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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0, 2026

피터팬 아빠와 ‘혈세 빨대’ [한겨레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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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야기장수’ 인스타그램 갈무리
출판사 ‘이야기장수’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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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 오픈데스크팀장

아버지는 이제 언제든 아들을 지켜볼 수 있다. 지난 5일 별세한 ‘피터팬 아빠’ 전경철(64)씨 이야기다. 전씨의 유해 일부는 아들 제원(27)씨의 새 삶터인 충북의 한 발달장애인 자립 시설 양지바른 나무 아래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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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씨의 정신 연령은 2살 정도. 최중증 발달장애인이다. 20년 넘게 홀로 제원씨를 돌본 전씨는 지난해 4월 간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곧 혼자가 될 아들의 거처를 찾아 헤맸지만 1천여곳에서 모두 거절당했다. 그러다 지난 3월 한 방송 프로그램이 전씨의 사연을 다루면서 후원이 쏟아졌고 한달 만에 아들이 지낼 시설을 찾는 등 ‘기적’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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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방송의 힘이 없었다면 전씨와 제원씨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거리의 노숙인을 보면서 내 아이의 미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한 발달장애인 가족의 말이 떠올랐다. 전씨 별세 뒤 “한 사람의 생존과 존엄이 언론의 관심과 시민의 선의에 기대어야만 지켜지는 사회를 정상이라고 부를 수 없다”(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씨의 죽음으로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 가족이 떠안은 돌봄 부담을 새삼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제원씨와 같은 ‘피터팬’을 키운다는 한 부모는 전씨가 생전 아들의 이야기를 남겨온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세상에 우리 아이들의 상황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정부는 10일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보도자료에 “‘피터팬 아빠’가 남긴 숙제, 국가가 답한다”고 쓰기도 했다. 평일에만 운영하던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서비스를 내년부터 주말까지 확대하고,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를 2030년까지 두배로 늘리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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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전씨가 숨진 직후 또 하나의 발달장애인 관련 이슈가 불거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일하는 ‘한국아동발달 사회적협동조합’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의원은 해당 조합이 2022년 3월 경기 수원시 발달장애인 활동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선정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합의 정부 바우처 수익은 8억원대에 이르며 김 전 후보자의 배우자와 두 자녀가 2021년부터 조합에서 받은 급여는 3억3천여만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혈세에 빨대를 제대로 꽂은 것”이라며 “가족 월급 잔치”라는 표현을 썼다. 해당 조합을 두고 김 전 후보자의 ‘가족 조합’이라고도 했다.

야당이 장관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차별적 의혹 제기와 그로 인해 발달장애인 가족의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언론은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지만 한국아동발달 사회적협동조합 학부모들은 13일 자녀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주 의원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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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은 학부모들이 직접 설립했다. “어디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초기에는 부모들이 모든 비용을 부담했지만 이내 한계에 부딪혔다고 한다. 이에 발달장애인이 받는 바우처 사용 가능 기관에 지원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과도한 급여’ 의혹을 두고 학부모들은 중증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노동의 무게를 먼저 따져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달장애 돌봄은 한 사람의 하루를 곁에서 함께 살아주는 돌봄으로, 선생님 한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주 의원의 말 하나하나가 너무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며 “더 이상 우리 가족들의 삶을 해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고 전경철씨 ‘브런치’ 갈무리
고 전경철씨 ‘브런치’ 갈무리

‘피터팬 아빠’ 사연에는 눈물지으면서 ‘혈세 빨대’라는 말에 무감할 수 있는 걸까. 19일 김 전 후보자는 사퇴했지만 이 질문만큼은 꼭 하고 싶었다. 28만8천명 발달장애인과 그들의 가족이 마주한 세상이 너무나 더디게 변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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