지 합하면 5개주에서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 규모는 142.5GW로, 미국 전체의 약 40%에 달한다. 이 지역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미국의 AI 인프라 확충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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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기업 주가가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에 출렁이는 것은 AI 인프라 투자가 이들 기업의 실적과 연동된 까닭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디(D)램의 주요 수요처다. AI 데이터센터는 AI 연산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성능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 신규 데이터 건설이 지연되면 그만큼 GPU와 서버 도입 일정도 늦어지고, HBM과 서버용 D램 수요 역시 둔화할 수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HBM 공급을 늘리고 생산시설 확충에 전념해 왔다. SK하이닉스는 HBM을 포함한 D램 물량이 사실상 2029년까지 완판됐다고 밝힌 바 있으며, 삼성전자도 2028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을 전망했다. 당장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AI 메모리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린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되면 고객사 주문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더구나 아마존·알파벳·메타 등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주도하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3분기 잉여현금흐름 적자 폭이 확대된 점도, 이들이 막대한 AI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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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관련 업계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근본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AI 기술 경쟁이 패권 경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자 자체를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다. 고영민·김연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보고서에서 “현재의 산업 구조하에서 데이터센터는 국가 경쟁력과 연결되는 전략 자원”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전쟁 측면에서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건설 중단)은 중국의 추격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정경제부도 이날 오후 강기룡 차관보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산업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주요국 AI 산업 정책과 반도체 산업의 리스크 요인 등을 논의했다. 재경부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에이전트 AI 모델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AI·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성장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요 기반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재경부 쪽은 전했다. 강 차관보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AI 산업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면서 “당분간 반도체 전문가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며 글로벌 AI·반도체 산업과 주요국 정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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