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 폭발 뒤엔…공공부채 5377조원 ‘복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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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학교 시설에 대한 반발로 시작한 프랑스 학생 시위가 한달 만에 시민 55만명(정부 추산)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발전했다. 급등하는 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대한 청년·서민층의 불만이 폭발하고 내년 5월 임기를 마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긴축 재정 정책에 대한 반발이 겹친 결과다. 폭력 집단이 시위에 참여하고 일부 시민이 가세하면서 방화·약탈 등 심각한 소요 사태도 함께 나타났다.
시위는 지난달 21일 파리 북부 노동계층 거주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시작됐다. 교사 부족과 낡은 학교 시설 등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고, 프랑스 전역 1천개 넘는 고교가 동참했다. 시위가 한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정부의 긴축 재정과 연료비 등 생활비 상승에 대한 불만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프랑스 노동계가 시위 독려에 나섰고, 지난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50만명 넘는 학생과 교사, 노동자, 농민, 퇴직자 등이 참여한 시위가 열렸다. 다수는 평화롭게 행진했지만 일부 집단은 경찰과 충돌하고 공공건물을 공격하고 상점을 약탈했다. 소요가 잦아든 18일 밤에도 파리 일부 지역에서 약탈이 이어졌다. 르몽드는 “두 세계가 뒤섞인 초현실적인 저녁”이라고 묘사했다.
대규모 시위로 발전한 배경에는 최근 급등한 물가와 공공복지를 축소하는 정부의 긴축 재정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라 8월(2.4%)보다 상승 폭이 컸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석달 연속 상승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3% 뛰면서 가계 부담을 키웠다. 시위에 참가한 40대 공무원은 아에프페에 “월말이 되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물가는 오르지만, 임금은 그대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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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유가 상승 불만으로 시작해 대규모 시위로 번진 ‘노란 조끼’ 시위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재정 지출을 통해 시민들의 불만을 달랬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8% 수준이었지만, 7~8년이 지난 올해 2분기 기준 공공부채는 약 3조6천억유로(약 5377조원)로 국내총생산 대비 119%까지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정부 이자 지출도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이자 부담이 늘면서 정부 재원이 제약되고 적자 감축도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달 초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8%까지 올라 2011년 유로존 채무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에 폭도들이 공격한 것은 넉넉한 복지 제도와 일류 대중교통, 세계 최고 수준의 삶의 질을 제공하는 국가의 상징물이었다”며 “이번 사태로 나라가 더욱 깊은 분열에 빠지고 내년 봄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양극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사회 안전망을 제공해온 프랑스 복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실제 심각한 재정 적자에 직면한 프랑스 정부는 공공부문 임금 동결 등 430억유로(약 64조4천억원) 규모의 신규 재정 절감 조처를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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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약탈 등 과격한 양상으로 번진 것은 일부 폭력 세력의 등장과 경찰의 강경한 진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리 경찰은 지난 17일 시위에 대한 초기 대응 과정에서 500~1천명 규모의 폭력 집단과 맞닥뜨렸으며, 이후 절도와 약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고 밝혔다. 르피가로는 정보 당국이 시위 참가 규모를 과소평가한데다 동시다발적인 소요로 경찰이 압도당했다고 지적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가 학생들 사이에서 경찰 불신을 조장했다며 소요 책임을 물었다. 마르세유시는 시위가 격화하자 19일 모든 집회 및 시위를 금지 조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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