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페스트균 유출, 생물무기 연구?”…美, 사고 정보공개 촉구

러시아의 한 페스트 연구소에서 병원체 유출이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러시아 측에 관련 정보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고 경위와 확산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여행 경보나 입국 제한 등 대응 수위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직 모든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측만 늘어놓는 것은 무책한 일”이라며 “러시아가 세계에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할 의무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더 많이 알수록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어쩌면 별일 아닐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만약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하다면 이에 대처할 조처들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우리는 시간 단위로 상황을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투명성을 갖고 더 많은 정보를 세계에 공유해 그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를 촉구한다”며 “지금까지는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몇 시간, 며칠 내에 상황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5일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페스트 방역 연구소에서 발생했다. 여성 연구원 한 명이 페스트 병원체가 담긴 시험관을 깨뜨린 뒤 같은 달 29일 중증 폐렴 증상으로 입원했고, 이달 1~2일 사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독립매체에 따르면 숨진 연구원이 이송된 병원에서는 약 200명이 격리 관찰 대상자로 지정됐다. 시내 한 산부인과 병원에도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루비오 장관은 전날 아이슬란드로 출발하기 전에는 “우리는 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불안해할 사안은 아니지만 주목하고 계속 지켜볼 사안이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러시아의 정보 제공 부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투명성 확보를 요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루비오 장관을 비롯한 미 당국자들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무부, 질병예방대응본부(ASPR) 등도 사고 경위와 위험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현직 당국자들은 해당 연구소에서 페스트균의 감염력이나 약물 내성을 높이는 이른바 ‘기능획득’ 기법이 사용됐는지 여부도 주시하고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한 아시시 자 전 백악관 조정관은 WP에 러시아 보안당국이 숨진 연구원의 병원 호송에 관여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주목하며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공격용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 시설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이번 사고가 통상적인 페스트 연구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생물무기 개발 프로그램과 연관된 것인지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까지 숨진 연구원이 무기화되거나 유전자가 조작된 세균 연구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 연구원은 최근 동물에서 페스트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러시아·몽골 국경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는 해당 연구소가 러시아 군 당국이 변형한 병원체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과 진단법을 개발한 전력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미 국무부 역시 2024년 러시아가 공격적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으며 옛 소련의 관련 프로그램을 계승·발전시켜 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정부 차원의 대응 조치는 보류하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당국은 숨진 연구원의 정확한 발병·사망 원인과 추가 확산 차단 여부 등을 파악하지 못해 현재 페스트 위협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행 경보 발령이나 미국 입국 제한, 기타 예방 조치 필요성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보건 당국자인 데이비드 맨스도어퍼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적용할 정부 대응 지침은 이미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필요할 경우 국무부의 여행 경보 발령, 해당 지역 미국인에 대한 지침 전달, CDC의 여행 보건 규칙 발표 등이 뒤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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