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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0, 2026

[정동칼럼]일상의 민주주의, 반전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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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는 ‘일상’이라는 상태를 최소한 두 번 충격적으로 상실하는 경험을 했다. 한번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다른 한번은 2024년 12월3일 밤 이후. 코로나19 초기, 사람 간 접촉이 어려워졌을 때는 정말이지 과거와 같은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모두 두려워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가운데 광장에서는 “우리가 다시 만들 세계는, 무탈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세계”라는 발언이 박수를 받았다. 일상이 사라졌을 때 일상의 가치가 비로소 재조명됐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상은 꽤 불평등하다. 코로나19 이후 2023년 2월 질병관리청 조사에서 월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 응답자의 일상 회복 점수는 64.7점에 불과했다. 500만원 이상 집단 점수 대비 10점 낮았다.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더 컸고, 아이들은 교육 공백을, 여성들은 경력단절을 더 겪어야 했다. 장애인들에게 일상이란 장애라는 조건을 역량의 결핍인 양 비하하는 차별적 언어들이 공기처럼 떠다니는 순간들로 채워져 있다. 새벽 배송의 편리함 뒤에는 누군가의 고단한 노동이 있다.

돌아갈 일상이 없는 이들도 있다. 광장에서는 ‘일상이 계엄인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일상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사람들의 가슴을 찌르기도 했다. 청천벽력 같은 참사를 당한 이들은 시간이 흘러도 순간순간 일상이 무너진다고 고백한다.

어떤 사람에게 일상은 힘써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시설에 살다가 탈시설한 이들에게 일상은 자유이면서 분투의 나날들이다. 직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지 않고, 몇개월 후의 전셋값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은 혼자 힘만으로는 오지 않는다.

일상은 잘해보려는 국가로 의도치 않게 흔들리기도 한다. 입시제도는 이상을 좇아 변화해왔지만,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복지제도는 작은 변화조차 급여에 의지하는 이들의 아슬아슬한 삶을 흔들 수 있다. 어떤 정책은 개선한답시고 성급한 변화들을 시도하다가 혼란으로 끝나기도 한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바뀐 내용을 알아내야 하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한다.

반면 일상다운 일상을 상실한 이들에게 정책은 너무 느리기도 하다. 참사의 피해자들은 매년 추모식에 달라진 게 없어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하는 현실에 절망한다. 이재민과 난민들의 시간은 텐트 속에서, 공항 터미널에서 속절없이 흐른다. 누군가에게 지하철의 연착은 일상에 금이 가는 경험이지만,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들에게 지하철은 일상의 일부조차 되지 못한다.

사실 일상이라는 말에는 안온한 중산층적 감각이 깔려 있기도 하다. 삶이 힘들면서도 열심히 민주주의를 외쳤던 이들도 ‘무탈한 일상’을 꿈꿨다. 하지만 일상을 상실한 이들과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며 이 세계의 진보를 바라는 이들에게 일상이란 정의하기에 따라 불편한 말일 수 있다. 그렇기에 일상의 의미가 상업 광고 속 나른한 오후가 되지 않기 위해 공론장에서 서로 돌아보며 마음을 써야 한다.

국어사전에서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다. 사람들은 변화만큼이나 안정을 바란다. 올해 4월 경향신문이 인터뷰한 광장의 시민들은 촛불을 들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바라고 있었다. 일상이 없던 사람에게 일상이 펼쳐지고, 모두의 일상을 덜 흔들면서도 더 나은 일상을 만드는 길, 가치 있는 삶이 ‘누구에게나 날마다 반복되는’ 길을 함께 찾을 수 있다면 가히 일상의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겠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을 한순간에 허무하게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아니, 한국 사회도 상반기에 경험했듯이 전쟁의 여파만으로도 일상은 흔들리기에 충분하다. 전쟁에서 날마다 반복되는 것은 생활이 아니라 동원이고 참사이고 죽음이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시민들이 대부분인 시대에 전쟁도 하나의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내가 전쟁을 아나?’ 하는 자기 검열로 침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보았다. 전쟁이 현실인 곳에서 일상은 끝난다는 사실을.

일상의 궁극적 형태는 평화다. 평화가 있고 나서야 일상의 민주주의도 의미가 있다. 민주주의를 원해도 정쟁에는 침묵할 수 있다. 전쟁에는 그럴 수 없다. 고심하고 있을 정부가 흔들리지 않도록 시민으로서 지금, 분명히, 말해서 도와야 한다. 우리는 일상을 원한다고. 우리의 일상을 위해 누구의 일상도 파괴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국제 평화를 지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이 자랑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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