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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13, 2026

주주 의결권 행사의 민낯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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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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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찬 |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대 교수

 매 학기 기업지배구조 강의 때 학생들에게 주식 투자 여부를 물어본다. 60% 이상의 학생이 손을 든다. 이어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한 적이 있냐고 물으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수년째 그렇다. 자산운용사는 어떨까. 대부분의 보유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의결권 행사 여부와 그 내용을 공시하는 것이 법상 의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행사 여부가 아니라 그 질이다.

올해 주주총회는 자산운용사들이 고객의 이익을 위해 의결권을 충실히 행사하는지를 가늠할 좋은 시험대였다. 다수의 상장회사가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 거버넌스 개혁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정관 개정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에 대응해 이사 수 상한을 신설·축소하거나 이사 임기를 연장·유연화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이 다수 상정됐다. 지배주주가 과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보통결의만으로 경영상 목적의 자기주식 처분을 할 수 있게 하는 근거 조항을 담은 경우도 있었다. 경제개혁연구소 분석 결과 이들 정관 개정안에 대한 30대 자산운용사의 반대율은 44.9%에 그쳤다. 절반 이상이 고객의 이익에 반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다. 자산운용사 간 편차도 심해 일부는 단 한 개의 안건에도 반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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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주는 어떨까. 이들의 의결권 행사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얼라인파트너스 분석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문제 정관 개정안에 대한 양대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율은 15%에 불과했다. 올해 상정된 주주제안에 대해 국내 자문사의 찬성률은 61%였던 반면, 양대 해외 자문사의 찬성률은 각각 16%와 41%에 그쳤다. 참고로 대부분의 외국인 기관투자자는 이들 자문사의 플랫폼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며, 권고와 다른 결정을 하려면 사유서 작성과 내부 보고가 필요해 사실상 자문사 권고를 거스르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의결권 행사의 총체적 부실을 주주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할 시간 자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많은 회사가 안건을 주주총회 개최일 2주 전이 되어서야 비로소 공개한다. 법상 최소 공고 기간이 2주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소집 공고를 개최일 15~21일 전에 한 상장회사가 무려 83.4%에 달했다. 가장 짧은 15일 전에 공고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의결권 자문사는 단 1주일 만에 분석을 마쳐야 한다. 게다가 주주총회 5영업일 전까지 한국예탁결제원에 의결권 행사 내용을 접수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자문사 권고를 검토할 시간이 고작 1~2일밖에 남지 않는다. 다행히 소집 공고 기간을 현행 2주에서 4주로 연장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심사 중이다. 올해 안에 꼭 통과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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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주주총회 개최일이 특정일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70%의 상장회사가 단 3개 일자에 주총을 개최했다. 공고 기간이 4주로 연장돼도 이 정도로 몰리면 충실한 분석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전년도 3개 최고 집중일을 올해 예상 집중일로 미리 공지해 상장회사들이 이날을 피하도록 유도하는 자율준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회사들이 새로운 3개 일자를 찾아 몰리는 현상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반면 대만은 하루 주총 개최 가능 회사 수를 80개로 제한하고 선착순으로 등록받는데, 그 결과 가장 몰리는 3개 일자의 개최 비중은 25.2%에 그친다. 우리도 참고할 만한 제도다.

하지만 시간이 충분해도 의결권 행사는 여전히 부실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가 대상 회사와의 이해관계 때문에 고객 이익에 반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자산운용사에 대한 이행 점검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맡은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의 사무국, 한국이에스지(ESG)기준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예산 부족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 수익사업 겸업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 등을 해소해 내실 있고 공정한 이행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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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부터 3주 동안, 국가 아이알(IR) 행사인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가 처음으로 열린다. 이번 행사가 우리나라의 미비한 주주총회 인프라를 다시 확인하고 고쳐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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