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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8, 2026

[플랫한 정주행] 우리에겐 더 많은 ‘망한 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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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익스클루시브 시리즈 <절친클럽> 왓챠 제공

왓챠 익스클루시브 시리즈 <절친클럽> 왓챠 제공

[플랫한 정주행] 우리에겐 더 많은 ‘망한 우정’이 필요하다

‘절친’ 두 사람이 여행길에 오른다. 이들이 타임캡슐에서 꺼내든 것은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다. 상처와 실망, 회피, 방어기제, 해묵은 감정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두 여자의 갈등에서는 묘한 쾌감까지 느껴진다. 왓챠의 관계 리얼리티 예능 <절친클럽> 이야기다.

<절친클럽>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들이 여행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한 관찰형 리얼리티로 친한 친구들의 2박 3일을 따라간다. 휴대전화 없이 서로에게 집중하고 밀착해 생활하는 과정에서는 평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도 터져 나온다. 좋아하기 때문에 더 서운하고, 가까운 사이이기에 더 잔인해질 수 있는, 착하지만은 않은 우정을 프로그램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다.

절친클럽을 찾은 첫 번째 손님은 27만 구독자 유튜브 채널 ‘김은하와 허휘수’를 운영하는 프리랜서 PD 김은하와 작가 허휘수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처음 만나 10년째 곁을 지키는 사이다. 과거 ‘소그노’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일반인 여성 예능프로그램 ‘뉴토피아’와 ‘우리의 비혼 다이어리’ 등 여성 중심 콘텐츠를 제작해온 두 사람은 지금 30대 여성의 ‘잘 먹고 잘 사는’ 일상을 공유한다. 직업부터 성격까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관계성은 오랜 시간 이들이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유튜브 <절친클럽> 1화 화면 캡쳐

유튜브 <절친클럽> 1화 화면 캡쳐

그런 두 사람이 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친클럽을 찾아왔다는 설정 자체가 팬들의 이목을 끈다. 충북 옥천의 간이역에서 만난 두 사람은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숙소로 찾아가라는 미션을 받아든다. 오롯이 둘만 남은 차엔 어색한 침묵이 감돈다. 은하는 휘수와 다시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고, 휘수는 언젠가 했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친 듯이 이끌렸다며 첫 만남을 회상했다. 대학 입학식에서 비스트 노래에 축하 공연을 하던 ‘노란머리 걔’ 휘수와 그런 휘수를 보며 질색하던 ‘시니컬한 과선배’ 은하. 서로를 은근히 신경쓰던 두 사람은 한 카페에서 조우한다. 용기내 건넨 은하의 쪽지로 시작된 우정이 10년 간 이어졌다. 우정을 사랑으로 바꾸어도 손색없을 이야기다.

그런 만큼 사랑의 필수 관문인 권태기도 이들에게 필연일지 모른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오히려 새롭다. 여행 첫날 밤, 직접 차린 저녁상을 사이에 두고 5년 전 묻어둔 이야기가 터져 나온다. 이들을 갈라놓은 것은 ‘일(work)’이었다. 유튜브 채널 운영 초창기, 채널의 역성장과 동료들의 이탈이 겹치며 팀의 주축이었던 은하는 무너졌고 휘수는 곁에서 홀로 버텼다. 은하는 “그땐 그게 최선”이었다고 했지만, 휘수에게는 “너무나 괴로웠던 시간”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은하는 다시 채널을 잘 일으켜보고 싶지만, 휘수는 아직 과거가 서운하다. 은하는 휘수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휘수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란다.

유튜브 <절친클럽> 1화 화면 캡쳐

유튜브 <절친클럽> 1화 화면 캡쳐

공감을 바라는 휘수와 논리적 판단이 먼저인 은하. 날이 선 두 사람의 대화는 번번이 평행선을 달리지만, 두 사람은 2박 3일 내내 마주 앉는다. 그리고 그 대화는 때때로 접점을 찾는다. 두 사람이 만나는 지점은 서로와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넌 너무 무심해”라는 전날 밤 휘수의 토로에 은하는 다음 날 “내가 일을 줄이면 너랑 더 놀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한다.

마지막 날 아침, 무엇 하나 해결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은하는 하나의 답을 찾는다. “싸우다 보니까 우리가 친구였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 친구가 아니라면 이 정도로 싸울 수 없다는 의미였다. 한편 희수는 아직 자신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둘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길 택한다.

프로그램에서는 제작진의 거리두기가 빛난다. <절친클럽>에도 여타 예능처럼 미션이 있지만, 성공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두 친구는 제작진의 지시에 따라 함께 장을 본 후 저녁을 해먹다 대판 싸우곤 다음 날 막걸리를 빚으며 마음을 추스른다. 함께 절친고사 시험을 치르기며 서로의 차이를 실감한다. 성장, 회복을 제시하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마련한다.

유튜브 <절친클럽> 2화 화면 캡쳐

유튜브 <절친클럽> 2화 화면 캡쳐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그려져 왔던 ‘여성들의 우정’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흥미롭다. 프로그램은 두 여성의 관계를 아름다운 연대나 따뜻한 위로로만 그리지 않는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WWW>부터 <은중과 상연>까지 워맨스를 다룬 드라마는 관계의 회복이라는 해피엔딩으로 수렴한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나 <소라와 진경> 같은 우정 예능들도 공동의 목표에 도전하며 성장하는 여자들과 연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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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절친클럽>은 ‘현실 우정’의 면모를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함께 성취해야 할 목표도, 해피엔딩도 없다.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때론 이상하고 모순적인, 그래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는 관계의 역학까지도 가감없이 보여준다. ‘김은하와 허휘수’는 유튜브 댓글을 통해 “의도와 다른 반응도 있지만, <절친클럽>의 출연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저희는 여전히 여성들의 다양한 관계가 드러나고, 또 함께 떠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댓글은 “다양한 여성상이 노출되며 여성에게 요구되는 착한 아이 컴플렉스가 어그러지길 원한다”고 호응했다.

이렇게 여성의 ‘망한 우정’은 다른 인간관계처럼 질투하고, 서운해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가장 보통의 관계가 된다. 반드시 완전히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며 성장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있는 관계 말이다. 그 안에서 빛나는 것은 이들의 치열함이다. 나의 고유성을 인정하면서도 나와 다른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함께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지려는 이들의 모습이다. 어그러지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다양한 모습의 우정을 더 많이 보고 또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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