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관계 폭력, 가족·지인까지 위협…안전계획에 주변인 포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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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는 동거하던 연인 ㄴ씨를 흉기로 수차례 협박해 2023년 6월 구속됐다. 두 달 뒤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서 나온 ㄱ씨는 ㄴ씨가 자신을 마중 나오지 않자, ㄴ씨가 자신의 재산을 갖고 잠적했다고 오해하게 됐다. 그 길로 ㄴ씨 어머니가 사는 집에 찾아가 ㄴ씨를 찾았지만, 어머니로부터 “돌아가라”는 답을 들었다. 화가 난 ㄱ씨는 ㄴ씨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ㄴ씨에게 전화를 걸어 “너네 엄마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이어 80대인 ㄴ씨 어머니를 살해할 목적으로 마구 폭행했다. ㄴ씨 어머니가 의식을 잃자 사망한 것으로 착각한 ㄱ씨는 그대로 자리를 떴다. ㄱ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2024년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례처럼 부부·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폭력이 가족이나 지인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일은 불행하게도 끊이지 않다. 16일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연구팀의 ‘친밀관계 갈등에서 관계 밖 사람으로 확대된 고의적 공격의 범죄과정’ 연구를 보면, 1973∼2021년 발생한 친밀관계 폭력 사건 관련 판결문 80건에서 최소 157명의 ‘관계 밖 피해자’가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144명은 숨졌고, 13명은 살인미수·감금·성폭력 등의 공격을 받았으나 생존했다.
‘관계 밖 피해자’란 친밀한 관계 당사자와 관련된 가족, 자녀, 새 연인, 지인과 사건 현장 개입자 등을 말한다. 연구팀은 판결문에 나온 질투, 보복, 통제 등의 이유로 관계 밖 사람을 고의로 공격한 사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가해자가 여러 명을 함께 공격한 경우는 중복 집계했다. 이 가운데 피해자의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을 공격한 경우가 39건, 친자녀 등 아동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경우가 31건으로 혈연·가족관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족은 독립된 개인이라기보다 상대방의 의사를 대변하거나 이별을 가능하게 한 집단으로 인식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송파 장모 살해’ 사건이 이에 해당된다. 연구팀이 분석한 사건에는 동거 중인 여성이 폭력과 경제적 착취를 피해 본가로 돌아가 연락을 끊자, 여성의 아버지를 총기로 위협하며 여성의 소재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다 결국 살해한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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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새 연인·배우자(20건), 친구·현장 개입자(7건), 불특정인(3건)도 공격 대상이었다. 각각 관계의 장애물, 공격을 목격·제지·신고한 사람, 원한의 상징으로 선택된 사람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분석 대상 사건의 절반가량인 37건(46.3%)은 친밀관계의 종료·이탈 과정에서 발생했다. 질투·외도·새 연인을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는 25건(31.3%)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친밀관계 범죄 위험 평가 문항을 관계망 중심으로 보완하고, 안전계획은 주변 사람을 고려해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의 위험도를 평가할 때 직접 피해자의 안전뿐 아니라, 가해자가 누구를 탓하는지, 가족·새 연인의 주소와 동선을 알아보는지 등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직접 피해자에 대한 접근만 차단하고 가족이나 새 연인의 위험 노출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공격 대상이 관계 밖 사람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며 “실제 안전계획을 세울 때에는 반복적으로 위협·추적된 부모·자녀·새 연인·신고자도 별도의 위험에 노출된 사람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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