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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14, 2026

GPT·클로드로 못 만드는 것은?...AI 스타트업들의 ‘2분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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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각) 오전 10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6’의 무대. AI 칩과 서버 기판의 구리 회로 성능을 개선하는 스타트업 CIT의 발표자가 이렇게 회사를 소개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그는 “기존 구리 회로 표면이 거칠수록 데이터 신호가 손실되고 열이 더 많이 발생한다”며 “구리를 원자 단위로 차곡차곡 쌓아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면 이를 줄일 수 있다”며 기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반도체 소재·증착이라는 어려운 기술을 투자자와 일반 청중이 2분 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날 무대에 연달아 오른 다른 창업자들도 PPT나 긴 대본 없이 1~2분 안에 회사를 소개했다. 제품을 직접 들고 나와 보여주거나,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기 위해 티셔츠에 LED 조명으로 회사 로고를 띄운 창업자도 있었다. 짧은 시간 안에 투자자와 잠재 고객의 관심을 붙잡아야 하는 만큼, 다들 기술을 최대한 쉽게 풀고 강한 비유와 표현을 앞세웠다.

13~15일 열리는 테크크런치 디스럽트는 창업자·투자자·테크 기업 관계자 1만명 이상이 모이는 북미 대표 스타트업 행사다. 올해는 250명 이상의 연사가 200개가 넘는 세션에 참여하고, 전시장에는 3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기술과 시장 변화 속도가 빨라진 AI 시대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창업의 허브인 실리콘밸리에 모여 짧은 시간 안에 투자자와 고객의 눈에 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AI 시대, 누가 살아남을까”

테크크런치도 올해 행사의 화두를 “AI 시대에 어떻게 오래 살아남는 회사를 만들 것인가”로 잡았다. AI 시장에서는 ‘얼마나 빨리 만드느냐’와 함께 ‘빅테크가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냐’가 스타트업의 생존 조건이 됐다는 것이다. 오픈AI나 구글의 다음 업데이트에 기능 하나가 흡수돼버리지 않으려면 독점 데이터나 산업 전문성, 고객 기반처럼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테크크런치는 “이제 질문은 ‘우리가 만들 수 있느냐’에서 ‘그 경쟁력을 계속 우리 것으로 지킬 수 있느냐’로 바뀌었다”며 “‘오픈AI 같은 플랫폼 기업이 그냥 다음 업데이트로 내놓을 수 없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 답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들은 부스와 피칭 무대에서 자신들이 저마다 차별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범용 AI 모델을 주로 개발하는 빅테크와 달리, 특정 산업의 문제를 깊이 파고든 기술을 차별점으로 내세운 것이다. 공장 설비용 AI를 개발하는 에어스 ML(AIRS ML)은 “기계는 고장 나기 전에 먼저 속삭인다”며 공장에서 쏟아지는 테라바이트급 데이터를 현장에서 분석해 고장 징후만 추려내는 기술을 소개했다. 항공 스타트업 아트레우스(Atreus)는 항공편 결항 때 항공기·승무원·승객 문제를 각각 처리하던 복잡한 업무를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조정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통합 한국관 마련

올해 행사에서 두드러진 또다른 변화는 AI가 더 이상 하나의 별도 산업군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AI·핀테크·사이버보안·모빌리티 등 비교적 뚜렷한 산업별 구분이 강했다면, 올해는 우주·로봇·제조·헬스케어·보안 등 거의 모든 분야에 AI 기업이 참여했다.

실제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의 핵심 행사인 ‘스타트업 배틀필드 200’ 피칭 우주·피지컬 AI, 에너지·제조, 헬스테크·생명과학, 엔터프라이즈·보안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올해 배틀필드 상위권에서는 단순 챗봇이나 소프트웨어보다 로봇·바이오·우주·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AI로 해석하는 스타트업들이 두드러졌다. 테크크런치도 올해 최종 20개사의 공통점으로 “그동안 보이지 않거나 측정하기 어려웠던 것을 데이터로 만드는 기업”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6’ 전시관의 모습./강다은 특파원

13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6’ 전시관의 모습./강다은 특파원

올해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는 한국 스타트업 25곳이 참여한 232㎡ 규모의 통합한국관도 마련됐다. 코트라를 비롯해 서울AI허브·신용보증기금·김해시청·한국관광공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비전 AI, 산업용 AI, 자율주행 물류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XR 치료제, K팝·관광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선보였다. 한국관은 2018년 처음 참가한 이후 올해로 9회째로, 최근에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참여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전시뿐 아니라 사전 컨설팅과 스타트업 피칭, K-스타트업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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