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D-1···‘최장수 총리’ 네타냐후 재집권은 불확실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의 선거 유세 현장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아이젠코트 대표의 모습이 담긴 스크린이 상영되고 있다. AP연합뉴스
27일 치러지는 이스라엘 총선은 이스라엘 78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은 가자지구·레바논·이란 등에서 벌어진 전쟁 이후 처음 실시되는 선거로, 이스라엘이 국내외 안보 위협과 국제적 고립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향후 국정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를 목전에 두고 각 당의 지도자들은 막판 유세에 나섰다. 리쿠드당을 이끄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텔아비브가 폭발하는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공유하며 “이스라엘은 지금 실질적이고 명백한 존립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단지 정치적 증오나 어리석은 가짜 논란 때문에 이 중대한 임무를 완수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선택한다면, 결국 자신과 가족을 제2의 홀로코스트가 발생할 위험에 내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는 이날 열린 마지막 선거 유세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거짓말이나 극단적인 조치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며 “투표소가 문을 닫을 때까지 우리는 모두 변화가 위태롭다는 것을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전형적인 다당제 국가로, 한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한 적이 없다. 따라서 여러 정당이 협력해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떤 진영도 연립 정부를 꾸리지 못하면 네타냐후 정부가 조기 총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임시 정부 역할을 수행하게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보수 진영과 아이젠코트의 반네타냐후 진영이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3일 공영방송 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진영은 50석을, 아이젠코트의 야당 진영은 52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접전이 예상되는 만큼 소수의 표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유권자들, 투표를 위해 귀국하는 재외 이스라엘 국민 약 6만7000명의 표심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랍계 유권자들 상당수는 스스로를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으로 정체화하고 있어 네타냐후 총리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인다. 최근 이스라엘을 떠난 이들은 대체로 고학력자이며 진보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돼 야권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선거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은 안보 정책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의 경고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지지를 호소해 왔다.
선거를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상대로 위협 발언을 이어가며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의 총선을 방해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적대 행위 발생 시) 압도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이 네타냐후 총리가 총선 전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하기도 했다.
초정통파 유대교도 하레디의 병역 문제도 주요한 쟁점 중 하나다. 하레디 공동체는 종교 교육을 이유로 징병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됐는데, 최근 이스라엘이 여러 전쟁을 치르면서 병력 부족 문제가 부각돼 이들에 대한 징병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하레디 정당이 현재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반면, 아이젠코트는 이 면제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이스라엘의 대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할 경우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대하는 등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정책이 이어질 시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제재 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서 아이젠코트의 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젠코트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골자로 하는 ‘두 국가 해법’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법이 정하는 범위에서 정착촌 확장을 지지하나, 서안지구를 반으로 가르는 ‘E1 정착촌 사업’에는 반대한다고 선을 그어왔다.
CNN은 “주요 야당 후보들이 이스라엘 안보 및 외교 정책을 전면 개편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외교적 숨통이 트일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새로운 출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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