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세운 러시아 언론, 탄압 끝 33년 만에 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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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판을 해온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가 당국의 탄압 끝에 폐간된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넘게 이어지는 데 대한 민심 이반을 막으려 여론 통제의 고삐를 죄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설립한 언론사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이다.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국장 세르게이 소콜로프는 30일(현지시각) 르몽드에 공개한 서한에서 “11월9일 우리는 지난 30여년을 지내온 보금자리의 불을 끈다. 서버를 닫고 떠날 것이며, 신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노바야 가제타는 1993년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설립한 신문사다. 창간 당시 소련의 개혁·개방을 주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1990년 받은 노벨평화상 상금의 일부를 쾌척해 창간을 도왔다. 무라토프는 이 언론사를 중심으로 한 활동이 표현의 자유 수호로 인정받아 202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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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노바야 가제타는 친크렘린 성향의 국영매체들이 대다수인 러시아에서 드물게 푸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용병 집단 ‘바그너그룹’의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부정 축재를 파헤쳤고, 체첸 공화국에서의 인권 탄압을 고발했다. 르몽드는 이 신문이 줄곧 푸틴 정부의 눈엣가시였지만, 정치계 거물인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의 영향력과 무라토프의 국제적 명성으로 그동안 폐간을 면해왔다고 짚었다.
그러나 2022년 2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고, 노바야 가제타가 이에 반대하는 기사를 내자 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그해 3월 이 매체의 온라인 누리집 접속을 차단한 것이다. 당시 신문 발행 부수가 약 11만부에 이르렀지만, 노바야 가제타는 당국의 뒤이은 압박을 우려해 언론매체 면허를 반납했다. 일부 기자들은 유럽에서 ‘노바야 가제타 유럽’을 창간해 온라인으로 보도를 이어갔고, 러시아 내에서는 중요한 보도거리가 있을 때만 하루 1000부 미만의 신문을 비정기적으로 찍었다. 러시아에서는 1000부 이상을 발행하면 언론매체로 다시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열리는 첫 총선이 다가오자 당국의 탄압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4월 경찰이 러시아 모스크바 포타폽스키 거리의 노바야 가제타 본사를 13시간 동안 압수수색했고, 기자들의 컴퓨터와 무라토프의 문서고를 털어갔다. 기자 올레그 롤두긴은 최대 징역 6년형을 받을 수 있는 “컴퓨터로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 다. 르몽드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는 30여명의 기자가 군 모독 혐의 등으로 수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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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9월에는 러시아 법원이 노바야 가제타 기자와 후원자 100여명을 ‘외국 대리인’ 명단에 올렸다. 외국 대리인은 국외 자금을 지원받는 것으로 의심받는 개인 또는 단체다. 이 명단에 오르면 온라인에 글을 올릴 때 외국 대리인임을 밝혀야 하는 등 의견 표시에 제한이 따르고, 선거 출마 자격도 박탈된다. 이달 15일에는 소콜로프 편집국장이 알려지지 않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모스크바 수사위원회에서 수시간 동안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국은 노바야 가제타에 본사 건물에서 퇴거하라고 통보했다. 독자들의 재정 후원을 받는 누리집도 막았다.
당시 소콜로프 국장은 “기자들이 사방으로 (당국 감시에) 포위돼 있다. 노바야 가제타는 ‘킬 존’(살상 구역)에 들어섰다”고 국제사회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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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노바야 가제타는 유럽 지국을 통해서만 온라인 기사를 낼 예정이다. 소콜로프 국장은 르몽드에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 헌법 제29조는 ‘검열은 금지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 조항은 섬뜩한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가?”라며 “국가가 자신의 헌법을 배신하는 행위는 반역이다. 이런 배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계속되는 범죄이며, 노바야 가제타의 살해가 그 증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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