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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0, 2026

[아침을 열며]부동산은 계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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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통계 자료가 발표된다. 전주와 비교한 서울 평균치를 먼저 보기 마련이다. 곧장 되묻는다. “강남 3구는?”

그렇다. 서울 강남 3구 집값은 일종의 ‘계륵’이다. 압구정 현대 아파트가 1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10억원 떨어진다 한들 보통 사람과 아무 관련 없지만 서울 집값의 방향을 읽으려면 빼놓을 수 없다. 강남 3구를 예의 주시하는 건 서울 집값을 ‘리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남 3구가 들썩일 당시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이 들썩이고 강북에 집값 상승이 퍼질 때 즈음 규제가 시작되고, 여기까지 상승세가 안 온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는 그랬다. 올해는 달랐다.

올해 1월부터 9월 둘째주까지 서울 아파트 누적 상승률이 7.94%다. 올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북구다. 무려 14% 올랐다. 서대문 11.45%, 강서 11.35%, 구로 11.32%, 관악 10.8%, 노원 10.73% 등 모두 10% 넘게 올랐다. 강남(0.72%), 서초(2.08%)는 미미하고, 송파구는 5.48% 상승했다. 지난해 강남 3구는 10~13% 올랐다. 지난 8월 이후 강남 3구가 하락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이곳 상승세를 강북권이 바통 터치한 것뿐이다.

강남 3구 집값 하락세만 보는 정부
강북 중저가는 더 가파르게 뛰어
서울, 평탄화 아닌 평균 올려치기
보통 사람들 주거 불안은 더 커져

문제는 강남 3구 상승세와 그 외 지역의 상승세를 이재명 정부가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연임 불가 선언, 공소취소 조항 삭제 등 절제된 표현을 썼다. 부동산만은 예외였다. 이 대통령은 “다행스러운 건 최근에 강남을 포함한 지역에서 하락이 시작돼 계속 확산되고 있고 외곽은 오르고 있다”고 했다. “여기는 내리고 저기는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라고도 했다. 강남 3구의 하락세가 부동산 정책 성과처럼 읽히는 대목이다.

이 장면은 기시감이 있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은 지난 5월 15억원 이하 구간 아파트 상승세를 “거래가 안 됐던 시장에서 거래가 시작하는 측면이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때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서 강남 3구 아파트 하락 현상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이쯤 되면 이 정부의 부동산 성과 지표는 ‘강남 3구 집값’이 돼버린 것 아닌가 싶다.

세제개편안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보면 강남 3구를 향한 이재명 정부의 시각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과세 정상화라고 했지만 종부세가 크게 늘어나는 구간은 대략 4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이다.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먼저 떨어졌다. 뒤이어 서초구, 9월 들어 송파구까지 떨어졌다.

강남 집값이 몇%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대다수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외곽의 집값과 전월세가 오르면 ‘평탄화’는 주거비 상승으로 체감될 뿐이다. 아등바등 아껴가며 월급을 모으고 조금의 빚을 내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7억~8억원대 아파트가 10억원을 훌쩍 넘어 15억원을 향해 달아나는 현실을 어떻게 “평탄화”라 할 수 있고, 어떻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청년층 입장에선 더 암담하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 가격대는 이젠 부모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세도 마찬가지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누적 상승률(9월 둘째주까지)이 7.79%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상승률이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는 ‘평균 올려치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연초에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고 했다. 어쩌면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을 정말 계곡 정비처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경기도는 1년 만에 198개 하천에서 불법 시설물 1만여개를 철거하는 성과를 냈다. 계곡 정비는 적어도 철거해야 할 불법 시설과 보호해야 할 공공의 공간이 비교적 분명했다. 부동산에서 ‘계곡을 불법 점거’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강남 3구였을까. 한쪽의 가격이 내려간다고 다른 쪽의 주거 부담까지 내려가지 않는다. 강남 3구 가격만 바라보면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커지는 보통 사람들 걱정도, 전월세 불안도, 청년층의 우울한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바라봐야 할 곳은 ‘보통’의 시선이다. 부동산은 계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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