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변화”…이란의 ‘여성·생명·자유’는 계속된다 [플랫]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4주기인 16일(현지시간) 여성들이 이란 테헤란 시내를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붙잡혀간 마흐사 아미니가 사망한 지 4년이 지났다. 2022년 9월 16일(현지시간) 아미니의 사망으로 촉발된 ‘여성·생명·자유’ 운동 이후, 이란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히잡 착용 단속은 줄어들었으며 여성들은 권리를 외치는 주요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16일 당시의 시위 경험이 이란 여성들의 삶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년간 당국의 히잡 착용 단속은 느슨해졌고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테헤란 거리에서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가리지 않은 여성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기도 한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여성 바하르(26)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을 수 있는 날이 절대 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이 운동은 거대한 문화적 변화를 일으켰고, 이제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진보적인 정체성을 만들어 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아미니의 죽음과 대규모 시위를 겪은 이란 여성들의 일상에는 당국에 대한 불신과 저항의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이란은 여전히 형법으로 ‘이슬람식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행위를 범죄로 정하고 있으나 여성들은 이를 어기고 히잡을 쓰지 않고 있다. 이란 변호사인 세디게 바스마기는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부에 대한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아직 면허는 없지만”… 테헤란 거리 누비는 이란 여성 바이커들, 평등의 상징이 되다
이란 여성들은 당시 시위가 여성들이 사회 운동의 주체로 나서는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란의 인권 운동가이자 작가인 푸란 나제미는 “‘여성·생명·자유’ 운동은 이란에서 수십년 만에 일어난 가장 큰 사회문화적 변화”라며 “시위는 많은 사람이 사회 내에서 자신들이 가진 힘을 깨닫게 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에 말했다.
유엔 이란 인권 상황 특별보고관인 마이 사토는 지난 14일 엑스에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저항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며 “아미니의 이름을 걸고 나선 여성과 소녀들은 여전히 자신의 복장, 직업, 삶을 결정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썼다.
2023년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 앞에서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1주년을 기념해 시민들이 마흐사 아미니의 초상과 ‘여성, 삶, 자유’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게티이미지
거리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히잡 착용 단속은 비교적 느슨해졌지만 다른 방식으로 정부의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직원이 있다는 이유로 카페, 식당, 상점을 폐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란 내 강경파들은 미·이란 전쟁 발발 후 전시 상황에서 한층 완화된 히잡 착용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의 보수성향 일간지 카이한은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대법원장이 “히잡 문제에 대한 신중하고 시급한 조치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아미니 4주기를 맞아 일부 상인들은 추모의 의미로 최소 11개 도시에서 가게 문을 닫고 파업에 동참했다고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헹가우는 전했다.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날 것을 의식한 듯 여러 도시에 보안군을 배치하고 시민단체 활동가와 상인들을 소환해 파업에 참여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니의 묘소가 있는 쿠르디스탄주 사케즈의 아이치 공동묘지로 가는 도로가 차단되는 등 주변 경비가 강화되기도 했다.
유엔은 ‘여성·생명·자유’ 운동에 대한 당국의 탄압으로 최소 550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68명은 어린이였다고 밝혔다. 이날 국제앰네스티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국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살해, 고문, 성폭행 등을 조직적으로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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