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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25, 2026

우리 술과 음식의 찰떡궁합…온가족 얼굴에 휘영청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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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갈비찜, 모둠전, 문어숙회 등은 한가위 명절 밥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식이다. 이런 한식에 어울리는 술은 전통주다. 색도 맛도 향도 다른 우리 술이 명절 밥상을 더 근사하게 만든다. 박미향 선임기자
소갈비찜, 모둠전, 문어숙회 등은 한가위 명절 밥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식이다. 이런 한식에 어울리는 술은 전통주다. 색도 맛도 향도 다른 우리 술이 명절 밥상을 더 근사하게 만든다. 박미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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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명절이 시작됐다. 흩어져 있던 가족들을 만나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다. 가족 수다에 양념을 더하는 건 한가위 밥상이다. 나물, 전, 갈비찜 등 고소한 향 가득한 밥상이 차려진다. 여기에 전통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수백가지 넘는 우리 술 가운데 뭘 고를지 난감할 때가 있다. 갈비 한조각 베어 물고 마신 한잔이 달곰한 게 아니라 쓰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뽀얀 막걸리 한잔 마신 뒤 집어 든 전이 오히려 인상을 찡그리게 한다. 술과 음식에는 ‘최상의 조합’이라는 게 있다.

‘더 페어링: 술과 음식의 더 맛있는 만남’의 저자 중 한명인 강지영 ‘강지영아카데미’ 대표는 “미식의 즐거움 중 하나는 좋은 식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술과 함께 즐기는 일”이라며 “미식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도 술과 음식의 조화를 중요시한다”고 페어링(음식과 술의 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음식과 잘 맞는 술은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명절엔 제대로 된 페어링으로 가족 밥상 수다를 완성해보면 어떨까.

명절 음식과 술과의 맛 조화를 얘기한 정재훈 ‘담은’ 대표.
명절 음식과 술과의 맛 조화를 얘기한 정재훈 ‘담은’ 대표.

서울에서 전통주 전문 식당 ‘담은’을 운영하는 정재훈 대표가 나섰다. 담은에선 수백가지 전통주가 계절별로 손님을 맞는다. 호텔경영을 전공한 정 대표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등 특급 호텔 몇곳에서 재무 담당자로 일하다가, 전통주 매력에 빠져 2012년 담은을 열었다. “문경은 오미자, 고흥은 유자, 가평은 잣이잖아요. 지역마다 다른 특색을 장착한 술로 (담은을) 구성하려고 노력했어요.” 애주가들 사이에서 담은은 ‘미쉐린 가이드’ 별 3개 식당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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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준비한 3가지 명절 음식은 소갈비찜, 포항 문어숙회, 명절 모둠전(돔베기전, 김치전, 두부전, 애호박전)이다. “소갈비찜은 고기 요리입니다. 고기 특유의 기름기를 깨끗하게 지워주면서 맛을 극대화할 만한 술이 좋죠.” 그가 고른 전통주는 ‘차차’ ‘송화백일주’ ‘한산소곡주’다. 차차는 사과, 오미자, 수수를 증류한 원액에 보이숙차, 홍차, 카카오 등 5가지 찻잎을 침출해 만든 40도 증류주다. 정 대표는 “이 증류주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재료인 사과의 달콤한 향과 갈비찜의 단 향, (소갈비찜 고기의) 무게감이 잘 어울립니다.” 쌉쌀한 술맛도 기름기를 씻어주는 데 한몫한다고 덧붙였다. 75~80도 온도의 물과 차차를 1 대 2로 섞어 마시면 소갈비찜 온도와 결이 잘 맞아 더 좋다고 한다.

명절 음식인 소갈비찜 특유의 기름기를 지워주면서 맛을 극대화할 만한 우리 술. 박미향 선임기자
명절 음식인 소갈비찜 특유의 기름기를 지워주면서 맛을 극대화할 만한 우리 술. 박미향 선임기자

