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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1, 2026

‘AI 정답’만 찾다가 ‘나’를 잃어버릴라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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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선택을 인공지능에 외주화하는 현상에는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심리가 깔렸다. 게티이미지뱅크
삶의 모든 선택을 인공지능에 외주화하는 현상에는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심리가 깔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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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씨는 20대 취업 준비생 남성입니다. 현재 지방에서 올라와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외로움에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민성씨에게 ‘절친’이 생겼으니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민성씨는 처음에는 인공지능을 자신의 취업 준비를 위한 소개서를 쓰는 데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모든 일을 인공지능에 물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점심을 먹을 때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는데 인공지능에 물어보고는 고민이 없어졌습니다. 인공지능의 말대로 따라 하면 결정도 빨랐고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음식 사진을 찍어서 인공지능에 메뉴가 괜찮은지 묻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 면접을 가기 전에는 예상 질문을 인공지능에 물어보고 정답을 외워서 가곤 했습니다. 실제 면접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예상한 질문과는 조금 다른 질문을 받았습니다. 민성씨는 질문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인공지능이 골라준 질문 중에서 어떤 것과 가장 유사한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다소 동문서답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대답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민성씨는 자신이 인공지능이 없이는 의견을 말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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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씨는 여자친구를 소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을 꺼내서 인공지능에 끊임없이 물었습니다. “데이트 중에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아?” “여자친구랑 어떤 영화를 같이 보러 갈까?” 여자친구는 민성씨에게 ‘인공지능 여자친구를 만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면서 그만 만나자고 했습니다.

무오류의 정답만을 속삭이는 인공지능(AI)보다, 자기 결정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무오류의 정답만을 속삭이는 인공지능(AI)보다, 자기 결정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민성씨는 인공지능에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인공지능은 핵심 대화법을 제안해주었습니다. 인공지능이 답변한 대로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럽지만, 네가 이렇게 말하기까지 혼자 많이 고민했을 것 같아.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라고 말하자 여자친구는 “민성이 너와는 서로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라고 말했습니다. 민성씨는 다시 인공지능의 대화법을 확인하고 따라 했습니다. “네 생각은 잘 알겠어. 나도 내 행동을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 며칠 뒤에 차분하게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여자친구는 “아니, 이제 그만 만나는 것이 좋겠어”라며 자리를 떠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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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씨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공허감과 불안이 더 심해졌습니다. 민성씨는 모아둔 적금을 굴려보겠다면서 인공지능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추천해준 유망주들을 기계적으로 매수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요동치자 밤잠을 설쳤고, 장이 흔들릴 때마다 인공지능에 “지금 팔아야 할까?”를 수십번씩 되물었습니다. 인공지능이 대답한 대로 분할 매수를 거듭했지만, 변동성을 이기지 못하고 잦은 손절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민성씨는 모아둔 원금의 대부분을 날리고 말았습니다.

민성씨는 인공지능에 잠이 안 오고 불안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인공지능은 즉시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으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래서 민성씨는 인공지능의 말에 따라 인근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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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담당 의사에게 자신이 무척 지쳐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 인공지능이 제 증상이 주요우울장애 초기나 범불안장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해줬습니다.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상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던데요.” 원장은 민성씨에게 인공지능이 한 이야기 말고 진짜 자신의 마음은 어떤지 물었습니다. “모르겠어요…. 그냥 무섭고, 실패할까 봐 두렵고, 제가 선택한 건 다 잘못된 것 같아요. 누군가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불안해요.” 검사 결과 인공지능의 대답대로 민성씨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민성씨처럼 삶의 모든 선택을 인공지능에 외주화하는 현상의 기저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극심한 불내성’(Intolerance of Uncertainty)과 ‘실패에 대한 원초적 공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선택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뇌의 신경회로들이 강화되고 성숙해갑니다.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자신감이 형성됩니다.

인공지능이 없던 시절에는 부모님이 그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부모님을 벗어나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홀로 결정할 수 있는 정체성을 가지게 됩니다. 과거에는 과보호하는 부모 곁을 떠나는 심리적 독립이 성장의 과제였다면,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24시간 주머니 속에서 무오류의 정답만을 속삭이는 ‘디지털 부모’이자 ‘인공지능 보호자’로부터 독립하는 일이 새로운 발달 과제가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즉각적이고 친절하며 절대 비난하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을 견디기 힘든 사람일수록 그 품에 안주해버리기 쉽습니다.

민성씨는 치료를 받으며 아주 작은 결정부터 스스로 내리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오늘 입을 옷의 색깔, 산책할 길의 방향을 정하는 것조차 손에 땀이 날 만큼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실패해도 괜찮고, 틀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면서 점차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얼마 전에 다시 면접을 봤습니다.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지만,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의 정답을 떠올리는 대신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라고 제 투박한 언어로 답했습니다. 비록 완벽한 모범 답안은 아니었을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제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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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공지능은 결정을 내리는 역할보다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조언을 구하는 훌륭한 조력자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서 파도를 헤쳐나갈 다양한 항로를 추천받을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키를 잡고 목적지를 결정하는 선장은 오직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개인별로 자세한 것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진료, 상담을 하면서 파악해야 합니다. 기사만 읽고 자기 자신을 진단하거나 의학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기사에 나오는 사례는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경우를 통합해서 만들었습니다. 모두 가명을 쓴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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