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로고가 ‘우상숭배 상징’이라고? …“입지도, 사지도, 팔지도 마” 리비아 금지령 근거 따져보니 [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나이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운동화와 티셔츠에 새겨진 익숙한 곡선 하나가 종교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로고를 두고 리비아의 이슬람 종교기관이 ‘다신교를 상징하는 표식’이라고 판단하면서다. 이 기관은 무슬림에게 나이키 제품을 사거나 팔거나 입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이름을 브랜드에 붙였고, 로고 역시 여신의 날개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 이유다.
영국 BBC는 4일(현지시간) 리비아의 종교기관 다르 알이프타가 나이키 로고가 들어간 의류의 구매·판매·착용을 금지하는 파트와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파트와는 이슬람 율법에 관한 종교적 판단이나 법률 해석을 뜻한다. 이번 결정은 트리폴리에 기반을 둔 다르 알이프타의 종교위원회가 내렸으며, 리비아 최고 무프티(이슬람 율법 해석자) 사디크 알가리아니가 승인했다. 다만 국가가 내린 법적 금지 명령은 아니다. 제품을 계속 착용한다고 처벌받는다는 규정도 없다.
다르 알이프타가 문제 삼은 것은 브랜드 이름과 로고의 유래다. 나이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승리의 여신 니케의 이름에서 따왔다. 니케는 승리와 영광을 의인화한 신으로, 고대 그리스 미술에서는 날개를 단 모습으로 자주 묘사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의 고전학 참고서인 ‘옥스퍼드 고전사전’을 보면, 니케는 승리의 여신으로 등장하는데, 운동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와도 연결되는 신격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나이키라는 이름과 로고에는 실제로 그리스 신화의 여신이 담겨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브랜드 이름이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유래한 것은 사실이다. 스우시가 날개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인 것도 맞다. 다만 로고가 여신의 날개를 그대로 본떠 만들어졌다는 설명은 조금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나이키의 전신은 1964년 미국에서 필 나이트와 빌 바우어만이 설립한 블루리본스포츠다. 원래는 일본 스포츠화 제조사 오니쓰카타이거의 신발을 미국에 유통하던 회사였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로 한 1971년, 회사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 나이키라는 이름이 나왔다. 나이키의 초기 직원이었던 제프 존슨이 그리스 신화의 승리의 여신에서 이름을 따오자고 제안했고, 창업자 필 나이트가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나이트가 선호했던 이름은 ‘디멘션 식스’였다고 한다.
사모트라케의 니케. 위키피디아
니케는 고대 그리스 문헌에 등장하는 신으로, 제우스 곁에서 신들의 전쟁에 참여하고 전투와 경기에서 승리한 이들에게 영광을 안겨주는 존재로 묘사된다. 고대 그리스 조각과 도상에서 날개를 단 모습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사모트라케의 니케’가 대표적이다. 날개를 활짝 편 채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여신의 모습은 승리와 비상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하나의 절대신을 믿는 유일신교와 달리 여러 신이 각자의 영역과 역할을 맡는 다신교 체계에 속한다. 제우스와 아테나, 아폴론, 아프로디테 등이 각기 다른 신으로 숭배됐고 니케 역시 그리스 신들의 세계에 속한 여신이었다. 리비아 종교기관이 나이키라는 이름과 로고를 문제 삼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기관의 논리는 그리스 다신교의 신을 연상시키는 이름과 상징을 옷에 드러내는 일이 이슬람의 유일신 신앙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리비아 측이 언급한 ‘다신교’는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쉬르크’와 연결된다. 쉬르크는 알라 외에 다른 존재를 신과 동등한 위치에 놓거나 신성한 권능을 나누어 갖는다고 믿는 행위를 뜻한다. 이슬람 신앙의 핵심인 타우히드, 즉 신의 유일성과 유일신 신앙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단순히 다른 종교의 신화나 신의 이름을 아는 것과 그 신을 숭배하는 행위는 구분되지만, 리비아 종교기관은 나이키 로고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다신교와 연결된 상징을 홍보하는 행위라고 해석한 셈이다.
그렇다면 스우시 로고는 정말 니케의 날개를 본떠 만든 것일까. 로고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조금 복잡해진다. 1971년 나이트는 포틀랜드주립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던 캐럴린 데이비슨에게 신발 옆면에 들어갈 줄무늬 형태의 로고를 의뢰했다. 당시 회사가 원한 것은 움직임을 표현하는 디자인이었다. 데이비슨은 여러 시안을 그렸고, 그중 곡선으로 휘어진 체크 표시 같은 모양이 최종안으로 선택됐다.
나이키가 지난해 자사 아카이브에 공개한 로고 제작 기록에 따르면 데이비슨은 이 곡선을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생각했다. 나이트는 처음부터 디자인에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데이비슨에게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로고 디자인 대가로 데이비슨이 청구한 금액은 35달러였다. 훗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의 상징이 된 디자인이 대학생 디자이너의 작업비 35달러로 탄생한 것이다.
이슬람권에서도 나이키 착용을 둘러싼 종교적 해석이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다. 영국의 이슬람 율법 자문기관 ‘다룰 이프타 버밍엄’은 지난 9월 공개한 답변에서 나이키 제품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면서도, 로고를 착용하는 행위 자체가 곧 쉬르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답변을 작성한 이슬람 율법학자 무프티야 후마이라 바드샤는 “그리스 종교의 도상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없는 한 나이키 의류를 입는 것이 쉬르크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이키라는 이름에 과거 종교적 의미가 있었더라도, 오늘날 대다수 사람은 그 이름이나 로고를 종교적 표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제품에 이름과 로고가 거의 항상 표시되는 만큼 피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같은 기관은 2019년에도 비슷한 질문에 답했다. 당시 답변을 작성한 이슬람 종교학자 알리마 사브리나 알파르시야는 나이키 제품 착용을 ‘마크루흐(권장되지 않는 행위)’라고 보면서도 스우시 자체가 종교성이나 다신교 신앙을 직접 나타내는 표식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 나이키 브랜드는 무엇보다 속도와 움직임을 상징한다”고 했다. 십자가나 힌두교 신상처럼 종교를 직접 나타내는 표식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잠비아의 이슬람 율법기관 ‘다룰 이프타 마흐무디야’도 2021년 나이키 의류 착용에 관한 답변에서 스우시 자체에는 알려진 종교적 기원이나 연관성이 없으며, 오늘날에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상업적 로고로 받아들여진다고 해석했다. 답변을 작성한 이슬람 율법학자 무프티 빌랄 판도르는 “브랜드 이름이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다는 사실과 소비자가 그 이름을 실제 종교적 상징으로 받아들이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해석했다.
물론 이번 파트와에는 종교적 이유만 담긴 것은 아니다. 다르 알이프타는 나이키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기업이라고 주장하며 불매운동도 촉구했다. 이 기관은 2023년 11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지원한다고 판단한 서방 기업의 제품을 보이콧하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리비아에서 종교기관의 판단이 사회적으로 갖는 무게도 살펴볼 대목이다. BBC는 다르 알이프타가 서부 리비아에서 영향력 있는 종교기관이지만,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동부와 서부의 정치·행정 기관이 대립하는 분열 상태라고 전했다. 파트와는 정부의 법률이나 행정명령과 달리 법적 강제력을 갖지 않지만, 신자들의 소비와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이 기관은 지난해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의 네잎클로버 로고가 기독교 신앙과 행운 추구를 연상시킨다며 해당 로고가 들어간 장신구와 시계 착용에 반대하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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