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덕분에”…12년 전 불길서 구조된 소녀, 결혼 소식 들고 소방관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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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김예빈(28)씨에게는 직접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12년 전 화재 현장에서 자신을 구해준 소방관이다. 대학에 가고 약사가 돼 결혼을 앞둔 지금의 삶이 그날의 구조 덕분이라고 여겨서다. 그 마음을 들은 예비 남편 전우종(34)씨가 소방서에 연락해 수소문한 끝에 12년 전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온 사람과 그를 구해준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다.
11일 오전 경기 의정부 금오동 경기북부119특수대응단 차고지에서 김씨와 채종영(39) 소방위가 마침내 마주 앉았다. 당시 화재에서 김씨를 구조한 뒤 채 소방위가 병문안을 갔던 때로부터 꼭 12년 만이다.

고교 1학년이던 2014년 5월26일, 김씨는 체험학습을 가기 전 약을 사러 고양종합터미널 지하로 향했다.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는데 연기가 올라왔고, 순식간에 폭발이 이어졌다. 눈을 떠보니 중환자실이었다. 공사장에서 난 불의 유독가스는 58초 만에 지상 2층까지 번졌다. 9명이 숨진 참사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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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려던 채 소방위는 비상 연락을 받고 곧장 현장으로 갔다. 지하의 잔해 속에서 김씨를 찾았지만, 옷과 머리카락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어 몸이 빠지지 않았다. 급한 대로 도끼로 기계를 부수고 머리카락까지 잘라낸 뒤에야 김씨를 구조해낼 수 있었다.

김씨에겐 긴 치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 화상이 심해 걷기 힘들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수술은 여섯 차례, 재활은 3년가량 이어졌다. ‘나만 성공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고교생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간다는 걸 깨달았다. “외동딸로 자라서 그런지 조금 이기적으로 컸던 것 같아요. 그전에 했던 생각들이 좀 철이 없었구나 반성도 많이 했어요. 앞으로 주어진 삶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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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삶을 타인을 위해 쓰고 싶다는 마음이 김씨의 진로를 약사로 이끌었다. 대학생 때의 꾸준한 봉사도, 지금 월급의 일부를 기부하는 일도 모두 그때 받은 도움에 보답하고 싶어서 하게 된 것이다.

“쓰러질 때만 해도 ‘이렇게 죽는구나’ 싶기만 했는데 일어나 보니 크게 다친 곳도 없이 살아있는 게 기적 같아요. 아저씨가 빨리 와주신 덕분이에요. 요즘 하루하루 살아있다는 게 뭔지 느끼며 살아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당시 2차 수술을 앞두고 병상에서 부친 감사 편지의 일부다. 김씨는 12년 만에 이 편지를 채 소방위에게 육성으로 읽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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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건강에 보탬이 되라며 보약인 경옥고를 건넸다. 이에 채 소방위는 부부의 화목을 상징하는 원앙 그림을 선물했다. 퇴근 뒤 며칠 동안 밤새워 그렸다고 한다.

채 소방위에게 고양터미널 화재가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이유는 김씨치럼 살아남아 고맙다고 찾아와준 사람이 있어서다. “누구나 눈앞에 위험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구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요. ‘나는 괜찮다’고, 잘살고 있다고 연락을 주셔서 그저 고맙고 행복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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