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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12, 2026

[점선면]“아이들 갈 곳이 없어요”…무릎 꿇은 탈북민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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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열린 옛 염강초등학교 부지 내 유아교육 진흥원과 여명학교 교사(校舍) 건립안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여명학교 건립에 거세게 반대하자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 여명학교는 ‘북향민’(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의 남한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설립된 서울시 유일의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열린 옛 염강초등학교 부지 내 유아교육 진흥원과 여명학교 교사(校舍) 건립안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여명학교 건립에 거세게 반대하자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 여명학교는 ‘북향민’(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의 남한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설립된 서울시 유일의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이다. 연합뉴스

2017년, 장애 학생 엄마들이 특수학교인 서울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한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절절한 호소에 여론이 바뀌었고 서진학교는 2020년 개교했습니다. 당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꼭 필요한 학교를 거부하는 ‘님비 현상’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최근 비슷한 갈등이 또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의 유일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 건립을 두고서입니다. 교장이 무릎을 꿇고 호소했는데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데, 무슨 일일까요?

님비에 부딪힌 여명

2004년 개교한 여명학교는 자체 건물을 마련하지 못하고 임대 공간을 전전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시작했다가 중구로 옮겼고, 중구 건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은평구 진관동 부지를 매입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어요. 2023년부터는 강서구 가양동 염강초(폐교) 건물을 임시로 써 왔습니다.

내년 2월 염강초 건물 임시사용 만료를 앞두고 이번에는 학교 자체 건물을 세우는 분위기였습니다. 통일부와 서울시교육청과 현대차그룹이 손잡고 운동장 부지 안에 신축 건물을 건설하기로 했거든요.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격하게 반대하면서 앞날은 또 불투명해졌습니다. 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난달 17일 여명학교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모였습니다. 그들은 “반대” 구호를 외치고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곳곳에도 반대 게시물을 붙였습니다. 조명숙 교장이 무릎을 꿇고 “저희 아이들을 좀 품어달라”며 눈물을 흘렸지만 그들의 반대는 완강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조 교장에 맞서 무릎을 꿇기도 했고요.

반대 주장, 사실일까?

반대하는 주민들은 염강초 폐교 당시 교육청이 약속했던 ‘공립유치원 및 유아체험시설’ 건립 계획이 여명학교 때문에 틀어졌다고 주장합니다. 한 주민은 경향신문에 “동네에 유치원이 부족해 다른 지역으로 원정 통원을 보내고 있다”고 했어요.

교육청이 공립유치원 건립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여명학교 때문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2023년 상반기에 계획을 검토해 본 교육청은 유아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하면 유치원 건립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계획을 접었거든요. 이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떠나서 적어도 여명학교가 원인은 아닌 겁니다.

교육청은 대신 유아교육진흥원을 염강초 부지로 이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아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어요. 염강초 부지의 90% 정도가 유아교육진흥원에 쓰이고 여명학교에 쓰이는 면적은 10% 정도입니다. 여명학교 때문에 ‘유아체험시설’이 손해를 보는 상황은 아닌 것이죠. 심지어 유아교육진흥원 예상 면적은 당초 계획보다 넓어졌고, 교육청은 유아들의 동선과 여명학교의 동선을 분리하겠다고 했는데도 반대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여명학교 현 부지 학교 건립을 지지하는 시민사회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교 건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명학교는 북향민(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설립된 서울시의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이다. 문재원 기자

여명학교 현 부지 학교 건립을 지지하는 시민사회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교 건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명학교는 북향민(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설립된 서울시의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이다. 문재원 기자

그런데 말입니다. 앞서 여러 특수학교들의 사례와 여명학교의 사례를 보다 보면 미심쩍어지기도 합니다.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반대 주민들의 진짜 이유가 사실은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입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문제입니다. 특수학교나 탈북민 대안학교가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교육부의 의뢰로 부산대 교육발전연구소가 전국 167개 특수학교 주변의 부동산 가격을 조사해보니, 학교 반경 1㎞ 이내 지역과 1~2㎞ 지역 사이에 유의미한 가격 차이는 없었어요.

집값 하락 우려의 뒷면에는 장애인과 탈북민을 향한 혐오 정서가 있습니다. 여명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는 “여명학교 학생들은 중국어만 쓰는 이중국적자”라거나 “탈북민은 범죄율이 높아 동네 치안이 불안해진다” 등 혐오표현이 잇따릅니다. 중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탈북민의 범죄와 여명학교 학생들을 연결하는 건 논리적 비약입니다. 이명희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어떤 명분을 들건 바닥 심리는 ‘탈북민들이 동네를 오가는 게 싫은 것’ 아닐까”라고 했습니다.

졸업생 엄에스더씨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졸업생 중에는 국가대표부터 목회자, 사회복지사 등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이들이 많다”며 “후배들이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울며 말했습니다. 근거 없는 혐오 논리로 아이들을 배척하는 것은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아닐 겁니다.

찬성하는 주민도 적지 않습니다. 한 주민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시설마저 님비 논리로 반대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치와 행정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을지에 시민사회의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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