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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23, 2026

‘왜 민생복지 메가 프로젝트는 없는가’라는 질문 [안선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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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생중계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생중계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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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희 논설위원실장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사퇴하기 3일 전인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가을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거시지표만큼 빠르게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 삶은 언제 나아지는가.’ 이 질문을 하는 국민이 많다면 갈 길이 멉니다. … 어렵게 만들어낸 성장의 힘을 바탕으로 이제 국정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합니다.”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국민배당금’ 논란 등으로 ‘급진적’이라는 공격까지 받았지만, 실상 그는 전형적인 경제 관료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그 유명한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는 일갈을 야기한 장본인이다. 2021년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도입에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이던 김 전 실장이 “해외에서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쉽지 않다”고 소극적인 태도를 밝히자 정 총리가 격노한 것이다. 그런 그가 사퇴 직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도 “경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있으니 이제는 큰 사회복지나 분배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가을편지’와 함께 이재명 정부에 남긴 마지막 고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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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개헌, 공소취소, 파병 같은 워낙 굵직한 이슈가 많았던 탓에 언론의 주목은 거의 받지 못했지만,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발언을 했다. “경제 지표는 개선된다는데 내 삶은 왜 바뀌지 않는가 아니 왜 더 나빠지는가라는 물음에 더 적극적으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회복과 성장만큼 민생 개선에 더 집중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1%까지 떨어진 성장률과 텅 빈 나라 곳간을 받아 들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지금까지 ‘성장 회복’ 깃발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이 대통령의 표현대로 “일단 살아야 되니까”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명목성장률이 2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내년 세수가 6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내 삶은 왜 바뀌지 않는가’라고 묻는 국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이 대통령이 놓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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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가 성장에 쏠려 분배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왔고, 그 근거를 찾기도 어렵지 않았다. 내년 예산안에서 보건·복지·고용 분야 증가율은 9.3%로 총지출 증가율(12.8%)보다 낮다. 내년뿐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 5년(2026~2030년)간 평균을 봐도 각각 7.5%, 8.4%로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2017~2026년) 평균은 8.5%, 6.9%로 복지 분야 증가율이 더 높았다.

지난 1일 발표한 기초연금 개편안에서 정부는 내년에 하위 30% 노인에게 38만원(현재 3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9월 윤석열 정부는 2026년부터 하위 50% 노인에게 40만원을, 2027년부터는 전체 노인에게 4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하후상박’(아래는 두텁게, 위는 얇게)으로 개편하겠다는 현 정부의 취지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저소득층 노인들조차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만큼의 금액도 못 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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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올해까지 기준중위소득의 35%로 올리겠다고 했었지만, 이재명 정부는 이 시점도 2030년으로 미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문재인·윤석열 정부의 복지 로드맵만이라도 따라가라”(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재명 정부는 기존 로드맵을 따라가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케이(K)자형 성장과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정부라면 더욱 담대한 정책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왜 대기업과 손을 잡는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있는데 시민의 삶을 살리는 민생복지 메가프로젝트는 없는가?’(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오 대표는 청년들의 인생 출발선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살이 되는 청년 모두에게 5000만원의 사회출발금을 제공하는 ‘사회상속제’, 갈수록 커지는 국민들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줄 ‘간병국가책임제’ 등을 민생복지 메가 프로젝트의 예시로 제시한다. 더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와야 한다. 대학등록금 완전 무상화도, 공공임대주택의 파격적인 확충도 논의 못 할 바가 아니다. 공론장의 주제가 연임 개헌, 공소취소, 인사 실패, 계파 갈등 같은 민생과 동떨어진 이슈에 갇혀 있는 것은 국민들에게 불행이다.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정부의 “부족함”을 13번이나 언급하며, 모두 각자의 이유로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정치적 악재들은 잦아들지 않고, 지지율 회복의 길은 아득히 멀어 보인다. 그럴수록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원칙을 되새기며, “회복과 성장만큼 민생 개선에 더 집중하겠다”는 기자회견의 약속을 끈기 있게 지켜나가길, 대통령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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