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도 사의 표명…'인사시스템 리셋' 불가피 [이브닝 브리핑]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퇴 여파가 주말을 넘어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김 전 후보자 사퇴 배경으로 전직 보좌진의 탄원서가 등장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는 와중에 오늘은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느냐”는 여론에 반응한 것인데, 내각과 함께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추가 개편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인사 실패 책임"..강훈식 비서실장 전격 사의
오늘(21일) 오후 1시쯤, 청와대가 예고 없는 브리핑을 통해 “강 비서실장이 오늘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렸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지 않았나"라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김승원, 용혜인 의원의 장관직 낙마와 관련해 이들의 추천과 검증을 총괄한 인사위원장으로서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강 실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해 6월 임명된 이후 15개월여 만입니다. 함께 정책실장에 임명됐던 김용범 전 실장은 개각 발표 이틀만인 지난 1일 사직한 바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 난맥상과 금융시장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차원의 사퇴였습니다. 강 실장의 사의가 수용된다면 대통령을 보좌하는 3실장 가운데 2자리가 비게 됩니다.
성추행 의혹에 보좌진 갑질 의혹..탄원서 파문
강 실장의 사의 표명 배경으로는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 제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8일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 후보자 임명 여부에 “국민 검증 과정에서 여러가지 논란들이 발생하는 걸 보고 있다.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고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뒤 토요일, 김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자진 사퇴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사퇴 당일 새로운 이야기가 불거졌습니다. 김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던 전직 보좌진들이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작성해 이 대통령 기자회견 하루 전인 17일에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탄원서에는 2024년 김 후보자가 참석한 술자리에서 동석자가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항의했고 보좌진이 이를 수습했다는 주장과 김 후보자의 추가 음주운전 의혹, 보좌진을 상대로 한 욕설·폭언 등이 담겼다고 합니다. 탄원서를 작성한 전직 보좌진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분위기에서 청와대나 민주당 전체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다. 해당 의혹들은 하나만 문제가 되더라도 완벽하게 끝나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승원 의원실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오류가 있다”고 반박했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오늘 오전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인사권으로 답을 드렸고 가십에 대해서 저희가 대답을 해야 할 책임과 의무는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탄원서 속 개별 의혹의 진위와 별개로 청와대가 언제 어떤 정보를 확보했고 이를 인사 판단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인사 시스템에 관한 질문은 남습니다. 앞서 전해드렸지만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 내용에 ‘국민 검증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들’이라며 굳이 국민을 강조한 것은 국회 청문과정을 넘어선, 어쩌면 탄원서 제출을 염두에 둔 거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청와대가 사전에 장관 후보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평판 조회 등 기본적인 검증을 다했느냐는 질문과도 연결됩니다.
5명째 낙마..사전에 확인할 수 있었던 문제들
이재명 정부 들어 장관 후보자 낙마는 이번 김승원 용혜인 후보자까지 모두 5차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검증 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위험 요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책임이 작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먼저 2025년 7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례입니다. 강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과 해명 논란 끝에 7월 23일 사퇴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검증됐지만 의원실에서 보좌진이 자주 교체됐다는 사실과 강 후보자에 대한 전직 보좌진들의 평판은 주변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현직 의원의 첫 장관직 낙마 이후 청와대는 인사 시스템을 손보겠다고 했고, 인사위원장인 비서실장의 책임 아래 인사수석실이 추천하고 민정수석실이 검증하는 한편, 정무수석실이 정무적 판단을 곁들이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1월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또 탈이 났습니다. 반포 고가 아파트 청약 과정에서 부정청약 의혹 등이 불거졌고 1월 25일 이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습니다. 부양가족과 청약 가점은 서류 검증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내용이었습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8월 30일 지명된 직후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을 겸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특혜 논란을 키웠습니다. 이후 배우자의 당직과 급여, 당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의혹이 이어졌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속출하자 9월 13일 사퇴했습니다. 장관에 임명된 뒤 의원직을 유지할 것인지 정도는 지명 전에 후보자에게 물어볼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악화하는 여론에 민주당 대응은 적절했나
집권 2년차를 맞아 신발끈을 다시 묶고 심기 일전하겠다며 6개 부처 개각에 나섰을 때만 해도 이렇게 파문이 커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까지 나올 정도로 엉킨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청와대뿐 아니라 집권 여당의 대응도 적절했는지 짚어보게 됩니다.
민주당은 용혜인 후보자와 김승원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동반 악화한 상황에서 분리 대응 기조를 보였습니다. 김민석 대표는 9월 초 민주당TV에 출연해 용혜인 후보자의 겸직 논란에 대해 “이미 드러나 있는 사실에 관한 판단의 문제여서 통상적인 경우와는 다르다. 국민의 판단, 목소리는 그 자체로 존중하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후로 민주당 내에서는 용 후보자의 자진사퇴 내지는 지명철회 목소리가 분출했습니다.
하지만 김승원 후보자에 대해서는 공격을 주도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자료 입수 경위와 검찰 개혁 명분을 내세워 적극 엄호했습니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 지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는 장관 후보자가 증인이 되는 것”이라며 증인과 참고인 없는 청문회를 진행한 여당 소속 법사위원장, “국회 청문회보다 100배, 1천 배 혹독한 검찰 청문회를 거쳤다”는 여당 법사위 간사 등 일반 여론과는 동떨어진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부적격이라는 의견이 두 배 안팎으로 높은 각종 여론조사를 뒤로한 채 민주당은 지난 17일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단독 채택했습니다.
여당 지도부로선 김승원까지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고, 후보자 검증 요구는 정치 공세에 대한 마땅한 응전 성격으로 정리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개각으로 달성하려 했던 목표와 상징성은 오간데 없이 흩어져버렸고 더한 정치적 부담이 당정청에 함께 남게 됐습니다.
해법은 나와있다..민심·민생 순응 인선을
부담 백배인 험로를 어떻게 헤쳐 나갈 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아니 여권 스스로 내놓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인사권을 포함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차제에 인사시스템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민석 대표 역시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기자회견의 취지대로 초심과 겸손으로 민생과 현장에 집중하겠다. 저부터 뛰겠다”고 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민심이 움직이는 건 말에 상응하는 행동이 나올 때입니다. 인사가 엉켰으니 푸는 것도 사람부터입니다. 공석인 2자리의 장관, 그리고 검증 또는 후보자 물색 과정이 진행 중인 권력기관(중수청, 공소청, 경찰청)의 장들, 청와대 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에 누가 앉을지가 첫 단추겠죠. 그리고 그들에 대한 국회 청문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증인 없는 청문회가 뉴노멀이 되어가는 청문회, 의원들 간에 고성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청문회는 그만 봐도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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