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바쁜 일상 속, 따뜻함이 고픈 당신에게…신청곡과 달리는 ‘개인적인 택시’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차태현이라면? 시리즈 <개인적인 택시>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가끔 택시를 타는데요. 기사님이 말을 걸지 않아 침묵 속에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 기사님들은 승객들에게 말을 안 거시나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최근에 아내가 택시를 탔다가 ‘기사님이 말을 끊지 않아 가는 내내 멀미를 했노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택시 기사님의 대화 본능이 ‘딱히 수그러든 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택시는 이동수단이지만 대화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기차나 버스같이 여러 사람이 함께 타는 다른 교통수단과 구별되는 차이인 것 같기도 해요. 피곤할 때 조용히 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택시 안 대화를 통해 마음이 풀어지거나 위로를 받던 순간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있던 것 같네요.
8부작 시리즈 <개인적인 택시>는 택시가 대화의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한 시리즈물입니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웨이브, 티빙에서 지난 1일 동시에 공개됐습니다. 일본 후지TV의 OTT 플랫폼인 ‘FOD’에도 공개됐다고 합니다.
시리즈 <개인적인 택시> 썸네일. 티빙 제공
이 시리즈는 올해 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드라마 시리즈 최초로 공식 초청돼 1~4회가 상영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음악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극의 설정 때문인데요. 주인공인 택시 기사 ‘고명석’(차태현)에게는 원칙이 둘 있습니다. ‘예약 손님만 태운다. 그리고 손님의 신청 곡을 틀어준다.’ 택시의 트렁크에는 음악 감상실처럼 여러 가수들의 테이프와 CD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연결해 음악을 손쉽게 틀 수 있는 시대이지만 명석에게 스마트폰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하네요.
명석이 회차별로 태우는 손님, 그 손님의 사연이 주된 얘깃거리가 됩니다. 이별할 때마다 명석의 택시를 찾는 ‘연우’(이재인)는 놀이공원에서 곰 인형 탈을 쓰고, 사흘 전 헤어진 남자친구가 다른 여성과 데이트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직장인 ‘계향’(임세미)은 우연히 한밤중 편의점 앞에서 캔맥주를 마시다 마주친 남자 덕에 러닝을 시작합니다. 매일 밤 마라톤 거리 42.195㎞를 뛴다던 그가 전해 준 ‘뛰는 이유’ 때문이죠. “가슴 뛸 일이 없어서요.”
장발의 바리스타 ‘대일’(현봉식), 보이스피싱 현금 조달책인 ‘장평’(김도현), 명석을 도와주는 선배 택시 기사 ‘임 기사’(임하룡) … 이 밖에 배우 주종혁, 예지원, 이규형, 예수정 등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들이 손님으로 등장합니다.
시리즈 <개인적인 택시>에는 주종혁(왼쪽)을 비롯해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배우들이 회차별로 택시 손님을 연기한다.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홈페이지 캡처
개성 있는 조연들이 깜짝 놀랄 연기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2화에서 계향 앞에 나타난 남자는 바로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곽윤기입니다. 경기장 안팎에서 넘치는 끼를 선보여왔던 곽윤기는 전문 배우 못지않은 연기로 ‘신 스틸러’ 역할을 합니다. 걸그룹 오마이걸의 미미도 4화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빵을 좋아하는 원래 캐릭터처럼, 명석의 택시를 타고 수도권에서 전주까지 내려가 지역 명물 초코파이를 삽니다. 예능에서 듣기 어려운 발음으로 웃음을 주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연기도 선보였는데, 극 중에서도 특유의 캐릭터를 잘 살린 듯합니다.
주연 차태현은 편안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습니다. 따뜻하고 재치 있으면서도, 보이스피싱 조달책이 등장하는 4화에서는 기지를 발휘해 경찰에 신고하는 연기도 능청스럽게 소화해냅니다.
음악을 찾아 듣는 재미도 있습니다. 1화(LOVE SHINE)이나 2화(달리기)처럼 노래 제목을 극 제목으로 달아 둔 에피스도도 있습니다. 각 회차는 음반처럼 트랙(Track)이란 명칭이 붙었고요. 히든 트랙(4화)이나 A Side, B Side(6화), REC(8화) 등 카세트와 테이프를 생각나게 하는 제목들도 흥미를 자극합니다.
시리즈 <개인적인 택시>에서는 걸그룹 오마이걸의 미미(왼쪽)와 전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유튜브 캡처
좋은 작품이라도 시간을 내어 보기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택시>는 8부작이지만 한 에피소드의 길이가 대체로 30분을 넘지 않습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한 작품을 만나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틈틈이 볼만한 시리즈입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