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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1, 2026

정동영·이종석 교체?…사대주의 유전자 못 버리는 분단 기득권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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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월 7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월 7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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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38년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1945년에 광복했습니다. 1948년 정부를 수립했습니다. 1950년 북한 김일성이 소련제 탱크를 앞세워 침략했습니다. 3년간 전쟁에서 수백만 명이 죽었습니다. 용서할 수 없는 동족상잔의 만행이었습니다.

분단과 전쟁의 후과는 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친일파가 반공을 명분으로 다시 득세했습니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가들을 빨갱이로 몰아붙였습니다. 북한에서는 남로당 출신들을 ‘미제의 간첩’이라며 처형했습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습 왕조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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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대통령들은 언젠가 남북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1985년 남북 이산가족 방문이 이뤄졌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때는 중국 및 소련과 수교하고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지만,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도 하고 북-미 정상회담도 주선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2019년 하노이에서 결렬됐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가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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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에 남과 북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습니다. 남쪽의 문화가 북쪽으로 흘러들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체제 붕괴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고슴도치처럼 웅크렸습니다. 헌법을 개정해 남과 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포하고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군사분계선(MDL)을 요새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군사분계선으로 보는 경계선의 북쪽으로 지뢰를 매설하고 철책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자기들 땅에 지뢰와 철책을 설치하는 것을 뭐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9월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설치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 간부 3명이 부상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북한의 군사분계선과 우리의 군사분계선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군사분계선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200~300m 간격으로 말뚝이 세워져 있었으나 풍화되어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한겨레 권혁철 기자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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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무너진 뒤 북한군 군사분계선도 한국군과 달라졌다. 한국군과 유엔사는 지피에스 위성항법체계를 사용하지만, 북한은 러시아 위성항법체계(글로나스)를 사용해, 위성항법장치 좌표로도 군사분계선을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 9월30일 담화를 냈습니다.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담화의 제목이 ‘도발의 장본인들은 자작 광대극의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입니다. “이번 사건은 도발 시기와 수법에 있어서 10여년 전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목함지뢰 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했습니다. 김여정 부장이 미쳤나 봅니다. 자작극이라니요? 어디에다 대고 이런 막말을 하는 건가요? 분노가 치밉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식적으로는 남한과 북한, 유엔사가 군사회담을 열어 군사분계선을 명확히 정리하고 비무장지대 안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근본 해결책일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회담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10월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엔사와 공동조사를 해서 확실하게 한 이후 필요한 조치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필요한 조치’에는 많은 함의가 있습니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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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 정부와 유엔사의 군사분계선을 일치시킨 뒤 북한에 통보하고 군사분계선 남쪽의 지뢰와 철책을 모두 다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뢰 및 철책 제거 과정에서 북한군이 공격하면 원점을 타격해 맞대응해야 합니다. 군사적 충돌과 국지전까지 각오하고 강하게 나가야 합니다. 지뢰 폭발에 대해 분명한 사과를 받아내야 합니다. 북한을 군사회담 테이블에 앉혀 군사분계선을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비무장지대 안에 지뢰와 철책 설치를 금지하는 합의까지 끌어내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국민의힘은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이재명 정부를 훨씬 더 심하게 공격하고 있습니다. 정부 여당의 잘못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지만 국민의힘의 행태는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섰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월7일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건을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이라고 판단한 지역에 남측에 위해를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정동영 장관의 말이 옳습니다. 북한의 지뢰 매설은 우리와 북한의 군사분계선이 달라서 벌어진 사건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북한이 군사분계선 남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군을 공격하기 위해 지뢰를 설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관리해야 하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지극히 온당하고 신중한 판단입니다.

뻔뻔한 북한이 정동영 장관의 발언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김여정 부장은 “사고냐 도발이냐 개싸움 질만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관리 정동영이도 이번 ‘지뢰폭발 사건’을 우리 공화국의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고백하였다”고 담화를 냈습니다. 망발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런 북한을 비난하는 것보다 이재명 정부와 정동영 장관을 비난하는 데 더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10일 “정동영 장관은 본인의 처신이 국가 안보에 끼친 해악을 직시하고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라. 국민의 불안을 키우는 장관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대통령은 정 장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논평했습니다.

국민의힘보다 더 심각한 것은 몇몇 보수 성향 신문입니다. 조선일보는 10월10일 치 신문 1면 머리에 “북에 이용당하는 ‘정동영의 입’”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로 정동영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동아일보의 이종석 국정원장 교체 요구는 이날 1면 머리기사를 근거로 한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한국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한-미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정보 및 방첩에 관련해서”라고 답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정보 당국은 과거 여러 차례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정보 협력의 큰 틀이 흔들린 적은 없습니다. 동맹 간 정보 협력은 본래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게 정상입니다. 동아일보의 보도대로 백악관 당국자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이를 1면 머리로 대서특필할 일인지, 또 이를 근거로 우리 국정원장 교체를 요구하는 게 온당한 일인지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관계에 대해 자꾸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일종의 길들이기입니다.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를 친미파로 채워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몇몇 보수 신문은 이런 의도를 가진 미국의 주장을 침소봉대하고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10월8일 치 신문 1면 머리로 “미, 국정원장의 ‘북 감시기관’ 방문 거부”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1면 머리로 “미, ‘북 해킹 대응’ 한미일 회의서 국정원 뺐다”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문화일보는 같은 날 1면에 “미 CIA 고위방한단, 작년 이종석 면담 불발”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국정원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허위이며 사실이 아니다. 악의적 허위·왜곡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필요한 수단을 검토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아일보 보도에는 “수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문화일보 보도에는 “전혀 사실이 아닌 가짜 뉴스”라고 밝혔습니다.

때마침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청래 의원이 미국의 비자 발급 보류로 국정감사 장소를 바꾸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 국회의원 비자를 발급하지 않은 것은 횡포입니다. 미국을 비판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0일 “동맹의 근간인 ‘안보 신뢰’가 무너졌다”며 “대한민국 외교·안보 라인이 친중·친북 색채를 짙게 풍기며 한-미 동맹의 정보와 기밀을 흔들고 있으니, 동맹국인 미국이 방어선을 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미국 편을 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어느 나라 정당인가요?

국민의힘과 몇몇 보수 신문의 이런 인식과 행태는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의 사대주의 유전자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은 사대주의의 전통이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중국을 섬겼고, 일제 강점기에는 친일파였습니다. 해방 이후 분단 체제에서는 반공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친미사대주의로 기득권을 유지했습니다.

우리나라 보수 인사 중에 가끔 “우리나라가 미국의 51번째 주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을 쫓아내려는 분단 기득권 세력의 음모에 절대로 밀리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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