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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24, 2026

“항공편 지연에 여행 망쳤는데”…보상받는 승객, 못 받는 승객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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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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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13시간 늦게 출발했다. 승객은 다른 항공편을 구하느라 추가 비용까지 부담했다. 항공사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돈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 판결 뒤에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자 집행관이 항공기까지 찾아갔다.

지난 3월 오스트리아 린츠 공항에서 벌어진 라이언에어의 보상금 미지급 사례다. 2024년 린츠에서 스페인 마요르카로 향하는 항공편이 13시간 지연되자 한 여성 승객은 대체 항공편 비용과 관련 보상을 청구했다. 항공사가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자와 법률 비용 등을 포함해 890유로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항공사가 판결에 따른 지급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집행관이 항공기에 압류 고지 스티커를 붙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라이언에어는 항공기가 압류됐다는 표현을 부인했으며, 미지급금이 이후 지급됐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비행기 지연은 여행객에게 단순히 공항에서 기다리는 불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환승 항공편을 놓치거나 예약한 숙소와 투어를 이용하지 못할 수 있고, 대체 항공권과 숙박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항공편이 늦어졌다고 모든 승객이 자동으로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지연 시간뿐 아니라 항공사가 통제할 수 있었던 사유인지, 해당 노선에 어떤 규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한국은 항공사 책임과 지연 시간 따져야

국내에서 항공편 지연에 따른 피해를 판단할 때는 항공사업법과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다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당사자 간 별도 합의가 없을 때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권고 기준으로 활용되는 가이드라인이다. 실제 분쟁에서는 항공사업법과 해당 항공사의 운송약관, 지연 사유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공정위가 2025년 공개한 상담 사례에 따르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국제선의 경우 일반적으로 2~4시간 지연 시 10%, 4~12시간 지연 시 20%, 12시간을 넘기면 30%를 배상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 기준이 모든 지연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외도 있다. 기상 악화나 공항 사정, 항공기 연결편 지연, 안전운항을 위해 예측하지 못한 정비 등이 발생했고 항공사가 이를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입증하면 배상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 항공기 정비가 필요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반대로 항공사가 면책 사유를 주장한다고 해서 그 설명만으로 모든 분쟁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인 지연 원인과 항공사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실제 국내에서도 지연·결항 보상 기준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선이 90분가량 늦게 출발했지만, 일반적인 국제선 최소 지연 기준에 미치지 않아 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다른 승객은 항공사로부터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결항을 통보받았지만, 출발일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대체 항공편을 제공받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서도 항공서비스 피해구제 신청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2025년 신청은 총 7438건으로, 이 가운데 결항·지연 등 계약 불이행 관련 신청이 2020건(27.2%)이었다. 항공권 계약 해제 관련 신청은 4341건(58.4%)으로 더 많았다. 이 수치는 항공편 지연 피해만을 집계한 것이 아니라 항공서비스 전반의 피해구제 신청을 포함한다.

유럽은 최종 목적지에 3시간 이상 늦으면 보상 가능

유럽연합(EU)은 한국과 다른 방식의 보상 제도를 운용한다. EU 규정이 적용되는 항공편은 최종 목적지 도착이 예정 시각보다 3시간 이상 늦어지고, 항공사가 예외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거리에 따라 250~600유로의 정액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단순히 출발이 3시간 늦어졌는지가 아니라 최종 목적지에 얼마나 늦게 도착했는지가 중요하다. 한 번의 예약으로 연결편을 이용하다가 환승을 놓친 경우에도 최종 목적지 도착 지연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보상액은 비행 거리가 1500㎞ 이하이면 250유로, 1500~3500㎞이면 400유로, 그보다 먼 노선은 600유로가 기본이다. 다만 모든 항공편에 EU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EU 회원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항공사 국적과 관계없이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EU 밖에서 출발해 EU로 들어오는 항공편은 EU 항공사가 운항하는지 등 조건을 따져야 한다. 기상 악화처럼 항공사가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더라도 피할 수 없었던 특별한 상황이라면 정액 보상 의무가 면제될 수 있다.

라이언에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지연이 13시간에 달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승객이 보상을 청구해 법원 판결까지 받았는데도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집행 절차를 밟았다는 점이다. 규정에 보상 권리가 명시돼 있더라도 실제로 돈을 받기까지는 별도의 다툼과 절차가 필요할 수 있을 수 있다.

미국은 지연 보상보다 환불 권리가 핵심

미국은 유럽과 달리 일정 시간 이상 지연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항공사에 정액 보상을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제도를 두고 있지는 않다. 대신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중대한 일정 변경·지연이 발생했을 때 승객이 여행하지 않기로 선택하면 항공권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미국 교통부는 국내선의 경우 도착 예정 시각보다 3시간 이상, 국제선은 6시간 이상 늦어지는 일정 변경 등을 ‘중대한 지연’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이 기준에 해당해도 승객이 변경된 항공편을 이용하기로 했다면 항공권 전액 환불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항공사 책임이 있는 지연으로 식사나 숙박이 필요해진 경우에는 항공사별 고객 서비스 약속과 관련 규정도 확인해야 한다. 미국 교통부는 항공사들이 스스로 약속한 지연·결항 대응 서비스를 이행하도록 관리하지만, 모든 항공사가 동일한 수준의 식사·숙박 지원이나 현금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비행기가 늦어졌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지연 시간만이 아니다. 항공사에 지연 사유를 서면으로 요청하고, 대체 항공편과 숙박·교통비 지원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항공사가 보상을 거부하면 적용되는 운송약관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살펴보고, 항공사에 먼저 이의를 제기한 뒤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토교통부의 피해구제 절차나 한국소비자원에 상담·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항공권과 탑승권, 지연 안내 문자, 항공사와 주고받은 답변, 추가로 지출한 비용의 영수증을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행객이 지연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연 사유와 적용 규정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상이나 환불 권리는 달라진다. 항공사의 안내만 듣고 포기하기 전에, 자신의 항공편에 어떤 규정이 적용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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