송화백일주는 소갈비찜의 부재료에 집중해서 고른 술이다. 스님들의 곡차였던 송화백일주는 조선 인조 때 고승 진묵 대사가 빚기 시작했다. 현재 이 술은 12대 전승 기능 보유자인 벽암 스님이 전북 모악산 일대에서 그 제조법을 잇고 있다. 송홧가루와 각종 한약재를 넣어 만든 술이다. 정 대표는 “찜의 부재료인 대추, 은행, 밤 등이 이 술의 한약재 향과 잘 어울리며 높은 도수(38도)가 고기의 기름기를 씻어낸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한산소곡주는 소갈비찜의 양념을 고려해 고른 술이다. 정 대표는 “찹쌀을 주원료로 하고 물을 적게 넣어 만든 이 술은 묵직하고 깊은 단맛을 낸다”며 “간장과 설탕 혹은 과일즙을 섞어 만든 달콤하고 짭조름한 양념과 결이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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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명절 음식은 포항 문어숙회다. 그는 숙회 양념에 파채를 넣었다. 부친의 고향이 포항이다. 정 대표의 명절 밥상에 문어숙회가 항상 올라간 이유다. 고향이 포항이 아닌 이도 명절에는 조기구이 등 바다 음식을 올린다. 페어링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해산물 특유의 비린 맛과의 어울림이다. ‘담 골드’ ‘희양산9’ ‘김포예주’를 그는 추천한다. “담 골드의 깔끔하고 드라이한 맛이 문어의 미세한 비린 맛을 잡아주며, 섬세한 산미가 문어의 감칠맛과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담 골드처럼 산미를 장착한 우리 술이 해산물 음식과 잘 어울린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담 골드는 멥쌀과 잡곡 누룩 제조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약주다. 경기미가 주원료다. 단맛이 적고 깔끔한 산미가 특징이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청주 부문 대상을 받았다.

명절 해산물 음식과의 전통주 페어링은 해산물 특유의 비린 맛과의 어울림이다. 박미향 선임기자
명절 해산물 음식과의 전통주 페어링은 해산물 특유의 비린 맛과의 어울림이다. 박미향 선임기자

희양산9는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다. “특유의 산미가 문어의 감칠맛을 더 도드라지게 하고 약한 단맛과 미세한 짠맛이 문어숙회의 마지막 여운을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김포예주는 “목넘김이 좋아서 문어숙회의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잘 맞는다”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김포에서 생산되는 쌀로 만드는 도수 13의 고급 약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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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베기전, 김치전, 두부전, 애호박전을 한묶음으로 낸 전 한 접시는 명절 분위기를 한껏 들뜨게 한다. 그가 만든 돔베기전은 일품이다. 경상도 명절 향토 음식인 돔베기전은 상어고기를 전으로 부친 음식이다. 정 대표는 “전 음식에는 역시 쌀로 만든 막걸리”라고 강조한다. ‘복순도가’ ‘지란지교 무화과 탁주’ ‘풍정사계 추’를 추천한다.

막걸리는 각종 전과의 맛 조화가 최고다. 박미향 선임기자
막걸리는 각종 전과의 맛 조화가 최고다. 박미향 선임기자

“복순도가는 쌀로 만든 막걸리에서 느껴지는 단맛과 전의 전분이 어울리며, 이 술의 탄산은 전의 기름기를 정리해 개운함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복순도가는 우리 쌀과 전통 누룩으로 빚은 고급 막걸리로,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이 특징이다. 고추장의 고장 전북 순창에서 태어난 술 브랜드 ‘지란지교’는 농업회사법인 ‘친구들의술’이 만든다. ‘지초와 난초의 향기로운 사귐’이란 뜻으로, 탁주, 약주 등을 생산한다. 정 대표는 “술의 의미를 생각하면 명절을 맞아 가족·친구와 마시기에 이보다 좋은 술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란지교 무화과 탁주엔 무화과가 들어간다. “무화과 특유의 새콤달콤함과 기분 좋은 산미가 보드라운 전과 잘 맞는다”고 한다. 풍정사계 추에 대해선 “술의 쌉싸름한 여운과 전의 고소한 풍미의 조화가 일품”이라고 했다. ‘풍정사계’는 춘하추동 계절별로 4가지 술이 나오는 우리 술 브랜드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풍정마을에서 빚는다. 양조장 이름은 화양. 국내산 쌀과 녹두가 들어간 누룩 등이 재료다. 풍정사계 ‘춘’은 약주, ‘하’는 과화주, ‘추’는 탁주, ‘동’은 증류식 소주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청와대 만찬주로 ‘풍정사계 춘’이 선정돼 외교에도 일조했다.

혀에 각인되는 맛이 밥상을 추억으로 만든다. 이번 명절엔 우리 음식과 우리 술의 만남으로 기억의 탑을 쌓는 초석을 놓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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