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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23, 2026

코인 과세 D-100…국회서 불붙는 ‘과세 유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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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책위 민병덕 “기본법 이후 시행” 거론에
투자자 반발 속 여야 ‘유예론’ 카드 놓고 고심
모호한 과세기준·이월공제 부재 등 쟁점 여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9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9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1월 1일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100일 앞두고 다시 한번 가상자산 과세가 유예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과세 유예를 요구해온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민병덕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유예론을 꺼내면서다. 당정간 정책 조율을 담당하는 여당 정책위 주요 인사가 과세 연기를 공식 제안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앞서 민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동의하지만, 공정하게 걷을 수 있는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며 과세 시점을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이후로 늦추자고 제안했다. 과세를 피하자는 것이 아니라 해외 거래자료 확보와 손실 이월공제, 취득가액 산정 기준 등 선결 과제를 해결한 뒤 제대로 걷자는 주장이다.

23일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여당 내 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과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을 감안해 네 번째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경희대 객원교수)은 “민 의원이 공개적으로 유예를 말한 것은 민주당 내부에서 과세 연기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여당에서 디지털자산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의원의 발언인 만큼 상당히 힘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는 다들 동의하더라도 디지털자산기본법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부터 밀어붙이면 상당한 조세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본공제 한도(연 250만원)를 높이거나 기본법 제정 이후로 과세 시행 시점을 조정해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 의원의 발언만으로 정부와 여당의 과세 방침이 유예 쪽으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국세청이 과세를 전제로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상당 부분 준비해온 만큼 현재도 전형적인 형태의 거래는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 과세할 수 있다”며 “실제 유예나 폐지 여부는 결국 정치적 결정의 문제라 향후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세청은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제도 시행을 위해 10월 중 세부적인 과세 기준을 담은 고시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시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의 범위를 둘러싼 법적 문제로 발표 시점이나 형식이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변호사는 “고시는 법률과 시행령에서 위임한 사항만 규정할 수 있다”며 “다양한 거래유형별 기준을 세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날 수 있어 고시안 발표가 늦어지거나 고시 대신 가이드라인 형태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행 소득세법의 포괄적인 양도·대여 규정만으로 스테이킹과 렌딩, 유동성 공급,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 다양한 거래를 어느 범위까지 규율할 수 있는지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그간 국내에서 추진했던 가상자산 과세 제도는 이미 세 차례 유예된 전례가 있다. 지난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 당시 2022년 1월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2021년 들어 과세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2023년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이후 시장 여건과 투자자 보호체계 미비를 이유로 2025년까지 다시 유예됐다. 2024년 말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상황과 과세 인프라 부족 등을 고려해 2027년으로 세 번째 연기했다.

현재까지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한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행 가상자산 과세안은 가상자산 양도·대여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아 연 250만원까지 기본공제 후 20%(지방세 포함 22%)로 분리과세한다. 거주자는 다음 해 5월 자진신고, 비거주자는 사업자가 양도가액의 10%와 양도차익의 20% 중 적은 금액을 원천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시간을 상당히 미뤄 놓은 상황”이라며 “지금 출발하는 게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장관은 “통계를 점검해 보니 전체의 85%가 보유한 자산 규모가 500만원이 안 된다”며 “기본공제금액이 250만원인 만큼 이분들은 대체로 면세점에 있거나 세 부담이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과세 부담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원칙대로 과세’ 방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은 높은 상황이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지난 5월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과 지난 8월 과세 2년 유예를 위한 청원 2건에 대해 각각 5만명이 넘는 동의를 확보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 21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정책간담회’에서 정점식 원내대표와 임이자 정책위의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한 모습. [사진=안갑성 기자]

지난 21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정책간담회’에서 정점식 원내대표와 임이자 정책위의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한 모습. [사진=안갑성 기자]

야당인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 폐지·유예를 당론으로 삼고 올해 잇달아 관련 법안을 발의해 왔다. 현재 국회에선 올해 3월 송언석 원내대표가 ‘과세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데 이어 지난달 10일에는 정성국 의원이 ‘2030년 1월 1일 시행’하는 3년 유예 법안을, 같은달 28일 김상훈 의원(주식·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029년 1월 1일 시행’으로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내놨다.

그간 가상자산 업계에서 제기한 현행 과세안의 문제점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대표 적 쟁점은 국내 시장 참여자에 대한 역차별과 해외 자금 유출 가능성이다.

해외 가상자산 과세정보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상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체계(CARF)를 시행하지만 캐나다·스위스·싱가포르·홍콩 등 29개국은 2028년, 미국은 2029년에야 정보교환을 시작할 예정이다.

민병덕 의원은 국가별 CARF 시행 시기 차이를 두고 “2027년 1월 과세를 시작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의 소득만 잡히고 해외 거래소 이용자의 소득은 보이지 않는다”며 “사실상 국내에서 성실하게 거래한 사람만 세금을 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상훈 의원도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법안을 발의하면서 “CARF 도입 시점이 국가별로 달라 주요국의 정보교환 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실 이월공제가 없다는 점도 여야가 공통으로 지적한 현행 과세안의 문제점이다.

민병덕 의원은 “손실은 외면하고 이익에만 세금을 매겨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영국은 디지털자산에도 자본손익 규칙을 적용해 손실 이월을 허용한다. 우리도 최소 5년의 손실 이월공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의원도 “특정 연도에 큰 손실을 입은 뒤 다음 연도에 이익이 발생해도 전년도 손실을 이월해 공제할 수 없어 실제 누적 투자손익과 과세소득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손실 이월공제 필요성을 유예론의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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