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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 2026

모순을 껴안고 그럼에도 옳음을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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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기, 소유되기 l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2026)
소유하기, 소유되기 l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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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의 책과 맥주

얼마 전, 북토크에서 “작가님은 어떤 모순을 껴안고 살아가시나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최근에 출간한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의 북토크 자리였는데, 어른이 된다는 건 모순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참이었다. 가령, 어린아이는 너무나 귀엽고 소중한 병아리를 아끼는 마음과 치킨이 맛있는 마음의 모순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어른은 그런 모순을 어느덧 당연시 여기게 되고, 나아가 여러 모순들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던 터였다.

내가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이었다. 나는 기후위기를 걱정한다. 최근 네팔의 홍수 사태를 보면서, 결국 인공지능이니 데이터센터니를 외치는 무책임한 발전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나라들부터 집어삼키고 있다는 데 한탄한다. 그러나 정작 그런 한탄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매일 스마트폰을 통해 최신 메모리와 반도체를 쓰며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 내 존재 자체가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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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모순은 아무래도 나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율라 비스는 ‘소유하기, 소유되기’(김명남 옮김, 열린책들)에서 자본주의 내 백인 엘리트 지식인으로 살아가며 겪는 자기모순에 대해 담담히 기록한다. 그는 다른 여타 지식인들처럼 자본주의의 불평등이나 금융질서의 폭력성에 대해 성찰하지만, 동시에 자신은 부동산을 구입하여 ‘주담대’를 갚고 있다. 노후 연금을 위하여 투자를 고민하고, 자기만의 우아한 취향 같은 것들을 고민하는 소비자로 살고 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결백하지 못함’을 담담히 기록하면서, 마르크스와 버지니아 울프의 사례를 가져오기도 한다. 유산을 받은 마르크스가 더 큰 집을 사는 데 그 돈을 쓴 점, 집을 인테리어 하느라 집세를 낼 수 없으니 엥겔스에게 끊임없이 돈을 요구한 이야기도 담담하게 서술한다. 책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딸들이 좋은 혼처를 얻지 못할까 봐 부르주아처럼 보이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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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임금 노예’로 일하지 않을 터였고, 이 사실이 자신의 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이것은 딸들이 좋은 혼처를 찾거나 아니면 하인으로 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부르주아의 삶을 가장했다. 그의 딸들은 미술과 승마와 음악 수업을 받았고, 새집에서 무도회를 열었다.”

이는 한 지식인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현재의 삶을 그 환경 속에서 살아내야 하는 ‘생활인’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누구도 완벽한 사상 속에서 살아갈 순 없다. 인간은 다 불완전하고, 자기모순을 껴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옳다고 믿는 것에 말하고, 믿고, 조금이라도 더 실천할 수 있길 바라며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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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역시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여성 차별과 싸운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자신의 하녀에 대한 비난과 조롱 섞인 이야기들을 남겼다. 결국 울프는 병원 신세를 지고 있던 하녀를 해고해버린다. 작가에 따르면, 울프는 “(하녀인) 넬리에게 자기만의 방을 허락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역사 속의 위대한 사상가들이나 작가들을 떠올리며, 그들처럼 살 수 없는 자신을 책망하곤 한다. 그러나 모두 한편에서는 위대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런 모순 속에서 옳음에 대한 고민을 완전히 포기해버리지 않는 일일 것이다. 모순을 인지하면서도, 때론 자책하고 스스로를 북돋우며 나아가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완벽할 순 없지만, 그래도 옳음이 무엇인지 알고 나와 그 옳음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 노력할 수 있다. 나는 죽을 때까지 모순을 떨쳐낼 순 없겠지만, 그래도 옳은 것을 기억하고 추구하고자 애쓴 사람으로 삶을 살아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고작 에어컨은 끌 수 없어도,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자 하는 수준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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