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사, 불황을 이유로 종잇값 담합 정당화”…출판계, 손배소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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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가 종잇값 담합 행위 적발 뒤에도 시정 없는 제지사(한솔제지·한국제지·무림페이퍼·무림P&P·무림SP·홍원제지 등)들을 상대로 공동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6개사의 가격 담합을 확인하고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렸는데도 거듭 가격 인상을 시도하며 정부 조처를 무력화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이다.
대한출판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계 단체들이 꾸린 ‘제지사 담합 출판계 공동손해배상소송 추진위원회’(추진위)는 12일 한창민(사회민주당)·김재원(조국혁신당) 의원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지사들에 대한 공동 손배소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송은 법무법인 지향이 대리하며, 오는 13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지향 누리집을 통해 소송에 참여할 출판사를 모집한다. 김보경 추진위 대변인은 “수십년에 걸친 제지사의 담합은 출판계를 황폐화하는 일”이라며 “출판 종사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출판계가 집단소송이라는 강경책을 손에 든 것은, 반년 전 공정위의 제재에도 제지업체들이 집행정지 신청 등의 방식으로 정부 압박마저 막고 있어서다. 공정위는 지난 4월 “6개 제지사들이 3년10개월에 걸쳐 인쇄용지 전 제품의 가격 인상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383억원을 부과하고 2개 법인(한국제지·홍원제지)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서는 담합을 주도한 제지사 임원들이 공중전화나 식당 전화, 타 부서 직원 휴대전화 등을 사용하고 가명을 쓰는 등 꼼꼼히 은폐에 나선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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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중동전쟁의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쇄업체, 출판업계 및 중소 유통업체 등의 부담 완화에 이바지하고, 국민들의 교육비, 도서 구입비 등 생활비 인상을 가져오는 독과점 사업자의 담합 소지를 봉쇄해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이후에도 왜곡된 종이 시장은 정상화하지 못했다. 법원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예방을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며 제지사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한 까닭이다. 강완구 추진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담합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4000억여원으로 추정되는데 제지사는 불황을 이유로 들어 담합을 정당화하려 한다”며 “제지업계는 부당이득 뒤에 숨어 행정소송으로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합리적인 피해 배상안을 즉각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공정위 제재가 무력화된 만큼 국회도 서둘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정위를 피감 기관으로 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의원은 “오늘 국감에서 제지업체의 반복된 담합을 막을 방안을 공정위에 묻을 것”이라며 “반복되는 담합을 끊고 피해를 제대로 구제할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재원 의원 역시 “담합을 적발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왜곡된 가격을 바로잡고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공정위는 책임 있게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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